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 개원, 그 후
법학전문대학원 개원, 그 후
  • 윤수연 기자
  • 승인 2009.03.2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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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됨에 따라 각 대학들은 기존 학부체제를 대학원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부생들은 수업권이 침해됐다며 아우성이고, 대학원생들은 정부 실책과 각계의 엇갈리는 반응으로 혼란스럽다. 이에 따라 대학면에서는 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된 후 불거지는 문제들을 「'한 지붕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1. '한 지붕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법학전문대학원 개원, 그 후
  2. '한 지붕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의학전문대학원 개원, 그 후

 

‘내년에는 군휴학을 해야겠는데… 2012년에 복학해서 재이수 하고 싶은 과목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 -법학부 07학번 A씨의 고민

변화하는 법대 교육과정

‘제8조(학사학위과정의 폐지) ① 법학전문대학원을 두는 대학은 법학에 관한 학사학위과정을 둘 수 없다’

지난 07년 공포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로스쿨을 개원한 대학이 학부과정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로스쿨 설립을 인가 받은 전국 25개 대학은 학부과정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우리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법과대학 재적생 교육과정 경과조치’를 보면 2010년까지는 현안대로 교육과정이 진행되지만, 2011년부터는 1학년 1학기 과목부터 점진적으로 철폐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향후 4, 5년 뒤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위의 07학번 A씨처럼 2010년부터 군휴학을 하게 될 경우, 복학한 2012년에는 과목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김만흠 군(법학2)은 “실제로 군휴학 외에도 고시 준비나 어학연수 계획을 세우는 학부생들이 상당수 휴학에 대해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진호 교무팀장은 “폐과되는 학과마다 모든 과목을 재이수 할 수 있도록 수업을 개설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도 “현재 ‘법과대학 재적생 교육과정 경과조치’는 기준으로만 세워뒀을 뿐, 상황이 달라지면 약간은 변동될 수 있다”고 답했다.

 

교육 환경은 로스쿨이 중심?

신다음 법과대 학생회장(법학4)은 “중앙도서관에 있던 법학 관련 도서가 07년도부터 법학전문도서관으로 모두 옮겨졌다”며 “법학전문도서관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법정관을 이용하는 학부생들에게는 큰 불편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도서관 김정태 학술정보지원팀장은 “로스쿨 설립 인가 기준에 도서관을 함께 설립하고, 장서를 일정 수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법학 및 인권관련 자료를 법학전문도서관으로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장서를 새로이 구입할 수도 있었지만 절판되거나 구입하기 어려운 해외 장서가 일부 있었고 도서관 예산상으로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김 팀장은 “재적 중인 학부생을 위해 중도에도 일정량의 법학 관련 도서를 비치할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타 대학도 ‘시끌시끌’

전남대학교(이하 전남대) 법대 학생회는 최근 ‘로스쿨 운영 이후 학생들의 불편사항’에 대해 학부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김승현 전남대 법대 학생회장은 “법대생이 사용하던 장서실 이동과 과도한 수강인원으로 인한 ‘콩나물강의실’, 스터디룸 공간 부족 등으로 법대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로스쿨 유치로 대학의 위상이 강화된 면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로스쿨 입학생은 수도권 지역 출신이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서울대학교에서는 사물함 배정 시 로스쿨생에게 우선 배정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혀 학부생들의 불만이 고조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화합과 배려가 필요한 때

이처럼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타 대학 역시 로스쿨 설립으로 인한 학부와 대학원 간의 갈등이 점차 증폭되고 있다. 신다음 법과대 학생회장(법학4)은 “상대적 박탈감은 로스쿨생이 타 지역 출신이라는 점도 한 몫 하지만, 학교 측의 소홀한 대우 때문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미묘한 감정 대립의 저변에는 학부생의 심리적 박탈감과 로스쿨생에 대한 괴리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부 측의 세심한 배려와 비편향적인 행정지원이 필요하다.

 

 

‘변호사 시험법안이 부결된 후에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다는데… 그럼 애써 로스쿨에 입학한 나는 뭐가 되나?’ -로스쿨 석사1기 B씨의 고민

갈팡질팡, 변호사 시험법안

지난달 12일 변호사 시험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로써 로스쿨을 유치한 각 대학들은 거대한 암초를 만난 셈이다. 변호사 시험법안이 부결된 배경에는 여당 지도부의 갑작스런 의견 번복이 한 몫 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15일 “비싼 등록금을 내고 로스쿨을 다녀야만 응시기회를 주는 것은 과도한 진입장벽”이라며 법안의 수정을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정책기조를 결정하는 임태희 정책위의장 역시 지난달 14일 “자격시험에 응시 제한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변호사 시험법안이 부결됨으로써 우리대학을 비롯한 전국의 로스쿨은 앞길이 불투명한 상태다.

 

커리큘럼에 문제 없나

그렇다면 로스쿨의 교육과정에는 문제가 없는가. 배병일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로스쿨 교육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도 “변호사시험법이 아무리 바뀐다 하더라도 변호사시험의 주요과목은 변경될 수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1학년 2개 학기에 걸쳐 대부분의 기본필수과목을 수업하거나 수업할 예정이어서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무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국회에서 변호사 시험법안 통과가 계속 지연되면 로스쿨 교육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후가 뒤바뀐 법안 상정

조대진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로스쿨 석사1기)은 “법안을 부결시킨 국회의원들의 발언은 로스쿨 설립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며 “예비시험을 통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이들에게 응시자격을 준다면 누가 로스쿨에 입학하려 하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애당초 법안 상정이 선후가 뒤바뀐 채 진행됐다. 변호사 시험법안을 먼저 통과 시킨 후에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켰어야 옳다”고 잘못을 꼬집었다.

 

배 원장은 “변호사시험법과의 연관성, 로스쿨 제도 하의 법관 및 검사의 임용방법 등 구체 적인 문제에 대하여 좀 더 심도있게 논의했어야 했다”며 “정치인들도 문제지만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법학계도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안한 로스쿨

09년 사법고시는 지난달 18일에 이미 1차 시험을 치른 상태다. 부결된 변호사 시험법안은 로스쿨생이 3월 1일 입학 이후 사법시험에 응시할 경우, 변호사시험 응시 횟수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09년도 사법시험의 경우, 입학일 이전에 실시된 시험이므로 법률불소급의원칙에따라 변호사시험 응시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배 원장은 “올해 사법시험에 로스쿨생 다수가 합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로스쿨에 따라서는 올해 말 대규모 미등록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에 따라 내년에 편입학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로스쿨 운영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향후 로스쿨의 진로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정부의 실책과 분열되는 대학가

변호사 시험법안이 부결됨에 따라 로스쿨 설립 인가를 받은 대학들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를 중심으로, 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들은 ‘법과대학협의회’를 중심으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대진 로스쿨 학생회장은 “가장 혼란스러운 건 국회의원도, 대학 본부도 아닌 로스쿨 입학생”이라며 로스쿨생의 곤혹스러움을 이야기했다.

 

각계는 각자의 이익만을 도모하기 위해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하루 빨리 안정적인 법학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학부생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없애고 로스쿨생에 대한 괴리감을 좁히기 위해서는 법대생들에 대한 학교 측의 교육적, 행정적 지원 역시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로스쿨 개원 이후 첫 입학생을 맞은 만큼, 국가적 낭비를 부르는 소모적 논쟁을 중지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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