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강의의견조사'인가?
누구를 위한 '강의의견조사'인가?
  • 김예지 수습기자
  • 승인 2007.04.09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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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복적을 찾아야 할 때
90년대 중반 실시된 대학 종합 평가제와 교육시장 개방의 움직임에 대한 대비책으로 각 대학들이 서둘러 도입한 강의의견조사. 우리대학 역시 강의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고 일방적인 교수 수업 내용이 아닌 학생들이 이를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강의의견조사를 도입했다. 이러한 목적만 가지고 본다면 강의의견조사는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강의평가제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학생은 외면중
강의의견조사 학생의 참여율은 96%를 육박한다. 높은 학생 참여율은 학생들이 강의의견조사에 가지는 관심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강의의견조사를 형식적으로만 생각할 뿐 별도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ㄱ양은 “성적의 조기열람을 위해 하는 것일 뿐, 특별히 강의의견조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렇듯 학생들이 강의의견조사에 대해 성의껏 답변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평가에 근거해 강의의 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일부의 교수들도 볼 수 있다. 이는 강의의견조사가 강의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하지만 ‘수업의 질’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수업에 대해 책임감을 갖지 않는 교수, 강의 준비에 미흡해 학생의 불만을 사는 경우도 있다.
ㅇ양은 “교수님의 강의가 너무나 불만족스러워서 강의의견조사기간에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들은 세세히 적었으나 수업에서도 교수님의 강의는 전과 같아 실망이 컸다”고 했다.

교수님, 어떠세요?
학생들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과대의 한 교수는 “수업은 교수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인데, 발표를 담당하고서도 아예 출석하지 않거나 발표준비를 성의 없이 해오는 학생, 수업 시간 동안 자거나 핸드폰으로 문자 보내는 학생들에게 주의를 줘도 본체만체 하다가 성적이 나가면 ‘시험을 잘 치렀는데 왜 성적이 나쁘냐?’고 이의신청을 한다.
이러한 학생들은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강의의견조사 평가란을 최저 점수와 인신공격에 가까운 악의적인 문구들로 채우는 일도 있다”며 “강의의견조사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의의견조사는 교수의 연구업적에는 물론 승진.재임용.재계약에 영향을 미친다. 승진에 1점, 2점이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강의의견조사의 문항 점수인 5점 척도는 크게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 교수는 “강의평가 몇 점보다는 논문 한 편 내는 것이 승진에 더 유리하다”며 강의의견조사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가 강의의견 조사에 많은 관심을 가질까.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것도, 그렇다고 인정받는 것도 아닌 강의의견조사. 정준표 교수(정치외교학)는 “교수가 자율적으로 자신의 강의를 학생들에게 평가받는 것이 진정한 강의의견조사”라고 말한다. ‘형식적’이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강의의견조사. 강의의 질적향상을 추구하기 위해 본래의 목적을 살릴 강의의견조사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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