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영봉
  • 노수경 기자
  • 승인 2008.05.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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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때인지라 바뀐 편집국장이 누구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왜 연임하냐는 의문 섞인 시선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사실인 걸 어떡하랴, ‘제가 자릴 지킵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올해 일어날 사건의 조짐들을 찾아다니며 여기저기 집적거린 것도 참 많았다. 재단정상화문제, 로스쿨, 또 오른 등록금, 새 정부의 교육정책… 정신없이 공부하고 취재하는 데 왠지 모를 ‘도전’을 받았다.
‘대학언론인’. 거창하게 보이는 이 초라한 이름으로 벌써 대학시절의 반을 보냈다. 언론. 내 전공은 아니지만 오히려 전공보다 더 자신감이 붙어버렸다. 아니, 자신감이 아니라 자부심이 더 커졌다는 표현이 옳겠다. 새내기들에겐 ‘장학금 예비 후보생’이라며 돈이라는 조건을 무기 삼아 수습기자로 유혹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편집국을 지키는 우리는 ‘신문사를 지키는 이유는 자부심 하나밖엔 없다’고 말한다. 방학 동안 만나본 기성언론사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돈 때문이라면 절대 기자를 할 수 없다고 했다. 크게 배웠다, 언론인이라는 자부심. 아마추어 언론인이지만 언론의 심오함과 복잡함, 그리고 고통을 나름대로 부딪혀가며 배워 왔는데 어찌 가슴에 와 닿지 않을 수 있을까.

데스크를 지키며

실리로 언론을 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잘 나가는 대기업 신입사원이 된 선배 한 분을 만나 입사하기까지의 고충을 듣고, 우리도 이렇게 되어야 한다, 참 본받을만한 선배다 라며 기사에 쓰고 ‘너보다 내가 더 대학에 필요한 기자다’라고 하신다. 한술 더 떠 ‘너보단 내가 토익점수도, 학점도 더 좋으니 내가 진정한 언론인이 될 자격이 있지 않나’라고 하니 날 가르친 선배와 참언론에 대해 열띤 강연을 하던 기성 언론사 기자들이 탄식할 노릇이다. 두 발로 전교를 누비고 교내 구성원들을 만나온 나는 두말 할 것 없이 황당할 뿐이다. ‘저보다 학점도 좋으시니 시간 좀 내 주셔서 우리대학 재단정상화가 어찌 될 태세인지 취재 좀 해 주십시오’ 하고 골려주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만.
<시사저널> 사태가 마무리 되고 <시사In>이 자리잡은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진정한 언론의 본보기가 된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헌데 그 분들은 신문읽기는 커녕 TV시청도 안 하시는지, 아니면 취재한 대기업 직원분들 믿고 그러시는지 언론에 대해서 논해보자고 하신다. 논할 시간에 취재처 한 번 더 찾는 게 내 본분인 것 같아 참고 있었다.
어찌되었건 우리신문 편집국은 올해도 대학 3주체의 소릴 귀담아 듣고 그 역할을 굳건히 하는 데 땀을 쏟겠다. 또 한 해 데스크를 지키며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대학신문의 이러한 위기를 언론의 힘과 자부심으로 극복해 내겠다고.
편집국장 노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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