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촌 쓰레기 문제 진단
원룸촌 쓰레기 문제 진단
  • 임기덕 기자
  • 승인 2009.03.25 2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깨끗한 생활 터전을 꿈꾼다

몇 해 전부터 우리대학 주변에 ‘원룸’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인근에 한 채, 두 채 세워지더니 나중에는 엄청난 속도로 확산돼 지금은 조영동과 임당동, 대동 일대가 ‘원룸촌’으로 변해 버렸다. 원룸의 등장으로 우리대학 근처의 주거 양식이 바뀌고, 외부로부터 인구 유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변화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533호에서 다뤘듯이 원룸촌 일대를 표적으로 하는 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또한 인근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로 이 일대는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버려진 쓰레기들로 인해 주민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 임대차 계약에 관한 지식이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이곳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번 1539호와 다음 1540호에서는 원룸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원룸촌에서 쓰레기 처리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방학 기간 중이었던 지난달 9일과 개강 후인 지난 13일 원룸촌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대동과 임당동을 찾았다. 원룸촌에 들어서자마자 각 건물 앞마당부터 전신주 옆, 공터 주변 등 동네가 쓰레기로 가득했다.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겨져 있지 않은 쓰레기들도 눈에 들어왔다. 쓰레기가 버려진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대부분이 가게에서 제공되는 봉투에 담겨져 있었으며 내용물들은 대체로 식품 포장용지와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 알루미늄 캔, 일반 생활 쓰레기 등이었다. 일부에서는 쓰레기가 정리되지도 않은 채 흩어져 있는 모습들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쓰레기와의 ‘끝없는 싸움’

관할 경산시 북부동사무소의 담당자 김종완 씨는 “주민등록상 인구 1만 3천명과 원룸 입주자 약 8천 여 명, 게다가 유동인구를 포함하면 그 수가 대략 7만 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보니 쓰레기의 양도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원룸촌 일대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평일에는 5t 트럭과 2.5t 트럭이 각각 1대씩 움직이고, 1t 크기의 재활용품 수거 트럭 2대가 투입된다. 하지만 월요일에는 주말에 수거를 못한 탓에 5t 트럭 3대와 2.5t 트럭 3대가 움직여야 쓰레기를 치울 수 있다”고 했다. 김 씨는 “이렇게 대규모로 움직여도 깨끗이 치우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원룸촌을 살피던 중 특별한 사실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버려진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운데 적색 봉투가 아닌 청색 공공용 봉투가 많았다. 경산시청 환경관리과의 최찬영 씨는 “청색 종량제 봉투는 미화원에게만 지급되는 물품인데 미화원들이 불법 배출된 쓰레기를 따로 정리해놓은 것”이라고 했다. 불법 배출된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인력이 2중, 3중으로 동원되면서 작업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원주민들은 ‘종량제 봉투’를 사용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북부동 24통 통장 전대훈 씨는 “원룸촌 거주자들이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주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했다.
불법 배출된 쓰레기들은 주로 인적이 드문 야간에 버려지고 있어 제재가 어렵다. 설령 제재한다고 해도 거주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16통 통장 오기도 씨는 “막상 제재하면 ‘왜 간섭하느냐’는 식의 답변이 돌아온다”고 했다.
학생들은 원룸촌 일대의 쓰레기 불법배출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원룸촌에서 자취를 하는 박달샘 씨(경제금융2)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모습을 많이 봤다. 심지어 쓰레기를 창밖으로 던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학생들이 단지 귀찮아서 그러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아울러 “정해진 장소가 없어서 불편하다”며 쓰레기를 버릴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음을 지적했다.
원룸촌 내에서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음식물 쓰레기 처리도 이곳에선 굉장히 ‘수고스런’ 일이 돼버렸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민은 “원룸촌 주변에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 없어 불편하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을 추가로 설치해 지역민들의 불편을 해소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예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 없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현재 대다수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들은 경산소방서 맞은편 대로변에 일렬횡대로 늘어서 있다. 원룸 주인 측에서 집 주변이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대로변 또는 이면도로 주변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정작 필요한 곳에는 없고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셈이다.

형식적 단속과 시민들의 저조한 참여로 대책 효과는 ‘미흡’

그렇다면 경산시는 불법 배출된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현재 불법 쓰레기 감축을 위한 시의 대책으로 CCTV 카메라와 홍보, 정기적 단속을 들 수 있다. 그나마 효과를 본 것은 근래 설치된 3대의 CCTV 카메라뿐이다.
정기 단속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북부동사무소의 김종완 씨는 “시에서 분기별 단속 계획이 있지만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한정돼 있어 형식에 그친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경산시에서는 ‘삶의 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남을 존중하고 기초질서를 지키자는 내용의 캠페인인데, 그 일환으로 공무원들과 주민들이 날을 정해 원룸촌 일대를 청소하고 있다. 김 씨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지역 내 다른 기관에 협조공문을 보냈는데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었다.
한편 경산시는 새롭게 정해진 쓰레기 배출 시간을 알리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지만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경산시청에서는 수거용기 재배치와 같은 시급한 사안들을 단지 집주인들이 혐오한다는 이유로 현재 눈치만 보고 있다. 또한 경산시청은 원룸촌 일대 정확한 세대수와 거주 인구수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음식물 쓰레기 문전 수거’와 같은 새로운 수거 방식의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과연 해결책은 없는가

지금까지 나타난 원룸촌의 문제점으로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불법배출 쓰레기가 많다는 점과 버릴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 음식물 쓰레기 수거용기가 원룸촌 인근에 없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요 쓰레기 투기 지점에 CCTV를 추가로 설치, 이를 통한 원격 단속을 강화하고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장소를 시에서 추가로 지정해야 한다. 그리고 원룸촌 밖으로 옮겨져 있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용기를 다시 원룸촌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거용기가 혐오시설로 전락하지 않도록 경산시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음식물 쓰레기 문전 수거’와 같이 더욱 적극적인 방법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원룸 입주자들도 조금 번거롭더라도 쓰레기 분리배출과 종량제 봉투의 사용을 통해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원룸촌의 환경 개선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임기덕 기자
eimc6297@ynu.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