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사람
닮은 사람
  • 박진규 씨(정치외교학 석사4기)
  • 승인 2012.11.1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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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선거가 임박했다. 이미 몇 차례 밝혔던 것처럼, 많은 학생들에게 학생회는‘우리들의’대의기구로 여겨지기보다 우리와는 다른‘그들만의’나라로 여겨진다. 세상에는 변해야 하는데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캠퍼스에서는 그게 바로 학생회이다. 어떠한 비판에도, 심지어 비난보다 두렵다는 무관심에도 끄떡없는 그들을 보면‘분노’를 넘어 ‘서글픔’이 밀려온다.
늘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지만, 그‘분노’와‘서글픔’을 무색케 할 수 있는 학생회장을 다시 기대해본다. 무엇보다 다수의 학우들과‘닮은 사람’이길 바란다. 자가용 대신 스쿨버스를 타고, 크고 푹신한 총학생회실 소파에 묻혀 있는 대신 가끔은 도서관을 찾아 딱딱한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총학생회장이면 좋겠다. 물론 그들이 자가용을 타고, 총학생회실에서 ‘그들만의’삶을 살면서도‘학우들의’삶을 진정 살필 수 있다면 반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생회가 보인 보통 학우들과의 괴리는 다수의 학우들과는 다른 그들의 삶과 결코 무관하지 않았다.
또한‘직업꾼’에게 좌우되지 않는 사람이 당선되길 바란다. 어떤 사람은 2년에 걸쳐 연이어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여 그 후보들이 당선되자 총학생회 핵심보직을 맡았고,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다시 사퇴해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에 나선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의 처신을 보건대, 그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차기에도 핵심보직을 맡을 개연성이 높다. 물론 이것이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연이어 몇 년씩이나 총학생회에서 핵심적인 자리에 앉아 있다가 선거철이면 현직을 사퇴하고 후보 한 명을 선택해 선거운동에 나서고, 다시 현직으로 돌아오길 반복하는 그를 다수 학우들과 같은 학생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다만‘아마추어’처럼 당선되더라도‘아마추어’처럼 집권하지 않을 사람이 당선되길 바란다. 매년, 학생회의 자금 처리가 문제시된다. 어떤 학생회는 카드 사용이 되는 곳에서도 현금을 사용하여 회계투명성을 훼손키도 하고, 어떤 학생회는 영수증을 분실했다며 아예 자금 사용내역 입증을 꺼리기도 한다. 그러고서 하는 말은‘실수’라거나‘착오’라는 것이다. 오히려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를 흉내 낸 행위일지 모르겠지만, 학생회의 이 같은 처사는 학우들의 주머니와 학부모의 지갑을 함부로 여기는 행위이다. 어떤 사람이 당선되든 최소한 돈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된다.
한편, 비판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당선되길 바란다. 자신들과 어긋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지인들이나 학과사무실을 들쑤시고 다니고 연구실을 찾아와 거친 언행을 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할 일이다. 정당한 비판이 있다면 쓰더라도 받아들일 줄 알고, 오해가 있다면 정당한 수단과 방법으로 되물을 수 있는 그런 학생회여야 한다.
학우들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되길 바란다. 스쿨버스 문제, 사물함 문제 등 최근 논란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지금까지 학생회는 학우들의 의견에 대해 많은 경우 개인의 이기적인 행태라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이번 총학생회에서는 아예 드러내놓고‘학우들의 이기주의’라 운운한 바 있다. 이러한 대응은 학생회 스스로가 학우들을 자신들과 같은‘우리’라 여기는 것이 아니라 계몽하고 지도해야 하는‘타자’로 여기는 꼴이다. 학생회가 학우들을 믿어야만 학우들이 학생회를 믿을 수 있다.
당년 총학생회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하고, 당년 집행위원장이 차기에도 현직을 꿈꾸며 사퇴 후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겠다니 이번에도 얼마나 공정한 선거가 될지 의심스럽지만 모든 후보들의 공정한 선거를 기대해본다. 아직 어떤 후보자가 나설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많은 후배들에게‘그들만의 나라’였던 총학생회가‘우리들의 나라’로 선회하는 계기가 되는 선거이길 바란다면 순진한 기대일까?
이런 기대가 순진한 기대가 되지 않으려면, 이번 선거는 후배들 모두가 각자 자신과 얼마나‘닮은 사람’을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유권자 각자가 자신이 살아가는 삶, 자신이 바라는 변화와 닮은 후보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닮은 사람’은‘그 사람’이 아니라‘내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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