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기제에 대한 3주체 3가지 생각
3학기제에 대한 3주체 3가지 생각
  • 권세영기자, 여지혜기자
  • 승인 2008.05.22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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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본부·교수 의견 엇갈려

 

3학기제는 2007년부터 신소재공학부, 디스플레이화학공학부, 전자정보공학부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됐다. 전국 종합대학 최초로 3학기제를 실시하는 우리대학은 미국의 쿼터제와 국내 전문대학의 다학기제를 참고해, 우리대학 실정에 맞춰 3학기제를 도입하였다.
3학기는 겨울방학의 시작과 동시에 개강한 후, 8주 동안 진행되며 학생들은 최대 6학점까지 신청할 수 있다. 수강신청은 정규학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하지만 3학기는 수강정정 기간이 없으므로 3학기에 신청할 학생들은 신중하게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3학기제는 이런 방식으로 2007에서 2011년도까지 학과별로 시범 실시될 예정이며, 3학기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수렴한 후 2012년도부터는 전면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겨울에는 상경대와 생명공학부에 3학기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3학기제의 첫 시행 이후, 학생 측과 본부 측은 이 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 학생 측 의견

3학기제에 참여 중인 학생들을 만나봤다. 이혜림 양(디스플레이화학공3)은 “계절학기는 교양과목을 위주로 수업하지만, 3학기제는 전공학점을 채울 수 있는 기회이다. 하지만 수업을 3시간 동안 하여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며 전공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제한되어 있어 듣고 싶은 과목을 들을 수 없다”는 말로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김혜미 양(디스플레이화학공3)은 “3학기제는 학점이 모자라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것 같다. 우리과는 누리사업단에서 한 학점 당 3만원을 지원받는 관계로 돈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며 3학기제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김만재 군(전자공학4)은 “3학기에 신청하는 학생 수가 별로 없기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좋으며, 학기 중이 아니라서 전공을 여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과는 지원받는 돈이 없어 한 학점 당 8만원을 내야하므로 너무 비싸다”며, “학기 중에 되도록 충실히 공부하고 방학 때는 학교에 얽매이지 않고 보람된 방학을 보내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봄학기

가을학기

겨울학기

비고

졸업학점(140)

취득기준

18

18

6

42

3.5년졸업

최대이수

21

21

6

48

졸업학점(130)

취득기준

16

16

6

38

3.5년졸업

최대이수

19

19

6

44

참고자료 : 이수학점

▶ 본부 측 의견

교육기획팀의 곽영훈 씨를 찾아가 3학기제의 전망과 학생들의 불만사항에 대한 개선방안을 물었다. 곽영훈 씨는 “3학기제는 지금 시행 초기단계로 학생들의 관심과 인지도가 낮아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복수전공자가 많은 상경대에 3학기제를 적용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전공학점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줘 3학기제의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알릴 예정이다”며, “전공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할 시에는 과목 당 학생들의 수가 분산돼 폐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해당 학과에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과목과 학과 특성에 맞는 과목을 적절히 조정하여 편성한다. 그리고 지원이 안 되는 학과의 경우, 학과 내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시행된 3학기제가 본래의 목적대로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높은 참여율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본부 측에서는 점차적으로 3학기제를 확대하여 실시하는 데 따르게 될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여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김재춘 교수 인터뷰

 지난 20일 다학기제 및 학점등록제 시행연구위원회에서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김재춘 교수(교육학)를 만나 3학기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목적이 불분명한 ‘3학기제’
김재춘 교수는 우선 ‘3학기제의 필요성이 절실한가’하는 문제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 3학기제를 도입한 취지는 학생들이 졸업을 보다 빨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조기졸업이 과연 좋을 수만 있냐는 점이 문제이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들어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대학생들의 졸업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다. 취업문을 뚫기 위해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거나 각종 국가고시를 치는 것이 일종의 연중행사가 되어 가는 상황에서, 3학기제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반면에 3학기제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 대다수의 대학들은 3학기제 도입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김 교수는 “학교를 좀 더 활성화시키고, 효과적인 교육을 기대하기 위해 3학기제를 도입한 미국의 대학들과는 달리 우리대학은 그러한 목적조차 없다”는 말로 일침을 놓았다.

