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욕타임지가 발표한 아시아 영웅 66인에는 행복에 관한 담론으로 유명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선정됐다. 비폭력 독립 투쟁을 전개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행복과 삶의 이치를 설파한 그의 업적이 인정된 것이다.
사이버 영토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종교·정치의 최고 지도자로 살아있는 부처라고 불린다.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쵸’는 1959년 중국의 티베트 침략을 피해 1백여명의 동포를 이끌고, 티베트를 떠났다. 망명 도중 티베트 변방에 새로운 정부를 구성해 인도에 도착한 그는 인도의 수상 네루를 만나 오랜 협상 끝에 다람살라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1959년 중국의 티베트 침략 전쟁으로 희생된 8만 7천여 명의 동포들에 대한 자책으로 항상 고통에 가득 차 있다. 다람살라에 자리 잡은 티베트 망명 정부는 세기가 바뀌어도 끝나지 않는 ‘비폭력 티베트 독립운동’의 기지가 되었고, ‘티베트 불교를 전 세계에 알리는 전진 기지’가 되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불행 앞에서 일관되게 비폭력 독립운동은 펼쳤다.
현재 그는 비폭력 독립 투쟁으로 세계 인권의 상징이 되었으며, 1989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72세의 달라이 라마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불운한 지도자인 동시에 가장 고귀한 인품과 깊이를 지닌 스승으로 평가받는다. 그와 관련된 각종 전기와 가르침에 관한 책들이 세계를 누비고 있는 오늘날 그는 가장 넓은 땅인 사이버 영토의 지도자이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삶이 고달플수록 경쟁이 치열할수록 행복에 대한 염원은 커지게 마련이다. 최근 하버드 대학에서 ‘행복론’ 강좌가 인기라는 소식은 이를 뒷받침 해준다. 사람들은 행복을 얘기할 때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을 곧잘 인용하는데, 그는 자신의 책 ‘행복론’에서 행복의 조건으로 ‘고통을 가져다주는 것을 버리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을 키울 것’, ‘행복을 느끼는 것은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가에 달려 있다’, ‘타인도 나와 똑같이 행복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친절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애정, 자비심, 존중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만날 것’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탐욕의 반대는 ‘무욕’이 아니라 ‘만족’이라 것이다. 어떤 것을 소유하느냐 보다 어떤 것에 내가 만족하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의 이런 마음은 세계 곳곳을 방문하며 전파하는 인종과 종교, 국가를 초월한 메시지에도 드러난다. 우리가 달라이 라마를 그리워하고, 찾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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