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입학사정관제도, 보완할 점 많아
불안한 입학사정관제도, 보완할 점 많아
  • 김용배 기자
  • 승인 2009.05.04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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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이민지(시각디자인3)
지난 3월 이효수 총장은 입학사정관제도(이하 사정관제도)의 시행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래 성장가능성과 우리대학의 인재상에 중점을 두고 학생을 선발하고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겠다’

우리대학의 인재상인 ‘Y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 3월 2010학년도 수시 2학기의 전형 중 사정관제도를 추가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Y형 인재’ 육성 정책 중 하나로서, 사정관제도로 선발한 우수 신입생을 통해 우리대학이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사정관제도란

사정관제도란 내신, 수능등급 같은 학력 뿐만 아니라 소질,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모집하는 제도이다. 또 대입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활용해 학생을 선발한다. 성적으로 모집하는 일반전형과 달리 심층면접이나 자기소개서로 잠재력을 평가한다.

한편 2010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인문․사회 자율전공학생 70명을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선발할 예정이다. 또 우리대학에서는 전문인력이 아닌 교수 중심의 입학사정관을 계획하고 있다. 제도의 1단계 평가에서는 자기소개서, 수상실적, 봉사활동 등으로 모집인원의 2배수를 선발한다. 2단계 평가에서는 심층면접 및 토론을 통해 학생들을 평가한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의 주관성에 따라 점수배분을 하기 때문에 비리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관제도에 대한 우려 있어

입학사정관의 주관성에 따라 입학여부가 갈리기에 입학사정관의 비리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이 있다. 교육학을 전공한 우리대학의 어느 교수는 “사정관제도를 실시 중인 한 외국대학에서는 합격자 중 60%정도가 입학사정관의 비리와 연루됐다. 우리대학은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평했다. 김재춘 입학사정관 전형 연구회장(이하 연구회장)(교육학과)은 “논리적으로 입학사정관들의 비리가 충분히 이뤄질 소지가 있다. 하지만 지방대인 우리대학에서는 이와 같은 비리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추측한다. 또한 비리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입학사정관을 위한 교육을 충실히 할 것”이라며 반박했다.

또 짧은 기간 동안의 심층면접, 자기소개서 등으로 수험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용교 교수(사회학과)는 “경북대학교의 입학사정관에 따르면, 최소 20분의 심층면접을 통해 수험생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나 기획력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한다”며 설명했다.

 

※입학사정관 전형 연구회: 우리대학에서 추진 중인 사정관제도에 대한 연구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수립하는 연구회이다. 회장은 김재춘 교수(교육학과)이고 임원은 신승훈 교수(영어영문학부), 정용교 교수(사회학과)으로 총 3명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의 잠재력 키울 수 있는 사후(事後)관리 없어

사정관제도의 본 목표인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키워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윤주 교수(교육학과)는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재력을 키워주는 것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을 위한 제도를 세우고 강의를 개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경희 기초교육대학장(생물학과)은 “사정관제도를 통해 모집한 학생과 일반전형을 통해 모집한 학생의 교육과정의 차이를 크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승훈 교수(영어영문학부)는 “사정관제도로 선발할 70명의 학생을 반으로 나눠 ‘대학생활의 설계’를 통해 학생들을 더 세심하게 관리할 것을 고려 중이다”고 밝혔다. 학생들을 위한 방침으로는 진로상담, 진로특강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선발된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우는 방안이라고 하기 어렵다.

 

사회적으로 사정관제도를 위한 기초자료 부족해

사정관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지 2년 정도 됐다. 입학사정관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대전 지역의 대학들이 개최한 ‘입학사정관제도 워크숍’(2009년 3월 19일 배재대에서 개최)에서 이 제도에 대한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이를 보도한 대전일보에 따르면, 작은 지역대학이 독자적으로 기초자료를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김재춘 연구위원회장은 “기초자료나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백 명을 모집하는 계명대학교와는 달리, 우리대학은 70명의 수험생을 모집하기 때문에 기초자료 없이도 사정관제도를 수립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타 대학과의 기초자료에 관한 교류에 대해서는 김재춘 연구위원회장은 “타 대학과 우리대학에서 바라는 인재가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기초자료 교류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한편, 정용교 교수는“앞으로 사정관제도를 시행하면서 점차적으로 기초자료를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범 선정대학에 떨어질 가능성 있어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30일에 ‘2009년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을 공표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사정관제도를 시행 중인 대학들 중에서 시범대학을 선정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우리대학의 사정관제도의 성공은 시범대학으로 선정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신승훈 교수는 “현재 이 지원사업에 신청하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대학이 시범 선정대학에 대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신규지원대학의 선정규모5개교 내외이다. 올해부터 신규 지원대학의 신청기준이 낮아져 시범 선정대학의 경쟁률이 4:1이나 5:1, 그 이상으로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경쟁률이 매우 치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대학은 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공지된 주요 평가 기준에 비춰볼 때 세 가지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사정관제도와 비슷한 전형제도를 운영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공지된 주요 평가 기준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제와 유사한 전형제도 운영 실적’에 대한 문항이 있다. 사정관제도와 비슷한 전형제도를 운영한 실적이 있다면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YU글로컬 이니셔티브 실행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워크샵’에서 김용찬 입학처장(수학교육학과)은 “우리대학은 입학사정관제와 유사한 전형제도를 운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둘째, 사정관제를 이용해 선발된 신입생의 규모가 너무 작다. 사정관제를 활용한 ‘학생 선발 규모 기준’ 문항에서는 전체 학생 중 사정관제도로 선발하는 학생의 비율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 비율이 10%이상일 경우 만점을 받는다. 가령, 계명대학교에서는 4백 명을 사정관제도로 선발하는 반면, 우리대학은 5천 5백 명의 신입생 중 70명만을 사정관제도로 뽑는다.

마지막으로 현재 인재 육성을 위한 사후(事後)관리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후(事後)관리‘를 묻는 문항에서 우리대학이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타대학과의 경쟁률이 높다는 점과 위와 같은 약점이 있다는 점에서 시범 선정대학에서 선정되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사정관제도는 사교육을 부추길 또다른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대학의 사정관제도는 이 제도가 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점들을 면밀히 살펴서,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신승훈 교수는 “전문입학사정관의 채용과 입학사정관의 교육을 위한 예산, 홍보 등 을 위해서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현재 예산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이 시범 선정대학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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