[영봉]상업성에 침투당하는 대학
[영봉]상업성에 침투당하는 대학
  • 편집국
  • 승인 2007.04.1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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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리 가두모집’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천마로에서 진행됐다. 갑작스런 비로 인해 하루 연장되긴 했지만, 88개 동아리들은 천마로를 가득 채우고 신입생 모집에 열을 올렸다. 동아리의 새내기 가두 모집은 동아리의 사활을 결정짓는 것이므로 동아리들이 가장 주력하는 행사다.
 “단순한 가두모집에서 벗어나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19대 총동아리연합회 회장의 각오처럼 이번 동아리 가두모집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그리고 적극적인 행사 홍보와 탄탄하게 준비된 무대행사는 신입생들은 물론 재학생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하지만, 가두모집 중간 가설무대 앞에 자리를 잡은 모 통신사의 체험부스와 홍보도우미들은 동아리 가두모집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사 제품의 홍보활동으로 학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런 홍보활동으로 인해 부스 옆에 자리한 동아리들은 마치 특정 기업의 광고를 위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주와 객이 전도된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요즘 대학 동아리들은 충분치 못한 학교의 지원으로 인해 경비의 자체 조달 혹은 대기업의 지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현상들이 자연스레 이어지면서 동아리 홍보 현수막 한 귀퉁이에는 어느덧 특정 기업의 선전이 들어가곤 한다. 이 모든 것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의 위치를 지키려는 동아리들의 노력임을 알기에 그들을 비난하고픈 마음은 없다.
 하지만 이번 가두모집에 대해서는 ‘지나친 욕심이 낳은 결과’이라 말하고 싶다. 그 동안 학내 여러 행사들이 기업의 지원을 숱하게 받아왔지만, 이처럼 학내에서 대대적으로 홍보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총동연에서는 이번 가두 모집으로 기존에 지켜져 온 선을 무너뜨렸다. 얼마나 많은 지원이 약속됐기에 기업의 홍보가 학내에서 이뤄진단 말인가!
 대학은 한낱 상업성에 물들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상업성에 물든 대학은 교육의 장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
 앞으로 다른 기업들 역시 지원을 보장하는 대신 학내 홍보를 조건으로 내세울지 모른다. 시작이 어려울 뿐이지 한 번 시작되면 다음은 쉽다.
 현재의 결과는 비단 동아리만의 책임이 아니다. 열악한 지원을 하면서도 학교 사정이 어렵단 이유만을 내세우며 구체적인 지원확보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학교. 학교와 동아리의 사이에서 제대로 의견조율을 하지 못한 학생자치기구 대표자단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 이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대학은 등록금 문제로 어수선하다. 등록금 인상을 놓고 벌이는 밀고당기기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 돈이 보다 더 효율적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논의 돼야 할 것이다.
 돈 문제로 서로 눈치 보다가는 학교가 그 돈에 의해 한순간에 병들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유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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