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과 복부비만의 상관관계
흡연과 복부비만의 상관관계
  • 이근미 교수(가정의학교실)
  • 승인 2010.11.1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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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제2형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관상동맥 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의 중요한 원인일 뿐만 아니라 이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 역시 높다. 우리나라에서 비만 인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2007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체질량지수 25이상인 비만 인구가 31.7%로 밝혀져 비만은 중요한 건강문제가 되고 있다.

흡연 또한 중요한 건강 문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15세 이상의 남자의 흡연율은 61%였으며, 2007년 한국갤럽 조사결과에서 남성 흡연율은 43.7%로 드러났다. 여성 흡연율은 3.7%로 감소하였으나 미국(28.6%), 영국(29%), 독일(36.8%)등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금연이 건강 증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금연 후에 나타나는 비만은 금연 성공률을 감소시키고, 건강을 위험에 빠트린다. 한편 흡연이 체중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잘못 전달돼 청소년 및 여성을 흡연자로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흡연 여성의 60%정도는 체중 감량 및 체중 유지를 위해 흡연을 한다고 한다.

흡연정도에 따른 비만도

흡연과 복부비만의 관계에 대해서는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다. 어떤 연구에서는 흡연자의 체중, 체질량지수, 허리둘레/신장비가 낮았으나, 어떤 연구에서는 흡연자의 체지방률이 오히려 높아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연구에서 흡연과 체중, 체지방 분포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흡연 정도를 세분하지 않고 단지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나누어 조사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복부비만의 지표로 허리둘레를 살펴보고 실제 흡연이 체지방을 비롯한 여러 가지 비만지표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아봤다. 또 흡연량이 체지방 및 복부비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우리 대학교 의료원에서 건강검진을 시행한 4백75명을 대상으로 나이, 성별, 흡연력, 음주력, 과거병력, 신체활동도, 운동정도 등을 설문지를 통해 조사하고, 혈압, 신장, 체중, 허리둘레, 엉덩이둘레를 측정했다.

또 혈액검사를 통해 공복 시 혈당, 혈중 지질농도를 측정하고, 전기저항법을 이용하여 체지방량을 측정한 뒤, 성인 남성의 흡연과 체지방 및 복부비만의 관련성을 분석하였다.

연령, 음주, 운동, 체질량지수 보정 후 흡연 정도에 따른 체지방률.
Ex-smoker : 1년 이상 금연하고 있는 사람 / Mild smoker : 경도 흡연자(하루 1갑 미만)
Moderate smoker : 중등도 흡연자(하루 1갑 이상 ~ 2갑 미만)
Heavy smoker : 고도 흡연자(하루 2갑 이상)

그 결과, 체질량지수, 나이, 신체활동, 운동, 음주량을 보정했을 때 남자에서 흡연은 체지방율(그림1), 허리둘레(그림2), 허리 엉덩이둘레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체질량지수와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량에 따른 차이를 보면, 흡연량이 증가할수록 허리둘레와 허리 엉덩이둘레비는 증가하지만, 경도 흡연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비흡연자나 금연자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2).

연령, 음주, 운동, 체질량지수 보정 후 흡연 정도에 따른 복부비만도.
Ex-smoker : 1년 이상 금연하고 있는 사람 / Mild smoker : 경도 흡연자(하루 1갑 미만)
Moderate smoker : 중등도 흡연자(하루 1갑 이상 ~ 2갑 미만)
Heavy smoker : 고도 흡연자(하루 2갑 이상)

결론적으로, 성인 남자의 경우, 경도의 흡연자에서 허리둘레는 낮게 나타나고, 흡연량이 많을수록 복부비만지표인 허리둘레와 허리 엉덩이둘레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으로 보아, 흡연이 복부비만에 미치는 영향은 흡연량에 따라 다른 것으로 생각된다.

흡연자에서 복부비만이 많은 이유

흡연 남성 중 복부비만자가 많은 것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활성화로 인한 혈중 콜티솔의 증가와 테스토스테론의 감소가 원인으로 생각되어져 왔다. 흡연 여성에서는 안드로젠과 복부지방분포가 양의 상관관계에 있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어 시상하부에 작용하여 포만감을 증대시켜 식욕을 억제하고, 발열반응을 증가시켜 에너지 균형조절에 관여하는 렙틴이 흡연자의 복부비만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렙틴은 흡연, 체질량지수 및 체지방률과 양의 상관관계에 있으며 복부비만 지표인 허리-엉덩이둘레비와도 양의 상관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남성 흡연자의 흡연과 렙틴 농도에 관한 연구에서 같은 체질량지수를 가질 경우,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렙틴이 증가되어 있었고, 이를 통해 흡연으로 인한 렙틴의 증가가 식욕을 억제하여 흡연자에서 비흡연자보다 다소 체중이 낮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는 반대로 흡연과 렙틴 농도가 역 상관관계에 있었으며, 이러한 흡연과 혈중 렙틴 농도와의 상반된 결과 또한 흡연량에 따른 차이일 것으로 추측된다.

필자는 한국인 중년 남성에서 흡연량에 따른 체지방 분포의 차이를 알아보고, 이러한 차이가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어 에너지 균형조절에 관여하는 렙틴 농도와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조사를 실시했다. 건강검진을 시행한 30∼50세 남성 1백35명을 대상으로 흡연력, 음주력, 운동 및 신체 활동 정도를 조사하고, 다양한 비만지표들과 혈중 렙틴 농도를 측정하여 흡연량에 따른 각 비만 지표 및 렙틴 농도, 흡연 정도에 따른 고혈압, 고지혈증 및 고혈당 발생률의 차이를 알아봤다.

