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들을 다시금 알게 됐다. 우선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는 ‘냉혹한 현실’이다. 우리 20대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전쟁의 참상을 겪거나 그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다. 이전의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가 남북 평화 공존 정책을 통해 북한을 어르고 달랬기 때문에 곧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이 언제든 도발해올 수 있고,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그 규모를 떠나 언제든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줬다. ‘철의 장막’이 걷혔다고 하지만 한반도에서 냉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북한의 이번 행동에 정작 ‘우리 민족’은 없는 듯하다. 북한 체제에 잘 훈련된 사람들이 곧잘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리 민족(끼리)’이다. 연평도가 비록 남한의 영토이고,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지만 엄연히 ‘우리 민족’이 살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 포탄을 대량 발사해 ‘우리 민족’, 그것도 민간인의 목숨까지 빼앗고, ‘우리 민족’의 터전을 어지럽혔다. 이어 “무서운 불벼락을 내려 서울을 송두리째 들어낼 것이다”는 말로 위협하면서 남쪽에 있는 ‘우리 민족’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동시에 한반도 평화 실현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남한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역시 관계 악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민족’이라는 구호가 대남 전략에 필요한 허울에 지나지 않음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포격 사건이 발생하고 벌써 한 주가 지났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나서 그런지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도 가끔 실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4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뒤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문제에서는 앞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연평도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진 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민간인 희생자 故 김치백·배복철 씨의 명복을 빈다.
저작권자 © 영남대학교 언론출판문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