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페르소나의 가면무도회, 적정선은 어디에?
멀티 페르소나의 가면무도회, 적정선은 어디에?
  • 이광우 대학부장
  • 승인 2011.05.18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가장 널리 퍼진 사회문제라면 어떤 것일까? 나는 익명성을 꼽고자 한다. 인터넷에서는 굳이 원하지 않는다면 실명을 밝힐 필요가 없기에 모두가 익명의 ‘누군가’가 되고 악플, 명예훼손 등 수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그 동안 익명성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는 수 없이 제기됐다. 예전이라면 단순히 익명성만이 인터넷을 대표하는 사회현상이었을 테지만 이제는 부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모두가 ‘대통령과 친한 사이’이고, 모두가 ‘방사능 전문가’로 변한다. 그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인터넷 속에서 1인 다역의 가면무도회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이 문제로 우리 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자게)과 디시인사이드 영남대갤러리(영갤)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시 모습을 서술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인터넷 속 가면무도회의 양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올해 입학한 A씨는 자신이 대학생활을 하며 느낀 점 등의 이야기를 영갤에 자주 올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글이 너무 적나라한 표현들로 가득하다며 비난했고, 결국 그곳에서 사실상 ‘매장’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그는 자게에서 글을 쓰기로 했고,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글을 작성했다. 자게에서 글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된 영갤 네티즌들은 곧바로 자게에 “위선자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글을 쓰며 A씨와 논쟁을 벌였다. 그러자 A씨는 “인터넷상에서 굳이 같은 모습을 보일 이유는 없다. 이곳까지 찾아와 시비를 걸 이유는 없다”며 반박했다. 이를 지켜본 학우들은 “동일 인물임을 밝힌 상황에서 다른 인격체로 인정해달라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거나 “인터넷 공간에서 괜한 트집을 잡는 것 같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짐작했겠지만 이 일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수차례 싸움으로 번졌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인터넷 상에서의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즉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현실과 다른 페르소나를 갖고 행동하는데, 특히 인터넷에서도 그 공간에 따라 또 다른 페르소나를 갖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새로운 사회현상이라고 바라보는 정도이기에 멀티 페르소나의 적정선 자체를 규정하거나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확실하게 정의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인터넷 속 멀티 페르소나가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까? 그 기준 또한 상당히 애매하지만 통상적인 기준은 설정할 수 있다. 가면 속 인격이 완전히 현실과 다른 인물이고, 같은 인터넷 속에서도 공간에 따라 완전한 타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른 모습을 보이더라도 인터넷이기에 멀티 페르소나가 용인되는 것이고, 문제시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A씨는 영갤, 자게 모두 동일한 사람임을 밝힌 상황에서 서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기에 논란을 빚었다. A씨를 지켜본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완전한 타인으로 행동하고 있기에, 논쟁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A씨가 잘못한 것이라고는 판단할 수 없다. 멀티 페르소나에 대한 사회통념적인 기준과 다른 행동을 한 것일 뿐이고, 직접적으로 타인을 모욕하거나 비방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A씨에 대한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과연 인터넷에서의 멀티 페르소나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적정선은 어디인지를 깊게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