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가 ‘대물’이다
국민 모두가 ‘대물’이다
  • 박유수(정치외교2)
  • 승인 2010.12.0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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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때 모든 수업의 첫 시간에서 항상 이런 질문을 받았다. “정치란 무엇인가?” 쉬운 질문인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곤혹스러운 질문은 없다. 질문을 받으면서 “정치란 잘 하면 사람을 살릴 수 있고, 못 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는 답을 내렸고 이 속에서 자아도취하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한 특강에서 받은 질문은 큰 충격이었다. 강연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정치란 무엇이며,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는가?”하고 물었다. 정치학도로서 부끄러웠다. 내가 보고 듣는 정치는 희망이 없는데 희망이 있다며 오히려 희망고문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를 통해 나는 정치에 대한 이러한 회의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드라마 ‘대물’은 현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극에는 현실 정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들과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하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여당 대표 조배호는 정계 거물로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미술품 거래와 개발 예정지 투기 등 온갖 술수를 벌인다. 그의 밑에서 정치를 배운 강태산은 ‘흑막정치’를 타파하고 차기 대권을 장악해 개혁정치를 이루려는 야심에 찬 인물이다. 하지만 지나친 나머지 조배호처럼 권력을 위해 온갖 비열한 행동을 일삼게 된다.

서혜림의 역할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아나운서 시절 억울하게 남편을 잃고 정부에 항의하다 방송국에서 해고된 후 보궐선거로 임기 1년의 국회의원과 남해도지사를 거쳐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된다. 드라마 특성상 현실보다 빨리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는 대목은 비현실적이다. 선거 과정에서 법정 공탁금만 내고, 흑색선전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정의와 원칙을 지키려는 모습, 정치 초짜인 주인공이 당 중진들이 모인 자리에서 할 말 다 하는 모습 역시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모습에 열광한다.

그의 행동은 권력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현실 정치인들을 때리는 회초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가 “우리는 대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합니까”하고 울부짖는 모습은 정치권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의구심이 든다. ‘현실에서 이상 정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나 또한 권력 앞에서 고개 숙이고 돈 앞에서 무릎 꿇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자신 있게 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구태의연한 기성 권력에 맞서 정의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 역시 정치가 타락하면 사회 전체가 타락하는 점을 잊지 말고, 정치인들을 향해 ‘썩었다’고 조롱하거나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개인이 모여 국민이 되고, 1%의 가능성이 모여 현실이 된다는 논리를 배운다. 국민들의 노력이 바른 정치를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혜림이라는 영웅이 희망을 만들어주려고 하지는 않으면서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는 정치를 타파한 것이 아니다. 정치는 무엇을 하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국민의 ‘대물’일 뿐이다. 비판하고 행동하는 국민 모두 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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