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경기부양책'은 어디로
'친환경 경기부양책'은 어디로
  • 이연지 기자
  • 승인 2009.04.08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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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건 사업과 '4대강 정비 사업'의 문제점 -

 

미야모토 겐이치(宮本憲一, 오사카 시립대) 명예교수

 최근 미국 발 금융 위기에서 시작된 전 세계 경제 위기를 타개하고자 국가마다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일 영국 런던에서 개막됐다.

 이와 관련해 독일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신문은 지난달 31일 자 ‘친환경 경기부양책’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은 모든 산업국가 가운데 가장 친환경적인 경기부양책을 들고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런던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의 ‘녹색 뉴딜’ 정책 중 80%가 환경과 연관된다. 정책에 사용되는 총 투자액의 3분의 1은 한강·금강·낙동강 및 영산강 등 4대강 정비에 사용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정부는 ‘4대강 정비 사업’을 통한 대규모 토건 사업으로 침체된 실물경기를 회복하겠다고 한다. 과연 이 사업은 독일의 외신이 평가한 것처럼 ‘친환경 경기부양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같은 토건 사업으로 우리나라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 비효율적인 토건 사업
 토건 사업으로 국가 경제 불황을 극복하고자 한 사례는 일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일본의 토건 사업이 성공적이었는지,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 일본의 예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이에 대한 해답을 지난달 27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바람직한 하천정비와 대안적 지역개발’을 주제로 한 한·일 공동 심포지엄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저명한 환경경제학자 미야모토 겐이치(宮本憲一, 오사카 시립대) 명예교수는 “일본은 ‘토건 국가’라고 불릴 만큼 세계 최고수준의 공공투자를 했지만 많은 정치·경제·사회 문제를 낳았다”며, 한국은 일본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야모토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어 공공사업이 거대한 비용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부족하고, 재정 적자를 낳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표 1]에서 나타나듯 공공사업과 사회보장, 의료·보건 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비교해보면 거의 차이가 없는 반면, [표 2]와 같이 고용면에서는 사회보장과 의료·보건 사업이 공공사업보다 더 큰 효과를 나타냈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의 경제생활과 사회복지 상의 진정한 향상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와 같은 도로, 공항, 항만, 댐과 같은 대형 공공사업 프로젝트가 아니라 재해방지, 의료·보건, 복지, 교육, 환경보전과 같은 공익사업 정책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표 1] 사회 보장, 의료-보건, 공공사업의 경제 효과 (단위 : 억엔)

 

구  분

사회 보장

의료-보건

공공사업

1차 효과

15,162

18,012

19,960

2차 효과

9,134

7,119

6,213

3차 효과

2,868

2,242

1,918

합      계

27,164

27,373

28,091

 

[표 2] 고용 효과

 

구  분

고용 기여

사회보장

291,581인

의료-보건

225,144인

공공사업

206,710인

 

 
- 댐 건설과 지역 발전은 통(通) 하는가
 특히 이날 미야모토 교수는 정부의 공익사업이 단순히 외부의 자원을 개별지역에 일방적으로 투입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되고, 주민의 자발성에 기초한 지역 내부적 발전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이와 같은 지역내발론(內發論)의 관점에서 이카리야마 히로시(碇山洋, 가나자와대) 교수는 도로, 항만, 철도, 댐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사업이 주민 생활의 향상에 도움을 주지 못했음을 지적하였다.

 이카리야마 교수는 ‘일본의 공공사업 및 반대 운동의 개관과 현 단계’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국가가 완수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데 기반이 되는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진행하는 공공사업 역시 환경보전의 틀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의 일본 공공사업은 경기 부양을 위한 임시방편적 수단이었을 뿐 시민과 지역 주민들에게 정말 유익한지의 여부를 논의하는 사회적 토론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당시 일본 정부가 추진하던 공공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은 수백 건에 달했으며, 그 중에서도 댐 건설 공사를 포함한 하천 정비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장 많았다.

 일본의 강에는 이미 2천5백 개 이상의 댐이 있지만, 더 새로운 댐을 만들려는 계획이 1백 건 이상 있다. 얌바 댐, 토쿠야마 댐 등 몇 개의 계획은 전국적인 반대여론이 강하였지만, 토쿠야마 댐은 이미 완성이 되었고, 얌바 댐도 건설이 강행되고 있다.

 전국 각지의 반대 운동에도 불구하고 계속 확대되어오던 일본의 공공사업도 1990년대 말 이후 큰 전환점에 접어들었다. 재정위기를 유발하고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공공사업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이 고조되면서 공공사업이 감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공공사업 관계비용이 최고치(약 15조엔)를 기록했던 1998년에 비해 08년 공공사업 관련 예산은 약 6조 7천억엔으로 측정됐다. 10년 사이에 국가 공공사업이 큰 폭으로 축소 된 것이다.

