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서
20대,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서
  • 라경인 편집국장
  • 승인 2009.11.0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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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하반기 대기업들의 신입사원 선발이 한창이다. 최종합격의 순간을 꿈꾸는 장기취업준비생에게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요, 가시방석이다. 취업정보 카페에는 원서지원에서부터 최종면접까지 취업준비생들의 치열한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제 스펙으로 합격할 수 있을까요?’, ‘직무적성검사 수리영역 어렵지 않았나요?’ 등 취업과 관련한 질문들이 넘쳐난다.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취업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우리네 청년들은 오늘도 모니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2

중간고사 이후, 수업 첫 시간. 이번 중간고사 결과에 대해 교수가 말문을 연다. “여러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기본적인 글쓰기 능력이 많이 부족해요. 수동적으로 정보를 외우다보니, 생각하며 답안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군요”라며 창의적인 글쓰기를 종용한다. 학우들, 교수의 말에 동의는 하지만 이내 씁쓸한 표정을 숨길 수 없다. 초·중·고등학교동안 사지선다 문제유형에 정답을 맞히는 연습만 죽도록 해왔던 탓이다. 무려 12년 동안 수동적인 교육에 물들었던 우리가 얼마나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3

우리대학 기초교육대학원에서 평균학점 4.0이 넘는 1학년을 대상으로 ‘리더십 아카데미’를 시행하고 있다. 일명 ‘차별화된 엘리트교육’을 진행한다는 포부를 밝힌,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을 살펴보자. 교육은 총 8회에 걸쳐 진행되며, 강좌는 이미지 메이킹, 봉사활동, 승마(또는 골프)의 이해, 뮤지컬(또는 연극) 관람, 갤러리 관람, 3사관학교 견학, 미8군 견학, 서구문화의 이해(양식매너와 와인의 이해)가 계획돼 있다. 그 중 승마(또는 골프)의 이해, 서구문화의 이해(양식매너와 와인의 이해)라는 강좌명만 들어보면 대학에서 시행하는 엘리트 교육인지, 기업에서 하는 재벌2세 교육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진정 이러한 교육으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리더십이 함양될 수 있을까.

#1,2,3는 공통적으로 ‘20대들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1은 취업준비생 대다수가 그러하듯 대기업에 취업하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남을 밟고 올라간다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우리. 사람들 속에서 연대와 배려를 배울 사이도 없이 쓸쓸히 경쟁시장에 내맡겨져 버렸다. #2는 수동적인 교육에 물들어 능동적인 사고가 부족한 우리의 모습이다. 초·중·고등학교서부터 단편적인 정보를 입력하는 학습과 훈련을 받은 우리. 진정한 앎을 추구하고 성장해나가야 할 대학사회 안에서도 수동적인 학생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3은 ‘리더십’이라는 환상에 빠져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리더십’에 관한 학내외 교육이 넘쳐나지만, 진정 사회조직에서 필요한 ‘헌신, 인내, 포용’과 같은 내면적 가치를 키우기 위한 교육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너도나도 타인을 이끌어가기 위한 리더교육만 받고 있을 뿐, 실제 시민사회를 구성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민교육은 찾아보기 어렵 다.

이러한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위기의 여파가 큰 원인이 된 듯하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비정규직이 비율이 늘어나고, 청년실업이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삶에 대한 욕구는 점차 커져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들은 취업을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실질적이고 기술적인 학습에 몰두하게 돼 점점 ‘삶에 대한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등 자신의 삶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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