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에서 찾아 본 몸의 역사
미술작품에서 찾아 본 몸의 역사
  • 주동진(체육학부)
  • 승인 2011.06.0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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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몸 문화 사색의 서

역사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인간의 행적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인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알아보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우리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문학(신화나 전설 혹은 민담 등)이나 예술(음악, 미술 등)은 역사적 사실이 제시하지 못하는 것들을 품고 있어 이를 해석하고 음미하는 것은 인간의 사유체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 글은 인류의 예술, 즉 몸을 표현한 미술작품을 통하여 우리 인류의 사유를 역사적으로 정리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여기에 열거된 예술작품은 각 시대별 대표적인 미술작품이자 당시 사회현상이 내재된 사회철학이다. 이 미술작품들에는‘몸의 역사’,‘몸에 대한 철학적 변화’가 파노라마처럼 일련의 현상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제 그 다양한 몸(표현)의 예술품을 통하여 인류의‘몸 철학’을 이해해 보자.

Ⅱ. 몸 문화의 변천사

 1. 원시(문명발생 전) : 샤먼(출산과 풍요)의 미

인류의 예술 활동에 있어서 가장 많은 대상이 되었던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몸’인 것 같다. 왜냐하면 몸 표현의 작품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몸에 대한 예술작품을 탐구함에 있어서 먼저 원시의 경우를 보자. 원시(the primitive age)에 있어서는 경외적인 자연환경(화산, 지진, 태풍 등) 속에서 생존(survival)의 문제 때문에 그런지 여유롭고 풍만한 몸을 가진 여성을 탄생시켰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매우 풍만한 형태의 모습이다.


여러 분야의 학자들은 이러한 풍만함의 여성 몸 표현 작품을 다산 혹은 풍요의 여신이라 명명하였다. 혹자는 아름다운 여성의 대명사인‘비너스’를 빌려‘빌렌도르프의 비너스<그림1>’라고 하기도 하였다. 또한 빌렌도르프 지방에서 출토되었다고‘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고 불린 것이다.
원시의 미술작품은 다산·풍요·안정이 표현된 풍만한 외형의 인체미술품이 특징적이며 이는 유사법칙의 주술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이런 형상을 가진 이를 원시인들은 매력적인 미인으로 보고, 그렇게 살 수 있는 원시적 유토피아를 기원하였던 것이다.

2. 고대(문명발생-5세기경) : 몸의 미적 발견

고대(그리스)에는 자연환경보다 인간적인 경쟁에서, 즉 국가형성으로 인하여 침략과 전쟁이 등장하는 한편 국가 간의 전쟁으로 인한 폭력현상과 무질서에서 벗어나고자 평화와 행복을 다스리는 절대자 제우스(그리스신화)를 제작하였다. 이 인간적 모순은 결국, 범(凡) 그리스적 스포츠 축제인 올림피아경기를 탄생시켰다. 즉 올림피아경기는 평화를 갈망하고자 그리스 반도 전체를 지배하는 신 제우스를 위해 제사를 지내는 행위였다.
이 시대는 인체의 형상과 근육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가장 이상적인 인체미의 비례법칙, 캐논(Canon)이란 황금분할 단어가 이 시대의 유산이다. 그리고 그리스 최고의 신, 제우스를 발가벗겨 놓고 창을 던지는 포즈를 취하게 하였다. 당시 그리스 예술가들은 이러한 작품 속에 무엇을 담고자 한 것일까? 신을 왜 나체로 표현하였을까? 위엄과 육체적 매력을 발산하며 창을 던지는 제우스신을 통해 벌거벗은 남자(영웅)의 수려한 몸을 자랑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한편 아프로디테(Aphrodite, 사랑과 미의 여신, 로마의 Venus)<그림2> 같은 여인도 이 시대의 작품이다. 그러나 21세기 현대 여성의 몸에 비해 확실히 뚱뚱한 편이다.‘운동 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미의 상징인 비너스(Venus of Milo)는 여성성의 근원적 몸의 상징이다.
고대(그리스)는 인체묘사의 사실표현이 특징이며, 특히 올림피아 경기의 우승선수를 모델로 선정하고 두상이 신장의 1/7이 될 때 캐논으로 명명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인체를 가진 이를 영웅화하고 존중하였다. 이는 현상학적 신체관이라 볼 수 있다. 신체와 정신의 조화라는 오늘날의 체육목표와 다르지않다.

