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촌 중개소 문제 진단
원룸촌 중개소 문제 진단
  • 임기덕 기자
  • 승인 2009.04.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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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반환 문제의 진실을 밝힌다

본지는 지난 호부터 원룸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생활 문제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번 1540호에서는 쓰레기 문제에 이어 부동산 임대차 관련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는 원룸촌의 모습을 살펴보고 원인과 대책을 찾아볼 것이다. 우리대학 주변은 원룸 건물로만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을 구할 때가 되면 모든 부동산에서 많은 원룸들이 임대 물건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그 수요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런 만큼 건물주의 위임을 받은 중개업자들과 세입자인 학생 사이에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대학 학생 김철수(가명) 군은 다음 학기에 살 자취방을 찾기 위해 원룸촌 근처 부동산을 찾았다. 부동산에서는 그에게 몇 개의 방을 보여주고는 '이렇게 조건이 좋은 곳이 흔하지 않다'며 계약을 종용했다. 김 군 또한 방이 마음에 들어 계약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공인중개사가 아닌 직원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고 이때 집주인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 또 방을 살펴보니 벽지가 조금 뜯겨 있었고 바닥을 담뱃불로 살짝 지진 흔적이 남아있었다.

부동산 측에서는 주인으로부터 모든 권한을 넘겨받았기 때문에 자기들만 믿으면 된다고 했다. 김 군도 '어차피 금방 살다 나갈 것이고 직원들이 하는 말이니 괜찮겠지'하며 계약을 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자 부동산 측에서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보증금을 돌려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수차례의 전화 끝에 겨우 연락이 됐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가관'이었다. '알아서 준다는데 왜 자꾸 성화냐'고 윽박지르며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닌가. 부동산에서 주인의 연락처를 일부러 알려 주지 않았기 때문에 주인과 연락할 수도 없었다.

방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담당자가 도착했지만 입주 때 만났던 담당자와는 달랐다. 그는 곳곳을 둘러보더니 도배와 장판 상태를 두고 '시비'를 걸었다. 김 군이 "입주하기 전부터 그랬다"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쓴 적 없었던 전기요금 5만원도 청구됐다. 결국 김 군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도배비와 전기요금을 주겠다고 했으나 이내 부동산과 연락이 두절됐다. 답답한 마음에 부동산을 찾아 갔지만 이미 '야반도주'를 한 뒤였고 그는 끝내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

 

문제 부동산의 '추태 행진'

 

원룸촌 3개 동(조영동, 임당동, 대동)일대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대략 40여 곳. 하지만 그 중 '오투 공인중개사 사무소'(이하 오투 부동산)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보증금의 반환을 미뤄오거나 아예 보증금을 가로채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입주 당시에는 자신들이 책임지고 관리한다며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다가 막상 입주 후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본색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당한 추가 비용의 청구를 들 수 있다. 이동보 군(법학3․휴학)는 방을 빼고 난 후인 지난 1월 부동산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벽지에 드라이버 자국이 나 있으니 도배비 15만원과 함께 미납된 도시가스 요금 17만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그는 즉시 부동산에 따졌다. 그리고 도시가스 기사를 불러 사용요금을 조회한 결과 17만원보다 훨씬 낮게 부과된 사실이 밝혀졌다. 부동산 측이 부당 이익을 챙기기 위해 액수를 부풀린 것이다.

이다연 양(한국회화2)도 부동산으로부터 밀린 전기요금 미납 등의 명목으로 보증금에서 8만원을 뺀 차액을 돌려받았다. 이 씨는 일단 남은 돈이라도 받고 보자는 생각에 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측에서 세입자 과실이 아닌데도 설비 파손에 대한 책임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 했던 것도 드러났다. 이동보 군은 "옥내 철제 배수관이 깨진 적이 있는데 부동산 측이 수리를 한 이후에 그 비용을 고스란히 떠넘기려 했다"고 말했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연락을 차일피일 미룬 것은 기본이었고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진희 군(식물자원과학과 09졸)은 "보증금 때문에 부동산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사장이 와야 보증금을 줄 수 있다고 하면서 계속해서 반환을 미뤘다. 게다가 부모님을 통해 연락하자 아드님께 보증금을 돌려주기로 했다며 둘러대기도 했다"고 말했다.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기까지 했다. 이동보 군은 "타지에 사는 학생들이나 여학생들의 경우 부동산에서 상대하기가 쉽기 때문에 따지러 가면 오히려 위협에 기가 죽어서 온다"고 말했다. 이다연 양도 "예정된 날에 보증금을 주지 않아 부동산에 찾아 갔더니 돈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예의 없다'는 식의 역정만 잔뜩 듣고 왔다"고 말했다.

