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 이정호(정치외교1)
  • 승인 2010.11.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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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하다. 우리들은 앞만 바라보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 결과 로봇이 움직이듯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일하는 기계적인 버릇이 생겼다. 정해진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잠시 여유를 가지고 뒤를 돌아볼 수 있어야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여행의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혼자 여행하기 전까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하지만 3년 전 여름방학 때부터 지금까지 어디든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난다. 어릴 적부터 여행을 좋아했지만 본격적인 여행은 안양예고에 지원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면서 먼 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안동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후 안양예고에 면접을 보러 혼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목격했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사람, 시계를 보며 초조해 하는 사람, 가는 시간이 아까워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찌 보면 아주 사소한 풍경들이 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경험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새로운 것을 느낀다. 이것이 여행을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각기 다른 삶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낀다.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흥미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각 지역의 색다른 사투리이다. 여행하면서 제일 먼저 가는 곳은 그 지역의 시장이다. 비록 알아듣지 못하지만 시장 상인들과 손님들이 그 고장의 말을 주고받으며, 웃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사투리로 서로 소통하고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이 참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여행의 추억은 어떤 물품이 아니라 오직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여행할 때 사진기를 일부러 가져가지 않는다. 이상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여행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 가져가지 않기로 다짐했기에 지금도 나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 즐기러 가는 여행이 아닌 색다른 것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 나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찾고 싶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 여행을 하면서 본 산과 물 그리고 사람들은 변하기 때문이다. 산과 강은 언제 인간의 의해 파괴될지 모른다. 사진기를 가져가지 않는 이유다. 여행하며 느낀 사람들의 모습, 자연의 향기, 동물, 산과 물을 추억이란 단어로 남기는 것이 더 좋다.

여행은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들은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인간과 자연 본연의 가치보다 중요한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의 정서는 메말라가고 길 위의 풀꽃 하나,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세월을 노래하는 시내, 머리카락을 하늘하늘 날리는 바람 등의 자연과 사람들의 정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잠깐이나마 여유를 만끽하며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것, 삶을 다시 되짚어 보는 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를 풀기 위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 도움이 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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