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만으로 환각에 빠지다
소리만으로 환각에 빠지다
  • 이연지 기자
  • 승인 2009.03.05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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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마약 '아이도저'와 뇌파

󰡐아이도저(i-doser)󰡑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이것은 기존의 마약처럼 먹거나 주사하는 방식과 달리, MP3파일로 제작되어 소리를 들으면 뇌파 조절을 통해 실제 마약과 같은 환각상태를 경험하게 해 준다는 이른바 󰡐사이버마약󰡑이다. 미국 등 서구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사이버마약󰡑이 국내에 상륙하자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는 관련 카페들이 개설되었고 회원들 사이에서 체험후기를 올리는 등 여러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이 󰡐아이도저󰡑는 총 70개가 넘는 파일이 존재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뇌파의 종류에 따라 각각 항불안, 항우울, 마약, 진정, 수면, 각성 등으로 구분된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들어보니 효과가 있었다. 없었다󰡑는 식의 체험기가 나돌면서 호기심을 키우고 있는데, 󰡐아이도저󰡑를 개발한 업체는 󰡐유해성은 없으며 어두운 방에서 헤드폰을 끼고 소리를 들으면 종류별로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과연 󰡐사이버마약󰡑이란 무엇이며 뇌파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영남대학교의료원 서완석 교수(정신과)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본래 마약은 암처럼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통증완화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필로폰(Philopon)이나 엑스타시(Ecstasy), 󰡐아이도저(i-doser)󰡑를 마약으로 통칭하는 것은 잘못된 단어 사용의 예이다. 그러나 편의상 이 글에서 마약은 사이키델릭(Psychedelic)이라는 환각제 성분의 약을 뜻하기로 한다.

󰡐사이버마약󰡑은 최면 효과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최면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일종의 󰡐자기암시효과󰡑이다. 인간에겐 암시성이 있는데, 암시에 걸리기 쉬운 상태를 가리켜 󰡐피(彼)암시성이 높다󰡑라고 한다. 암시성은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어 피(彼)암시성이 높은 사람은 최면 유도가 잘 되며, 따라서 󰡐사이버마약󰡑에 빠져들 가능성도 크다. 평소 눈동자의 아래 끝이 보이거나, 눈동자를 위로 올렸을 때 A자로 모이는 사람은 피 암시성이 높은 편이다.

 

 

 

뇌파는 명상 같은 편안한 상태에서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발생되는 알파파(α파), 긴장․흥분 상태 등 활동할 때 나타나는 베타파(β파), 꾸벅꾸벅 졸고 있거나 얕은 수면 상태에서 나타나는 세타파(θ파), 깊은 수면 상태에서 발생하는 델타파(δ파) 등으로 구분된다.

󰡐사이버마약󰡑은 알파파(7~13㎐)와 세타파(4~8㎐), 베타파(14~30㎐) 등 각 주파수 특성을 이용해 사실상 환각상태에 빠져들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도저󰡑를 개발한 업체는 󰡐사이버마약󰡑의 환각 유지 시간이 실제 마약류의 10분의 1이나 5분의 1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중독과는 무관하다고 말하지만, 영향이 적어도 중독될 수 있다. 또 환각에 대한 간접 경험이 실제 마약복용으로 이어지는 중간단계 역할을 할 개연성도 있기 때문에 󰡐사이버마약󰡑의 중독성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아이도저󰡑는 뇌파를 악용한 예이지만, 본래 뇌파는 치료용도로도 많이 사용된다. 의료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곳이 간질치료와 수면검사, 그리고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불안을 가라앉히는 치료이다.

특히 우리대학 병원에서는 뇌파 훈련을 통하여 뇌기능을 향상시키는 치료법인 󰡐뉴로피드백(Neurofeedback)󰡑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불안, 집중력 감소 등 뇌기능 상태를 파악하여 가장 효과적인 뇌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이버마약󰡑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지만 마약 성분과 달리 주파수 파장을 이용하는 만큼 위법성 입증이 쉽지 않아 마땅한 단속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미 인터넷을 통한 중독의 폐해를 톡톡히 겪었고, 겪고 있는 중이다. 중독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므로 정신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느낄 때는 우리대학 건강공제회를 비롯한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길 바란다.

이연지 기자

leeyjnt@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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