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 개원, 그 후
의학전문대학원 개원, 그 후
  • 윤수연 기자
  • 승인 2009.04.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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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됨에 따라 각 대학들은 기존 학부체제를 대학원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의 경우, 전국 의과대학들의 체제 전환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로 인해 각 대학 및 정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지난 「'한 지붕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1 -법학전문대학원 개원, 그 후」기획에 이어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후의 문제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1. '한 지붕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법학전문대학원 개원, 그 후
  2. '한 지붕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의학전문대학원 개원, 그 후  

 

'다시 의예과로 돌아갈래'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그 과정은

의전원 도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시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당시 교육부는 의전원 제도의 도입을 포함하는 '연구중심대학 육성 국책과제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후 '의·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추진 계획'이라는 세부 계획안을 발표한 뒤 관련 규칙을 공포하고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의전원 설립이 가속화 됐고, 현재 전국의 41개 의과대학(이하 의과대) 중 27개교가 의전원 체제를 도입했다. 이 27개교 중 우리대학을 포함한 13개 의과대는 학부와 대학원 체제를 각각 50%의 비율로 운영하는 '병행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대학 의전원은 올해부터 신입생을 유치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 병행체제를 선택했던 대부분의 의과대 교수진이 '의예과 체제 복귀'를 주장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도입 초기부터 의과대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의료계의 불만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장기화된 교육기간, 과중한 교육비 부담

의예과 체제의 교육기간은 '의예과 2년+의학과 4년'으로 6년이지만 의전원 체제는 '학부 4년+의전원 4년'의 8년으로 교육과정이 2년 더 길어진다. 김용운 의과대 부학장은 "남학생의 경우, 군복무까지 겹쳐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송선교 의과대 학장은 "교육기간이 장기화됨에 따라 의전원생의 교육비 부담만 더 가중되게 생겼다"며 "교육 기간이 길어졌다고 전문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낭비만 부추길 뿐"이라고 의전원 교육 연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전원에 입학하기 위한 입시 공부와 이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이 종전의 의예과 체제일 때보다 더 커지게 됐다는 것이다.

 

사립대엔 부족한 정부 지원

전국 각 대학이 전문대학원 체제 도입을 시도하면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적지 않은 국고를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애경 지식서비스인력과 사무관은 "기본적으로 4백7억2천여만 원이 투입되었고, BK21사업을 이용하여 막대한 국고 지원이 있었으며 국립대 의대에 3백여 명의 신규 교수 충원 등이 있었다"며 "이 외에도 교과부 전체로 보면 지원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부 지원에 대해 김용운 부학장은 "교과부의 지원은 국립대가 의전원으로 전환할 경우에 지원되는 것이 상당수였고,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은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지원을 약속받았던 조선대학교의 경우 인센티브조차 받지 못했다"며 "이는 수도권과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에 대한 차별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수 인재의 탈 지역화 현상 부추겨

한편, 올해부터 의전원 정시모집에서 복수지원을 허용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나'군에 속한 지방대의 의전원 합격생들이 대거 수도권 대학이 포진한 '가'군으로 이동해, 지난 1월에는 지방대에서 대규모 등록 미달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이는 의전원 입시생의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시행된 복수 지원 허용이 지방 사립대학에는 불리하게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김 부학장은 "의예과 체제일 때는 입시생들이 우리대학 의과대에 높은 선호도를 나타냈지만, 의전원 체제에서는 대부분의 입시생이 수도권 의전원으로 몰리는 등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며 "이는 우리대학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나아가 우수한 인재의 탈 지역화를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어오른 종기는 아직 터지지 않고 

의전원 체제 도입 이후, 위와 같은 문제들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각 의과대 교수진의 의견이 분분해 구체적인 갈등이 아직 수면 위로는 드러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이하 협의회) 권용진 간사(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의예과 체제로의 전환이 아직까지 협의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면서 "각 대학마다 의전원으로 전환한 정도가 달라 의과대 학장들의 입장에도 현저한 차이가 난다. 현재로서는 협의회의 공식적인 입장이 없는 상태"라며 즉답을 피했다.

 

 

'의예과 전환 반댈세'

 

'다양한 학문적 배경의 의료인 양성' 

'국제적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고급 의료인력 양성'

「전문대학원 도입 관련 교육인적자원부 계획 및 입장」에서 교육부는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의 도입 목적을 위와 같이 밝히고 있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세계적 수준의 의사를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부학장은 "실제로 정책이 입안될 당시, 과도한 대입 입시경쟁을 완화시키기 위해 전문대학원 체제가 적극 검토되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김 사무관은 "과도한 입시 경쟁을 완화시키고자 한 것도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였지만, 근본적인 취지는 현재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한편, 최근 모 경제지가 SKY대학의 '의예과 체제 복귀' 논의를 보도한 것에 대해 의전원 입시생과 관련학부는 당황한 모습이다. 의전원 체제가 도입된 후로 생물학과나 생명공학부의 재학생 중에는 MEET(의학교육입문시험)나 DEET(치의학교육입문시험)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다. 김태우 생명공학부 학생회장(생명공3)은 "의예과 체제로 되돌아가게 되면 의전원 입시를 위해 그동안 준비했던 학생들은 황당해질 수밖에 없다"며 "생명공학부 내에서는 의전원을 '또 하나의 진로'로 인식하고 있어 의예과 전환은 학생들에게 당혹감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의예과 전환 검토 시, 의전원 입시생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주장에 대해 송 학장은 "별도의 학사편입 제도 등을 고려해보겠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우리대학 의과대의 현 병행체제가 의예과로 통합될 경우, 천마인재학부 역시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천마인재학부는 '고위공무원, 판·검사, 변호사, 의사, 약사의 꿈! 천마인재학부가 이루어드립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했고, 입학생에 대한 파격적인 장학혜택을 약속했다. 특히, 전공도 정책과학연계전공과 의생명과학연계전공으로 개설하면서 천마인재학부생의 전문대학원 진학에 대한 약속을 공고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백승대 교무처장(사회학과)은 "만약 의예과 체제 복귀가 실행된다면 천마인재학부를 비롯한 의전원 입시생들은 당연히 황당해할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의전원 체제에 대해 왈가왈부 할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 향후 4년까지는 더 지켜봐야 정책의 방향이 옳은지 알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하나보단 전체를 생각해야

의예과 입학생보다 의전원 입학생의 성적이 저조하다는 의대 교수진의 생각에 대해 김 사무관은 "의대 교수들이 주장하고 있는 '의예과 체제 복귀' 주장의 이면에는 의전원생의 저조한 입학 성적이 의과대의 위상을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숨어 있다. 이제까지 의과대가 소속대학의 소위 '간판'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 아닌가"라며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월 발표된 의사국가고시 결과에서 의전원 졸업자가 전원 합격한 것을 봤을 때, 결코 의전원생이라고 해서 실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백 교무처장은 "의예과 체제 복귀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면서도 "대학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2010년 평가가 갈등 해결의 열쇠

의전원 체제 논란은 본격적으로 평가를 시행하는 내년까지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교과부 김 사무관은 "올 하반기부터 의전원 평가위원회(가칭)를 구성하는 등의 평가 계획을 진행하고, 2010년에 이를 시행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해 내년이 의과대학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임을 밝혔다. 특히, 이 시기에는 병행체제에 있던 대학들의 진로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평가 결과의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이면 시행될 평가로 의전원은 과도기적 진통을 앓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입맛에 맞춰 정책이 바뀐 것 역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혼란스러움을 견디고 있는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입학생과 입시생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제 집단 이기주의적인 시각을 거두고 교육의 백년대계를 시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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