우리대학만의 ‘3학기제’ vs 전국 대학들의 ‘2학기제’
대다수의 전국 대학 학기시스템은 2학기체제이다. 사회전체에서도 모든 것이 2학기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대학들도 예외는 아니다. 김 교수는 “아무리 우리 대학에서 ‘3학기제’라는 특수한 조건을 내걸고 있더라도, 우리 대학이 다른 대학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닌 듯하다”며, “다른 대학들과의 관계를 따져보더라도 단독으로 3학기제를 고집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모한 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3학기는 계절학기의 연장선
‘3학기제’라 하면 정식으로 3개의 학기로 구성되어야 한다. 3학기가 시작될 때 학부의 모든 학생들이 등록을 하고, 이를 하지 않는다면 휴학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대학의 3학기제의 겨울학기는 계절학기에 가깝다”며 “엄밀한 3학기제라면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라고 꼬집었다.

등록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현재 3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는 학부 중 신소재공학부·디스플레이화학공학부는 누리사업단으로 선정되어 학교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누리사업단에서는 한 학점 당 3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학생들이 비교적 적은 돈을 내고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만족을 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한 반면, “이는 한시적인 상황일 뿐이며, 나중에는 누리사업단에 지원된 만큼 다른 학부에서 돈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는  등록금 인상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3학기제’이지만, 그 문제점들도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대책방안이 없이 지속된다면 3학기제는 폐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 김 교수의 견해이다. 김 교수는 “새로운 시도는 좋지만, 모든 면에서 고려했을 때 아직 시기상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처음 3학기제를 도입한 취지에 맞게 현 조기졸업제를 개선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이 참고한 3학기제 시행 대학

아래 두 대학은 우리대학이 3학기제를 도입하기 전 국내에서 참고했던 대학들이다. 한국정보통신대학은 종합대학이 아니라 소규모의 특수개념 대학이었고, 대덕대학은 한 학기를 모두 현장실습을 위주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대학과는 교육환경 여건이 많이 달랐지만, 우리대학은 장단점을 참고로 하여 3학기제를 도입했다고 한다. 이 두 대학의 3학기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한국정보통신대학교
“빠듯한 일정의 3학기제를 장점으로 활용”

한국정보통신대학교(이하 정보통신대)는 10년 전부터 3학기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그리고  학사일정은 굉장히 빠듯하게 운영되고 있다. 우선 2월 중순에 시작하여 6월 초에 봄학기가 끝나고, 6월 말부터 8월 중순의 여름학기, 그리고 8월말부터 12월 중순의 가을학기로 끝난다. 각 학기 사이에 쉬는 2주가 방학 기간이 되는 셈이다. 특히 여름학기를 8주로 운영하면서 타 대학은 3학점 수업을 일주일에 3시간 편성하지만, 정보통신대는 3학점 수업이 일주일에 6시간씩 구성돼 있다.
수업마다 주어지는 많은 양의 과제와 발표준비 등으로 너무 힘들다는 학생들도 있지만, 3학기제를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하여 꾸준히 준비한 학생들은 3년 만에 조기졸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보통신대는 무학년제를 시행하고 있다. 학년을 특별히 나누지 않고 취득학점에 따라 학년을 계산하여 조기졸업의 여부를 결정한다.

대덕대학교
“현장실습으로 활용하는 3학기제”

대덕대학교(이하 대덕대)의 경우는 2003년 3학기제 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 모든 학부가 3학기제로 변경되었다. 학사일정은 12주씩 나누어, 3월에서 5월, 6월에서 8월 그리고 10월에서 12월로 이어지는 일정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쉬는 기간을 ‘브레이크 타임’이라 부르며 휴식기간을 가진다. 다른 대학에 비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교수나 직원, 학생 등 학교의 구성원들이 다소 지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대덕대의 3학기제도 조기졸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다른 대학은 학기 마지막에 실습을 나가는 반면, 대덕대은 현장실습에 10학점을 배정하여 한 학기를 활용한다. 그로 인해 취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학생들도 3학기제에 대한 실효성을 직접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하민 기자
hamin@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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