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회 천마문화상 소설부문 심사평
제41회 천마문화상 소설부문 심사평
  • 편집국
  • 승인 2010.12.0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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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교수(불어불문학과)

본선에 오른 작품은 <아버지의 훈장>, <오타쿠 증후군>, <욕조 안에서>, <지하철>, <하늘을 나는 닭>, <굿바이 세렝게티> 이렇게 여섯 편이다.

 

 

 

<아버지의 훈장>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쟁터와 집이 대위법적으로 오가며 전개되다가 결말 부분에서 절묘하게 접합되는 서사적 구성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결말이 매끄럽게 마무리되지 못하고, 앞의 내용이 중복되는 오류가 발견되어 당선권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오타쿠 증후군>은 매니아라는 소재를 성장소설의 틀 안에서 전개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서사를 끌어가는 힘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성룡 매니아(이것은 흔히 보는 이소룡에 대한 열광을 성룡으로 대체시킨 것뿐임), 영화광이라는 소재는 다소 진부하고 어디서 읽은 듯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켜 참신한 상상력이 아쉽게 느껴졌다.

 

 

 

<하늘을 나는 닭>. 이 작품은 사실적인 구성에 환상적 요소를 가미하고자 한 작품이다. 낯선 이를 아무 거리낌없이 친구로 받아들이는 현실이나 현실적인 상황에서 느닷없이 동물과의 소통이 가능한 환상의 세계로의 옮겨가는 플롯구성은 설득력이 부족하고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을 준다. 기성작가들(이기호 혹은 김중혁)의 시도를 모방하기 보다는, 본인만의 독창적인 내용과 형식을 성취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욕조 안에서>. 어머니와 친구,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서사를 전개시켜 나가는 방식은 그 자체로는 흥미로운 시도이다. 그러나 이따금씩 등장하는 어휘의 부적절한 사용과 오타는 작가가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할 사항이다.

 

 

 

<지하철>은 구성적인 면에 있어서나 사건 전개에 있어서 소설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작품이다. 특별한 문제제기 없이 자기 소외와 토로로 일관하는가하면, 하루의 일상을 특징없이 전개시켜 나가는 태도는 이 작품을 소설 보다는 내면일기나 수필 정도로 분류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더욱이 가독성이 떨어지는 어색한 문장들, 부적절한 조사의 사용이 눈에 더러 띄는데, 문장에 대한 세심한 고민과 신중함이 요구된다.

 

 

 

<굿바이 세렝게티>는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는 힘이나 인물설정의 설득력, 그리고 수사를 구사하는 방식에 있어서 소설의 기본기에 충실히 따르고 있는 작품이다. 작은 키 콤플렉스와 대머리 콤플렉스, 여장남자가수와 삼류광고의 엑스트라 배우 등, 신체적 열등감과 사회적 냉대, 경제적 압박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같음과 다름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흥미로우면서도 신선했다. 하류인생들의 삶의 비애를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계 속의 대머리 황새의 이미지에 투사시켜 그려내는 솜씨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만 반복적인 문장구조의 사용과(가령, --일쑤였다. --일쑤였다), 간혹 눈에 띄는 시제와 조사사용의 어색함은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려 우수작이 되기에는 다소 미흡한 느낌을 주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계속해서 문학적 정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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