3. 중세(5세기-15세기) : 종교에 귀속된 몸

세월이 흘러 유럽에는 중세가 도래하였다. 중세의 등장은 신화(제우스)를 종교(예수, 기독교)로 대체시키면서 1200년 이어온 올림피아경기(신화)를 역사 속으로 밀어 버렸다. 이제 그리스 신화가 기독교라는 고급 종교로 발전한 것이다. 이 종교는 신체의 행위보다 정신적 행위를 강조하여 인류의 구원자인 절대자 예수를 그리스도로 섬기며 금욕과 경건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리고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며 절대 존재인 하느님의 아들 예수를 통해 구원받고자 신체적 타락과 사치와 향락을 절제하고 죄를 짓는 것을 금하였다. 오로지 하느님의 세계(사후)로 향하기 때문에 지상(현생)의 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지었다 하면 성당’,‘그렸다 하면 예수’였다. 이것이 중세의 분위기였으며 절대적 모습이었다. 이에 대항하면 곧 종교재판(마녀사냥 등)을 통해 화형(부활이 불가능하도록 태워 없앰)으로 영원히 구원받지 못하도록 하였다.
중세는 모든 것을 신의 소명이라 여기던 시대였기 때문에 예술의 가장 중심적인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였다.
이집트인들은‘아는 대로’, 그리스인들은‘눈으로 본 대로’, 이에 비해 중세인은‘마음으로 느낀 대로’그렸다는 표현처럼 중세는 사실적 표현보다 신앙의 원리에 따른 상징적인 표현이 필요했다. 중세 미술을 하나로 집약할 수 있는 열쇠는 신, 즉 예수 그리스도와 기독교리였다. 따라서 중세는 기독교리에 의한 경건과 금욕의 시기로 신체활동에는 무관심하며 남성의 시대이자 예수, 즉 신 중심의 시대였던 것이다.

4. 근대(16-19세기) : 신체의 재발견

고대에는 제우스제사를 위한 올림피아경기 등으로 몸(신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지만 중세에는 하느님의 나라에 가기 위해 신체적 본능을 금제하고 절제하여 몸에 관한 관심이 잠시 주춤하더니, 근대에 접어들어 다시 고대적 현상인 국가적 경쟁(전쟁폭력)으로 다시 신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다. 즉 오늘날의 국가개념(전제군주제도의 왕이 없는 국민국가)의 등장이다. 소위 말하는‘체력은 국력이다’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국가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자 이제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제국주의의 식민지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시기에 그려진 몸 표현의 작품을 보면 혼란한 시기여서 그런지 피카소의 거울 앞의 소녀나 뭉크의 절규는 이전의 전형적인 인물화와 다른 형태의 모습이다. 이를 미술계에서는 전통과의 단절이라 표현하였다.
이 초현실주의와 달리 전통적인 사실주의 표현의 경우에서는 전쟁을 독려하는 전쟁의 여신과 체력은 국력이라는 슬로건 아래 나타나는 국가주의적 체력단련의 모습이 체육계에 등장한다. 이 시기는 국가주의 사조와 국민체육(사회체육의 효시 Trunen)이 등장한 시기임을 감안하여‘국민체육의 시대’라고 부르고자 한다. 물론 미술계에서는‘여성의 누드(nude) 표현법의 등장’이라는 측면에서 두드러진 특징을 안고 그런 표현을 위시한 사실주의 예술가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국가주의 조류가 더 큰 시대적 사회현상이었다는 점에서 대표적 신체형상은 투르넨의 젊은 청년, 남성적인 민족투사(군인형상) 였다.

