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진국으로의 도약? ‘코갤 여중생 성추행 사건’을 바라보며
性진국으로의 도약? ‘코갤 여중생 성추행 사건’을 바라보며
  • 이광우 대학부장
  • 승인 2011.03.16 1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性진국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인터넷을 자주 사용한다면 한 번쯤은 접해봄 직한 단어다. 약간의 부러움(?)과 비아냥거림의 의미가 담긴 이 단어는 성에 대해 개방적인 나라, 주로 일본이나 미국을 의미하는 뜻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발을 내딛을 듯하다. 괜한 기우로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을 접한 뒤 확고하게 드는 생각이다. 국내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 사이트는 ‘갤러리’라는 이름을 가진 게시판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곳에 자유롭게 여러 생각이나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지난 8일, 디시인사이드 코미디갤러리(코갤)에 한 네티즌이 ‘정모’에서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렸다. 정모 후기사진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주제, 하지만 내용은 가관이었다. 여러 명의 남학생이 한 여학생(중학생)에게 술을 먹인 뒤(반강제였을지 자의로 마셨을지는 모르나) 모텔에 데려가 성추행을 하고 사진을 찍어 유포한 것이다.
물론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나 ‘발바리’로 대표되는 연쇄 성폭행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사건은 그동안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때까지의 유사 사건들과 달리 이번 일은 처음부터 ‘장난’으로 시작된, 성추행을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 생각한 일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모두 그러했다. 그 동안 이번 사건에 연루된 네티즌들의 모습을 코갤에서 자주 봤던 나로서는, 특히 건전하지 못한 사진을 수차례 올리던 ‘피해자’ 네티즌을 봤던 나로서는 한쪽의 일방적인 ‘성추행’이라기보다는 ‘둘 다 똑같구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웠다.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수치심이 들었다.
가뜩이나 순위와 대외 이미지에 민감해하는 ‘대한민국’이 자칫하면 우리가 일본과 미국을 보듯, 혹은 한 단계 더 심화된 ‘性진국’이 될 것임은 명백하다. 불명예스러운 칭호를 받길 원하는 자는 없다. 국가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의 얼굴에 먹칠하는, 우리나라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는 별다른 문제를 지각하지 못하고 있다. 연예계 스폰서 문제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임은 부정하지 않으나 앞으로 더 걱정해야 할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은 바로 우리 사회 특히 10대~20대 초반 즈음에 만연한 성에 대한 무감각화라고 본다. 성에 대한 지속적인 무감각화, 이번 ‘코갤 여중생 성추행 사건’은 앞으로 발생할 더 큰 문제들의 신호탄 역할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담벼락에 가위를 그려놓는 정도의 대안으로는 결코 노상방뇨를 막을 수 없듯, 단순한 규제나 처벌 정도로는 문제의 해결은 막을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음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마치 불법 윤락업소 집중단속 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도심 유사성행위 업소처럼 말이다. 잘못된 것을 깨우치는 순간이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선진국으로의 도약과 性진국으로의 도약, 우리는 어떤 길을 걷고자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할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