- 시대 착오적인 '4대강 정비 사업'
 대표적인 ‘토건 국가’라고 불렸던 일본에서도 이렇듯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서울대 박배균 교수(지리교육과)는 한국이 국가주도 산업화과정을 거치면서 대규모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있었음을 지적하였다. 아울러 박 교수는 각종 산업단지건설과 다양한 지역개발사업이 추진된 1960~70년대를 한국의 ‘토건 지향적 발전주의 국가’ 형성기라고 표현했다. 이 시기에 형성된 우리나라의 토건 국가 지향성은 80년대 들어 이루어진 각종 도시 및 지역개발 사업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박정희 정부 시절 형성된 토건 지향적 국가 정책은 ‘4대강 정비 사업’의 추진, 수도권 규제 완화, 건설경기 부양과 부동산 투기억제 완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정책 등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개발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최근 극심한 물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댐 건설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댐 건설이 본격화된 것은 1966년 ‘특정다목적댐법’이 제정되고, 1967년 한국수자원개발공사가 창립되면서부터다. 특히 홍수기에 재해를 막고 가뭄기에 안정적인 용수를 공급하면서 수력발전까지 가능한 다목적댐이 각광받았다. 1965년 섬진강댐을 시작으로 06년 완공한 장흥댐까지 대규모 다목적댐이 잇달아 건설됐다. 현재 건설 중인 것을 포함해 전국의 댐과 저수지는 1만 8천여 개에 달하고, 국제대형댐위원회(ICOLD)에 등록된 대형 댐(높이 15m 이상)도 1천2백여 개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댐 개수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지만 국토면적당 댐 밀도는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댐 공화국’이다.

 하지만 정부는 환경단체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다목적댐 건설 반대로 가뭄 때마다 제한급수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2012년까지 댐·저수지 등을 추가로 건설하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무분별한 댐 건설은 심각한 역기능을 가지고 온다. 댐을 건설하면 수많은 농토와 마을이 수장되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며,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가두기 때문에 여러 가지 환경 변화를 가지고 온다. 안개가 발생하는 일이 잦고, 댐 하부에서 낮은 온도의 물이 근처의 공기를 냉각시킴으로써 농작물이 피해를 본다. 또 댐은 강물 온도와 화학적 조성을 바꾸며 주위 땅에 대한 침식과 퇴적 등의 지질학적 과정을 방해해 해양생태계의 심각한 변화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 등으로 빈발하는 홍수와 가뭄 피해 해결을 위한 근원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추진하는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이번 심포지엄에서 관동대 박창근 교수(토목공학과)는 자연현상인 홍수와 가뭄을 근원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홍수는 ‘4대강 정비 사업’이 시행되는 본류구간 보다 지방 중소하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홍수피해를 줄이는 사업은 4대강이 아닌 지방하천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하천정비사업은 4대강 아닌 소(小)하천에 벌여야
 또 정부는 제방을 보강해 홍수위험을 예방하겠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계명대 김해동 교수(환경방재시스템학과)는 “제방을 높여서 홍수를 예방하는 건 한계가 있다. 홍수 시에 낙동강의 수위가 높아지면 지천(支川)의 물은 도시와 농경지로 범람하여 홍수피해가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빗나간 하천정비 사업을 비판했다.

중국의 산샤댐. 약 25조를 들여 12년 만에 완성했다.
 세계 최대의 댐으로 불리는 중국의 산샤댐의 경우, 일찍이 1918년 쑨원이 처음 댐의 건설을 제기한 이래 수많은 사회적 토론과 의사수렴 과정을 거쳐 최근에 완공되었다. 그럼에도, 산샤댐이 세계적인 환경 재앙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전문가들의 문제제기와 비판여론에 귀를 닫은 채 현 정부 임기 중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정부 태도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신약이 개발되지만 실제로 시판되지 않는 것이 많다. 신약이 장점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장점 못지않게 부작용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4대강 정비 사업’도 장점이 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단점들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국민의 동의하에 신중한 국토개발을 할 것을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녹색 뉴딜’ 정책은 단순히 건설 자본에 대한 지원이 되어서는 안 되고 실제 지역 주민들의 생활 향상과 의식 성장을 목표로 잡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이 진정 ‘친환경 경기부양책’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점이 남아있다. 찬성과 반대 측 모두 충분한 연구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보완·절충하여 진정으로 국토를 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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