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색을 입히고 혼을 불어넣는 조형대인, 그들은 꿈을 그린다
종이에 색을 입히고 혼을 불어넣는 조형대인, 그들은 꿈을 그린다
  • 윤미라 기자
  • 승인 2007.04.10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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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이 자정을 넘겨 학교가 어둠과 정적에 쌓여 있을 때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두 곳이 있다. 바로 학생회관과 그 맞은편에 위치한 조형대이다.
 조형대 입구에 설치된 작품에서부터 ‘예술’의 오로라가 느껴지는 듯하다. 건물로 들어가 보니 저마다 이젤에 놓인 흰 종이에 색을 입히고 그들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이곳은 조형대 내에서도 회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물감 묻은 앞치마를 입고 캠퍼스를 거니는 학생들을 보면서 누구나 그들의 일상이 궁금했을 것이다. 지금부터 그들의 일상과 꿈, 그리고 ‘예술’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 보자.

그림은 바로 나 자신
 동양화과 대표를 지내고 있는 유현 군은 집에서 나오면 다른 건물에 수업이 없는 한 실기실에서 쭉 지낸다고 한다. 자정, 새벽 2시까지 있는 경우도 많단다. 하는 것 없이 있을 때도 많지만 그 자체가 그림에 대한 소재를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작품 제출을 위해 학교에 있는 시간도 많지만 과제를 하는 동시에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 그것이 바로 그들만이 느끼는 삶의 즐거움이 아닐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보통 “그림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 자신의 성격,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그림 속에 녹여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학 4년 동안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으로서 여러 예술적 기법과 예술사 등을 익힌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완성한 작품들은 졸업작품전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그림 그리며 살기에는 배고픈 현실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그림만을 그리며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마주치면 자신 있게 ‘화가가 되겠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아직 그림을 그리며 사는 일은 ‘배고픈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경우 디자인계열을 복수전공하거나 전공과 무관하게 진로를 결정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림 그리기를 원한다면 대학원에 진학해 강단에 서거나 학원선생님이 되기도 한단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할지라도 밤을 새우며 마음껏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그들 모두 가슴 속에 키우고 있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림은 해석이 아닌 느끼는 것
 그림 보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기자의 물음에 유 군은 즉시 “그림은 의미를 찾으려하거나 담긴 뜻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그대로에서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법’이 없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물감을 튀기거나 낙서 같은 추상적인 그림을 보면 거기 담긴 의미를 찾으려 애쓴다. 작가는 뜻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보는 사람은 느끼면 될 뿐”이라는 유 군도 사실 처음에는 그림의 의미를 찾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그림을 보는 법’이라는 책이 출판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책의 저자 역시 ‘그림이 표현하고 있는 느낌, 즉 보는 이의 감동이 바로 그림의 생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 비록 고흐와 피카소 밖에 모를지라도 주저하지 말고 가까운 전시회에 찾아가 자신만의 느낌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이렇게 보는 이와 그리는 이의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매일같이 그림을 구상하고 표현해내는 조형대인들. 어둠속에 빛나는 조형대의 저 환한 조명들은 창작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려는 조형대인들의 소망의 상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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