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재림
복지의 재림
  • 이시훈 씨(정치외교 석사 2기)
  • 승인 2011.11.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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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오늘 날 한국사회에서 복지는 하나의 강한 파괴력을 지닌 키워드로 작동하고 있다. 어느 대도시의 시장은 학생들 급식에 자신의 시장직을 거는 등 복지에 소용되는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는 어느새 매우 중요한 정치적 현안이 되었다. 반면 이미 대학 사회에서 복지는 오랫동안 핵심적 키워드였고, 현재도 마찬가지로 복지는 학생사회의 주요 키워드다. 그동안 매년 가을, 학생회 선거철이 되면 여러 후보들은 무엇을 설치할 것을 혹은 무엇을 만들겠다는 공약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렇게 어느 학교에는 학교의 로고가 달린 USB메모리가 나누어졌고, 어느 학교에는 비데가 설치되었으며, 또 다른 학교엔 최첨단 컴퓨터가 설치되었다. 결국 모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에선 전체 학생들에게 애플의 아이패드를 지급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이 복지란 무엇인가? 복지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한 삶이란 뜻이 있다. 그리고 ‘복(福)’이란 글자를 파자해보면 인간의 삶에 관한 단어들이 보인다. 즉, 복지라는 말은 한 사람이 존재하고 살아가기 위한 토대가 튼튼하여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겠는가? 결국 복지는 인간의 삶과 행복의 질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학생사회의 복지정책은 무언가를 주는 행위 이전에 학우들이 행복한 대학생활과 높은 질적 만족감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실천이어야 한다. 동시에 교육접근에 있어 평등성의 확보를 통해 그 행복을 안정적으로 누릴수 있도록 하는 실천이어야 한다. 대학생활이 행복하지 못한데, 양질의 수업을 적은 부담으로 들을 수 없는데 과연 MP3플레이어 무료 지급이 얼마나 학우들을 행복하게 하겠는가?
그렇다면 과연 지금 학우들의 행복을 위협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보자면 크게 두 가지 영역에서 접근이 가능한 것 같다. 첫 번째는 등록금의 문제로 대표되는 교육비용의 문제이다. 연간 천만 원에 다다른 등록금의 부담이 존재하는 이상 우리 학우들이 얼마나 행복 할 수 있을까? 주말과 평일, 학기와 방학을 가리지 않고 학비와 생활비를 만들기 위해 아르바이트 노동의 장으로 뛰어 들어야 하는 고된 현실 속에서 대학생활이 행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방학이 끝나가는 무렵이면 수백만 원의 대출을 받아가며 다녀야 하는 대학이 얼마나 행복 할 수 있겠는가? 이 등록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행복한 대학을 만드는 첫 번째 복지이다.
두 번째 복지의 영역은 고독과 소외의 문제를 극복하는 일이다.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켜 가는 분위기와 인간적 관계 이전에 존재하는 경쟁구도에서 벗어나는 일 역시 등록금 문제  만큼이나 우선되어야한다. 사실 이전 시대와 같은 대학공동체의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현재 대학에서 함께하는 대학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경쟁자 이전에 동료이자 주체로 인정해가는 대학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는 삭막한 대학사회보다 훨씬 따뜻하고 즐겁지 않겠는가? 더불어 혈기왕성한 청년들의 문화가 실종된 지금의 대학에서 새로운 대학사회를 형성하는 일 역시 취업경쟁에서 지치고 메말라 가는 우리 학우들에게 삶의 비상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낸 등록금으로 학우들의 생활공간이 정비되고, 편의시설이 확충되며, 교육설비가 개선되어 더 쾌적한 학교를 다니는 것은 당연한 요구이고 권리이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기 위한 실천과 노력 역시 중요한 복지정책이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 하였듯 아무리 좋은 시설과 도구들이 있더라도 그것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 학우들의 삶이 삭막하고 고되다면 그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조건들을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함께 누릴 수 있는 대학생과 대학사회를 이뤄내는 일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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