5. 20세기 : 몸의 해방

일반적으로 20세기 미술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새로움에 대한 추구’이다. 20세기는 어느 시대보다 신속하며 더 다양한 변화들이 출현하고 또 이러한 변화가 미술작품에 반영되었다. 이를 미술학계에서는 전통과의 단절이라고 표현한다. 즉 20세기의 예술가들은 대상을 해체하고 그것들을 다시 다른 방법으로 결합시키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기법을 적용하기도 하였다.‘인체의 형상을 파괴적으로 표현’한 입체파 화가 피카소(Picasso)가 20세기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러한 현상이 20세기 미술계의 흐름이었다. <그림 3>은 표현파 화가 뭉크의 작품으로 변형과 단순화를 통해 인간내면의 불안, 공포 등을 극단적인 형태로 표현해 낸 것이다.
또한 20세기의 신체사조에 큰 영향을 끼친 또 다른 측면은 체육스포츠의 발전과 이의 학문화이다. 20세기에는 몸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일상의 삶, 즉 노동에서 해방되고 건강의식이 고조되어 각 국가별 범국민적 생활체육이 급성장하게 되었고, 스포츠 제도권 안에서 프로선수를 등장시켜 스포츠의 직업화가 창출되었다. 5대양 6대주, 세상 전체는 스포츠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처럼 20세기는 체육·스포츠의 학문적 발전기이자, 사회 전반적으로 건강을 중시 여긴 스포츠의 시기였다. 세기의 표준모델 미스월드 미인경연대회로 인하여 여성성의 표준성이 등장하고, 즉 미인형의 세계 평준화가 등장한 시기였다(21세기처럼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기에는 역부족). 먼로는 그러한 시대의 대표 인물 중 한 명이었다고 볼 수 있다.

6. 현재(21세기) : 몸의 해체

오늘날은 여성들의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몸 표현의 자유이다. 20세기의 월드미인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세계표준미인의 평균이 어느 정도 설정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특정한 신체적 매력이나 섹시 포즈가 미인을 가름하는 기준이 되는 것 같다. 즉 개성미인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다. 한때 유행한 졸리(Angelina Jolie Voight)의 입술흉내내기(입술 뒤집기 수술)가 그렇고, 혼혈미인의 부상이 그렇다. 지금까지의‘미인 기준치’는 역사적 산물에 불과하다. 매스미디어 예술은 다양한 형태로 인체미를 분절 혹은 기형으로 변화하고 발전시켜 매우 다양한 인체를 묘사하고 있다. 또한 첨단 생명공학과 의학은 향후 성전환수술과 신체이식 등을 보편화시키고 성형미인을 등장시켜 자연미에 대한 무감각을 초래하고 신체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신체모습의 파라다이스를 추구할 것이다.

Ⅲ. 몸 변천사의 결

미술은 그 사회를 그리고 있다. 그러한 미술작품을 통해 그 모습 그대로 혹은 작품 내면에 감추어진 생각들을 풀어보는 것은 그 시대의 문화와 사상을 재구성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예술품 중 신체표현 미술은 몸 문화를 찾아가는 관문이 된다.
지금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미술작품은 지성적 활동이라기보다는 직관적 활동인 것으로 사적 자료의 측면에서 본다면 원시예술이 혹은 고대나 중세의 그것이 오늘날의 그것보다 하급이라는 등급으로 매길 수 없다. 왜냐하면 이 글은 예술계에서 인정하는 각 시대의 대표적인 미술작품을 선정하였다는 점도 있지만, 미적인 평가보다 각 시대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보는 것을 선정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선정된 예술 유물들은 각 시대의 신체관과 신체활동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사료된다. 그리고 선정된 유물들은 당시 미술작품의 대상이 된 몸이며, 이 몸은 당시대의 역사적 몸이다. 각 시대 대표적 몸이 선정되었고, 이를 통해 보면 몸도 유행되는 몸(Mom of Fashion)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하튼 몸은 인류의 근원적 모습(존재)이자 (철학과 사색의) 출발점이다. 그러므로 21세기 생명공학은 더 발전된‘몸의 발견(유전자지도)’과‘몸 학의 등장’은 물질과 정신, 즉 몸의 과학과 철학의 다툼이 될 것이다. 이 두 가지의 방법들은 몸으로부터의 해방(생로병사)과 (신체로부터의 정신적) 자유를 안겨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즈음에 인간의 몸에 대한 역사적 탐구, 즉 몸에 대한 환원적 담론은 향후 몸 학과 몸 역사분야의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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