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질, 투자한 만큼 얻는다
강의 질, 투자한 만큼 얻는다
  • 박주현 취재부장
  • 승인 2010.12.03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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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環境), 생물을 둘러싸고 있으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조건이나 상황을 말한다. 강의실에서 온종일 생활을 하는 학생에게 강의실이라는 환경은 거의 공기와 같다. 우리 대학교 학생에게 있어 강의실이라는 공간. 적인가 동지인가.

좋은 강의실을 위해 시청각 여건, 기후환경, 개인 작업 환경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750Lx)의 밝기를 확보해야 하며 멀티미디어 자료를 사용할 때는 밝기를 조절하기 쉬워야 한다. 또, 사람의 시청각 능력으로 미루어 수용자로부터 최대 9m가 떨어진 곳까지가 일반적인 학습이 가능한 거리로 이야기된다.  

우리 대학교 강의실, 이 같은 기준에 만족하고 있을까. 김창운 시설팀장의 말에 따르면 평균적인 우리 대학교 강의실은 벽 면적 중 3분의 2는 흡음재를 사용하며 3분의 1은 필름재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바닥은 인조석으로 돼 있으며 환경 개선을 요구할 시, 데코 타일을 깔 수 있다. 천장은 석면 해체 작업을 거의 완료했으며 친환경 GTA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2008년 제2과학관 강의실을 리노베이션한 것으로 설치비용을 미루어 봤을 때, 제곱미터 당 45만원이 소요된다.

또 강의실 내 기자재의 경우 빔프로젝터와 암막 등 멀티미디어 기자재는 거의 갖추고 있으며 고장난 부분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수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약학대 강의실은 방음기능이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약학대 전체 강의실 중 205호를 제외한 모든 강의실의 벽면에 흡음재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출입문 또한 방음기능이 없는 나무소재의 문이 사용되고 있다.

약학대 203호 강의실의 벽면에는 흡음재가 설치돼 있지 않다.

부실한 강의환경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이채진 씨(약학3)는 “강의를 듣고 있으면 강의실 밖 공과대 출입로에서 학생들의 말소리가 들려 수업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약학대의 열악한 강의 환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기기센터의 빈 공간을 사용하고 약학대 리모델링을 토대로 하는 강의 환경 개선안이 연기돼 시행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과대의 사정도 약학대와 유사하다. 천장공사가 되어 있지 않아 복도의 소음이 울려 수업에 지장이 있으며 심야전기관이 실외에 드러나 외관상 좋지 않다. 따라서 내년 건축물관리비 명목으로 복도 천장공사를 요청한 바 있다.

천장공사가 돼 있지 않아 복도의 소음이 울리는 인문관

문과대 외에도 약 6개 단과대에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강의실 및 단과대 건물 내부 공사를 의뢰했다. 또, 현재 재산관리팀에 수합된 기자재 관련 교육환경 개선요구안은 총 9억 8백54만 5천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 내에서 운용하기 위해 우선순위에 따라 일이 추진될 수 밖에 없다.

김철봉 문과대 행정실장은 “예산만 확보된다면 강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며 “문과대의 열악한 환경을 알고 있지만 우선순위를 염두해 두고 있어 선뜻 요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주저했다.

우리 대학교, 강의 환경 개선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을까. 09년 학교비 회계 결산서에 따르면 스터디룸 신축 등에 쓰이는 건축물관리비 항목이 32억 8천4백34만 2천10원, 책걸상 수리비로 쓰이는 장비관리비 항목이 8억 2천6백만 2천2백80원, 그 외 시설을 유지 관리하는 비용인 기타시설관리비 항목이 8천3백30만 9천8백50원이다. 이 비용을 모두 합하면 총 지출 규모 대비 약 1.5%를 차지하는 비용이다. 항목 내에 교육 시설과 연관이 적은 부속기관, 연구소 관리비도 포함돼 있으며 작은 규모의 예산 집행의 경우 단과대에 이월된 예산으로 강의 환경을 개선한 사례가 있어 염두해 두어야 한다.

강의 환경의 질을 묻는 학생 설문조사가 반영된 경향신문 대학지속가능지수에서 우리 대학교보다 상위에 위치한 숙명여자대학교와 조선대학교의 경우 전체 지출 대비 강의 환경 개선 투자 비중이 높았다. 숙명여대는 우리 대학교보다 다소 높은 3.3%를 차지했으며 조선대는 2.2%를 차지했다. 투자에 따라 교육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대학교가 높은 교육 만족도를 위해서는 예산 투자가 시급하다.

내년 예산을 편성하는 가운데 강의 환경 개선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을까. 이재원 기획처장(기계공학부)은 “학생과 수업에 도움 되는 안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되는지, 또 타 단과대와의 형평성에 어긋나는지 검토한다”고 밝혔다.

최근 대구대학교는 이러한 재정적 어려움을 딛고 경상대 캠퍼스를 크게 리모델링했다. 2억 5천만원을 들여 44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 5개, 정원이 76명인 강의실 1개를 만든 것이다. 저번에 스터디룸 9개, 휴게실 1개를 만든 것에 더 투자한 것이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대구대 경상대 강의실의 내부 모습이다.

이용 가능한 강의실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기존에 강의실 세로 길이가 길어 가장자리에 앉으면 칠판이 보이지 않던 구조를 방향을 바꿔 가로 길이가 긴 강의실로 개조했다. 바닥재를 카페트를 사용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강의실 구조에 맞도록 책상을 원형으로 주문제작했다. 착석 시 편안함을 중시해 개당 12만원에 달하는 의자를 구입했다.

강의실 환경을 개선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공사 금액 뿐만이 아니다. 소형강의실을 대폭 늘어나면서 필요한 강의 시수와 교수진이 늘었다. 윤만희 경상대학장(대구대 경영학과)은 “반대로 정원이 1백20명인 강의실에 소형강의를 편성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이를 해소한 셈”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주변 대학교에서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 가운데,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하려는 구성원의 요구는 커지고 있다. 양정훈 교수(건축학부)는 “강의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유지·관리를 위해 인조석 또는 타일을 마감재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면서도 “빔프로젝터를 이용할 경우 스크린과 칠판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에 유의해야 한다. 또 다수의 학생이 일정 시간동안 밀폐된 강의실에 있기 때문에 환기설비 도입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 대학교는 복층유리의 일반 창문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중창문을 설치해 외부 소음과 에너지 누출로부터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김철봉 문과대 행정실장은 “책걸상의 규격을 통일하면 노후화된 것만 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강의실에 있는 책걸상이 통일돼 시각적 안정감을 줄 것”이라고 바랐다.

약학대의 한 학생은 “노후화된 강의실을 보면 우리 단과대의 위상이 위태로워보인다”며 불안해했다. 우리 대학교에서 자부심을 갖는 ‘Y형 인재’육성은 학내 구성원이 우리 대학교 환경에 긍지를 가질 수 있을 만한 ‘Y형 캠퍼스’, ‘Y형 강의실’ 투자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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