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누가 우리를 대변하는가
대학생, 누가 우리를 대변하는가
  • 구소라 씨(영어영문4)
  • 승인 2011.09.28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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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1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고, 남들 따라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토익과 학점 다 신경 쓰면서 졸업했는 데, 왜 취업하기는 이렇게 힘든 걸까? 졸지에 ‘잉여인간’이 되어버린 우리 20대는 스스로의 무능력과 모자람을 탓하며 끊임없이 스펙을 높이는 데 혈안이 되어 버렸다. 어찌 보면 이러한 현상이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 가운데 취업자는 절반일 뿐이고, 그 중에서도 정규직 취업자는 20%에 불과하다. 치열한 취업시장에서 경쟁자들과의 숨 막히는 레이스 끝에 승리한 소수만이 안정적인 직장에 진입할 수 있다. 오늘도 수많은 대학생들이 승리를 꿈꾸며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과 어려운 취업 여건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있는데, 대학과 국가는 학생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등록금에 대한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전국 사립대학의 누적 적립금은 처음으로 10조를 넘어섰다고 한다. 대학은 등록금을 올려 배를 불리고 있으면서, 정작 학생들이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정도의 혜택과 장학금을 마련하지 않은 채 나 몰라라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노동시장을 관리해야 하는 국가 또한 임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 ‘녹색 일자리’라는 96만개의 일자리 대부분은 토목건설 위주의 단순노무직이고, 청년 인턴제 또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를 보면, 정부는 일자리의 숫자에 연연할 뿐 정작 일자리의 질에는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즉 대학과 정부는 우리 대학생들의 삶과 미래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애정 또한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힘들고 지친 대학생을 대변해줄 수 있을까. 연예인 김제동이? 배우 김여진이? 아니면 새롭게 떠오른 안철수 원장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물론 그들이 이슈를 만드는 데 어느 정도의 도움은 줄 수 있지만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세력은 진정 우리 20대밖에 없다. 문제의 당사자가 움직여야만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보이기 시작하는 법이다. 내일,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전국 대학생들이 모인다고 한다. 항간에는 ‘반값등록금’이라는 용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이는 등록금 자체를 정확히 반으로 낮추자는 것이 아니라, 뻥튀기된 등록금에 대해 불만을 갖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자는 대학생들의 요구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말이다. 실제로 지난 호 영대신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대학교 재학생 200명 중 무려 177명(88.5%)이 대학 등록금을 낮추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불만의 목소리를 우리 20대들은 더 확실하고 크게 전달해야 한다. 우리의 비판적인 목소리는 이 나라의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치인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 것이다. 등록금의 거품을 빼고,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 크게 소리치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반값등록금, 과연 실현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근현대사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반대한 학생들은 4·19혁명을 일으켜 장기독재에 종지부를 찍었다. 1987년 군부독재에 대항하여 대통령 직선제를 실현하고 제도적 민주주의를 정착시켜나가는 데 주축이 되었던 세력도 학생들이었다. 이렇게 우리의 역사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는 동력은 그 시대의 ‘학생’이었다. ‘반값등록금’도 대학생이 만드는 새로운 역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와 제도가 요구하는 잣대에 맞추기 바쁜 우리는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틈도 갖지 못한 채 달려왔다. 이제 잠시 레이스를 멈추고, 감추어 왔던 목소리를 내자. 대학과 국가가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함께 손을 잡고 촛불을 들어야 한다. 우리를 대변해주지 못하는 기성정치를 보고만 있지 말고, 광장으로 나가서 외치자.
“촛불에 권력을, 20대에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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