그리고 하루 한 갑 미만의 흡연자에 비해서 하루 한 갑 이상 흡연자들이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을 가질 위험도를 알아보았다. 실험자 중 최근 6개월 동안 체중의 변화가 있거나, 체중의 변화가 예상되는 다른 질환의 병력이 있거나 약물을 복용 중인 자는 제외했다. 그 결과 나이, 음주, 운동을 보정했을 때, 흡연량이 많을수록 체질량지수, 체지방률 및 복부비만의 지표인 허리둘레, 허리둘레/신장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도 흡연자의 경우에는 비흡연자나 금연자보다 허리둘레와 체질량지수, 체지방률이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나 흡연량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혈중 렙틴 수치 역시 경도 흡연자에서 비흡연자나 금연자보다 낮았고, 흡연량이 많을수록 증가하였으나 통계적 의의는 없었다(그림3).

연령, 음주, 운동에 따른 보정 후 흡연 정도에 따른 비만지표들. 윗줄이 (a)와 (b), 아랫줄이 (c), (d), (e)
(a)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P=0.001), (b)체지방률(%body fat)(P=0.029), (c)허리둘레(P=0.016),
(d)허리둘레신장비(P=0.007), (e)허리엉덩이둘레비(P=0.071).
흡연정도 분류; I: 비흡연자와 과거흡연자; II: 하루 1/2갑 미만의 흡연자; III: 하루 1/2-1갑 흡연자; IV: 하루 1갑 이상~2갑 미만의 흡연자; V: 하루 2갑 이상 흡연자


하루 한 갑 미만의 흡연자에 비해서 하루 한 갑 이상 흡연자들에서 고혈압이 생길 위험도는 3.5배, 고혈당이 생길 위험도는 3.9배이나 더 높았다(표1). 결론적으로 흡연량에 따른 혈중 렙틴 농도는 유의미한 차이는 볼 수 없었으나 비만도는 흡연량에 따른 차이를 보이며, 고도 흡연자에서 복부비만이 많았다(그림4).

연령, 음주, 운동, 체질량지수 보정 후 흡연 정도에 따른 혈중 렙틴 농도
Ex-smoker : 1년 이상 금연하고 있는 사람
Mild smoker : 경도 흡연자(하루 1갑 미만)
Moderate smoker : 중등도 흡연자(하루 1갑  ~ 2갑 미만)
Heavy smoker : 고도 흡연자(하루 2갑 이상)

흡연과 다이어트 후 요요현상

비만 환자에게서 식이조절, 운동 및 행동치료 등으로 감량한 체중은 대부분 다시 증가하며, 거의 대부분에서 5년 이내에 정상 체중 혹은 그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장기적인 체중 조절이 어려운 이유는 체중 감량 후에 체중이 다시 증가되기 쉬운 대사 상태로 바뀌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 후에는 기초대사율이 감소하고,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게 되며, 골격근에서 지방 산화가 감소하여 지방조직에 저장되기가 쉬워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체중의 증가는 감량 후 첫 2~5년 이내에 발생하며, 2~5년간 체중을 잘 유지하면 장기적으로 다시 증가할 위험이 50%로 감소한다. 초기에 체중 감량이 클수록 장기적으로 체중을 유지하기 쉽다. 이러한 다이어트 후 체중의 재증가는 이전에 요요현상이 많았던 사람일수록 흔하며, 재증가시에는 복부비만과 관련이 있다.

필자는 우리 대학교 의료원 가정의학과 비만클리닉에서 체중감량에 성공했었던 1백70명을 대상으로 체중감량 후 성공적인 체중유지와 관련되는 여러 가지 요인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 결과 연구 대상자 중에서 6개월 이상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였던 유지군은 35.9%로 61명(남성:23명, 여성:38명)이였으며 체중이 다시 증가한 비유지군은 64.1%로 1백9명(남성:42명, 여성: 67명)이었다.

체중감량 유지군과 비유지군을 비교하여 보았을 때, 성별과 나이 그리고 기초체중에 따른 차이는 없었으나, 체중 감량기 동안 감량의 정도가 많았던 경우와 유지기간 동안 장기적으로 약제를 사용한 경우에 감량된 체중을 더 잘 유지하였다. 또한 TV 시청 시간이 많을수록 체중이 쉽게 증가한 것으로 보여지며, 흡연을 하는 여성일수록 체중을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남자의 경우에는 외식이 많고 술자리가 많은 것이 체중 유지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었다.

그러므로 비만을 치료하거나 장기적으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TV 시청 시간의 제한, 금연, 회식 횟수 줄이기와 절주와 같은 생활습관 개선이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금연하는 경우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이것은 흡연충동을 막기 위해 간식을 섭취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마치 흡연하면 살이 빠지는 것으로 오해하고 다이어트의 한 방법으로 흡연을 하거나 금연 후 체중이 증가해 다시 흡연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앞의 자료에서 보았듯이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할 시, 복부비만이 되기 쉽다. 이 질병은 심장병,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뇌혈관질환, 퇴행성관절염과 같은 만성질환의 중요한 요인이 되므로 흡연과 건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또 흡연자는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요요현상이 생기기 쉽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암은 흡연과 잘못된 식생활습관이 70%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금연과 건강한 식생활습관만으로도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가을 우리 금연계획을 한 번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이근미 교수
(가정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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