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정치인과 시민들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정치인과 시민들
  • 임기덕 기자
  • 승인 2009.11.04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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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감사와 재․보선 지원유세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던 △△당의 A 의원은 오랜만에 자신의 미니홈피에 접속하여 오늘의 방문자수(이하 투데이)를 확인했다. 투데이 3000. 나쁘지 않았다. 불과 몇 해 전까지 A 의원의 민심 관리는 모니터 앞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약수터로, 재래시장으로, 사회복지시설로 바삐 뛰어다녔지만 요즘은 그 횟수가 줄었다.

근래 몇 년 새 미니홈피가 각광을 받고 지역민들과 조금 더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게 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 것. 그는 의정활동 중 생긴 에피소드, 추억이 담긴 사진들, 국회 밖에서의 자신의 모습 등을 미니홈피에 올린다. 방명록에는 "의원님도 신종플루 조심하세요." "A 의원님, 이번에도 예산 많이 끌어다 주십시오." "의원님 파이팅!" 등 격려와 부탁의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상대방의 미니홈피에 방명록을 남기는 것은 필수. 요즘은 트위터에도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그는 이제 넷심을 천심으로 삼고 있다.

한편 정치의식이 높은 A 의원의 지지자들은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팬클럽을 만들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구성원들끼리 만나 공통의 취미생활을 함께하고 A 의원을 위한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집회 참여나 서명 운동과 같은 집단행동을 같이 하기도 하면서 A 의원의 '정치적 동반자'요 '힘'이 돼주고 있다.

 

미니홈피와 트위터로 간격 좁혀

오늘날 인터넷은 정치인과 시민들 간의 거리를 좁히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이전에 대다수 정치인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주로 활용해 왔다. 이는 소통보다는 정치인 개인에 대한 단순한 정보 전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소통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미니홈피나 트위터 등이 각광을 받으면서 정치인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니홈피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날 떠오르는 생각을 트위터에 담아낸다. 그리고 누리꾼들과 미처 풀지 못한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미니홈피와 트위터를 이용해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1인 미디어 또는 1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인맥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미니홈피

실제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의 예전 사진들과 함께 현재 그가 살고 있는 집의 내부나 취미 생활을 담은 사진 등 지극히 평범하고 개인적인 내용들을 미니홈피에 공개하고 있다. 또한 사진 아래에 함께 실은 짤막한 글이나 다이어리의 내용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올리고 있다. 일종의 감성적 접근인 셈이다. 그의 미니홈피에는 개설 이후 9백 만 명 이상의 누리꾼들이 다녀갔으며 스크랩한 글의 개수도 20만 개를 넘어섰다.

그의 미니홈피에 올라온 댓글이나 방명록의 글들은 대체로 중년 이상의 사용자들에 의해 작성된 것들이 많았지만 20․30대들이 쓴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정치인들의 미니홈피에 글을 올림으로써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격려하기도 하고 직접 정책을 건의를 하기도 한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대표적인 트위터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총 1만6백30명의 팔로워(follower)를 기록하고 있다. 팔로워란 트위터 주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추종자'를 의미한다. 현재 그는 우리나라 정치인들 트위터 중 가장 많은 팔로워를 자랑한다. 하지만 노 대표의 마들연구소 박주님 실장은 "팔로워가 이제 겨우 만 명을 넘었다"며 "직접적인 소통의 확대라고 하는 초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멀었지만 트위터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무궁무진한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트위터

노 대표 외에도 트위터를 이용하는 정치인은 원내외를 합쳐 대략 30명 정도이다. 김형오 국회의장, 나경원 의원(한나라당),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정동영 의원(무소속)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대학 박한우 교수(언론정보학과) 연구팀이 이들의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약 58%는 다른 사용자에게 이야기하는 대화 메시지였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73%는 개인적 주제를 담고 있었다.

박 교수는 "미니홈피나 트위터 등은 사용자 간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때문에 정치인이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서 벗어나 개인적이고 신변잡기적인 소재까지 유권자들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싸이월드나 트위터에서 일촌 또는 팔로워를 신청하는 것이 거리를 좁히고 소통하기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며 "양측의 소통을 통해 간격을 좁히고 더 나아가 직접민주정치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토론이나 이성적 판단 없이 흥미와 인기 영합 위주로 치우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클럽을 통해 정치에 다가서는 시민 정치인들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은 '노사모'다. 노사모는 일반적인 소규모 지지 모임과는 달리 전국적 규모의 공개 조직으로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박사모(박근혜)', '시민광장(유시민)' 등 유사한 형태의 많은 정치인 팬클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 정치인 팬클럽은 특정 정치인과 그의 신념을 따르는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 아래 조직을 운영한다.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할애할 수 있으며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하지만 신념이나 행실이 바르지 못하면 지지자가 언제든지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

모임은 온라인에서 비롯됐지만 소통방식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모임에 소속된 이들은 집회 참여와 서명 운동 전개와 같은 정치적 활동도 활발히 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기도 한다. 각종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비정치적인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시민광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홍근우 씨(경북대 사회3)는 "조직은 있지만 위계적 질서에 의해 강요받지 않고 순전히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씨는 "해당 정치인을 지지하지만 우리의 신념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려 할 경우에는 감시 기능을 작동시켜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인 팬클럽의 등장은 시민의 역할이 '동원의 대상'에서 스스로 참여하는 '정치적 주체'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김태일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정치인에 의해 시민이 행사에 동원되던 시대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패러다임이 변화한 데 그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인 팬클럽은 시민의 참여와 협력을 요구하는 새로운 시대의 조류를 나타내는 징표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정치인 팬클럽이 보이는 배타성으로 인해 대체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인다. 앞서 홍근우 씨도 "일반대중들에게 우리가 외골수로 비춰지는 것이 가장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른 가치와도 상호 공존할 수 있어야 하며 책임 있는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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