또한 부동산 직원(중개보조원)이 많았고 이들의 이동이 잦았기 때문에 입주 담당자와 퇴거 담당자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앞서 언급한 피해학생들은 담당자가 바뀌니 말도 바뀌었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단순히 직원들 사이에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보기에는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문제 부동산, 현재 '잠적'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 A씨는 "'오투 부동산'은 원룸촌 형성 당시부터 고의적으로 보증금 반환을 기피하거나 건물주들 몰래 전세를 놓는 등의 각종 부당 이득을 챙기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원래 '오투 부동산'의 예전 상호는 '오룸넷 부동산'이었다. 하지만 우리대학 학생들을 비롯한 세입자들로부터 좋지 않은 소문이 확산되자 '오투 부동산'으로 이름을 바꾼 후 계속 영업해왔다.

또 본점인 '오투 부동산' 외에도 백 여 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지점 격인 '원룸세상 부동산'을 열어 비슷한 수법으로 학생들의 보증금을 '갈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들이 사용한 공인중개사 면허와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증은 타인으로부터 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 B씨도 "오투 부동산은 공인중개사 명의를 빌려서 중개업을 했다. 처음엔 황 모 씨가 하더니 나중엔 최 모 씨가 이어 받아서 운영을 해 왔다"고 말했다.

본지는 오투 부동산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찾아갔으나 이미 잠적한 뒤였다. 이웃 공인중개사들의 말에 따르면, 오투 부동산은 세입자들이 낸 전․월세 보증금을 원룸 신축에 투자했다가 최근 경기가 어려워져 돈의 융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금난에 시달리던 중 대표가 잠적해버렸다고 한다.

 

중개인간 명의대여는 위법

 

공인중개사 면허와 중개사무소 등록증을 대여하거나 양도하는 행위는 엄연한 현행법 위반이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이하 공인중개사법) 제7조와 제19조는 공인중개사 면허와 중개사무소 등록증의 양수․양도 및 대여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공인중개사법 제35조 1항과 제38조 1항에 의거하여 공인중개사 자격과 중개업소의 등록이 취소되는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형사상으로도 최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한편 중개보조원이 거래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인중개사의 인감을 찍지 않을 시 이 또한 위법이다. 동법 제25조 4항에서는 중개업자의 서명이나 날인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산시, "중개와 관리는 별개"

 

경산시청 지리정보과의 진재명 씨는 "원룸촌에서 부동산과 세입자인 학생 사이에 갈등이 빈번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세입자와 공인중개사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세입자와 관리업자 간의 갈등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부동산 내에서의 중개 업무와 관리 업무는 엄연히 별개이며 건물 관리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에서는 여기에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산시 측에서는 건물주가 부동산에 위임하는 행위 또한 '건물주와 공인중개사 간의 위임'이 아니라 '건물주와 건물 관리업자 간의 위임'이라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현행 공인중개사법 제14조는 제한적으로 공인중개사의 겸업을 허용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공인중개사의 상업용 건물 및 주택의 임대관리 업무이다. 그리고 실제로 원룸촌의 공인중개사들은 관리업자를 따로 두지 않고 중개사 본인이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한편 진 씨는 "현 정부의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단속할 수 있는 범위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담당 공무원 한 사람으로 3백30개나 되는 경산시 전체 부동산을 모두 관리․감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또한 "시에서도 손을 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학생들이 입주할 때 주의 깊게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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