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1세기 신학문 인지과학을 아시나요?
[사설]21세기 신학문 인지과학을 아시나요?
  • 편집국
  • 승인 2007.04.0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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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물체들 사이에 존재하는 힘에 관한 거시물리학적 의문과 양성자와 중성자가 강한 핵력으로 결합한 원자핵의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의 위치와 속도의 측정값에 관한 미시물리학적 의문 등을 가끔 접하게 된다. 이런 의문들에 일급 물리학자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해결책들의 진리성을 우리는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그 해답들 사이의 불일치가 존재하더라도 쿤(T. Kuhn)의 패러다임의 변화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의문들이 바로 우리 마음의 유무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물리적 세계에 대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 눈앞에 이렇게 펼쳐진 물리적 세계와 그 속의 법칙들을 논리적으로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커다란 세계가 있다. 우리의 마음과, 인지작용이 그것이다. 역학이든 전자의 측정값이든 - 비록 그들을 우리의 인식과 관계없이 존재하는 어떤 실재라고 전제하더라도 - 그들이 우리에게 나타난 바는 우리 인식작용의 결과에 다름 아니다. 예를 들어 신경과학자는 인지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을 통해서 우리 앞에 펼쳐진 이런 세계는 바로 우리의 뇌 현상 - 뇌 안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이나 뇌에 저장된 내용 - 의 결과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음과 그것의 인지현상에 관한 과학적 관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이제 우리 밖의 세계를 다루는 물리학일반과 우리 안의 세계를 개념화하는 패러다임의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은 나누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결과로 과학이 이전에 유지해왔던 전적으로 물리적이고, 가치결여적이며 마음이 포함되지 않았던 우주에 이제 인지적이고 주관적인 질적 특성과 가치, 그리고 많은 유형의 발생론적인 거시적 현상이 주입되게 되었다. 인지과학은 이렇게 과학 패러다임의 새로운 혁명을 초래하여 이것에 기초한 과학의 현실신조와 세계관들이 급진적으로 수정되었다. 이런 수정되고 강화된 발전적 패러다임이 일련의 가치와 신념을 창출하여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수 만 있다면 인류의 자기 파괴적 경향성을 인간적이고 상생적인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인지과학은 마음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탐구, 즉 마음, 두뇌, 컴퓨터를 연결하여 인간마음을 비롯한 지(知) 체계의 본질을 철학, 심리학, 언어학, 컴퓨터공학, 신경과학의 학제간 연구를 통해서 밝히려는 학자들의 자연적인 지적호기심에서 진화론적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형성되었다. 그 이론체계와 탁월한 연구 방법론들, 그리고 그것이 제기하는 의문들의 본질적 중요성 등으로 인해 20세기의 핵심과학으로 발돋움하였고 21세기의 다른 어떤 학문들보다 주변 학문들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지과학의 전반적 흐름은 이런 새로운 방법론들과의 상호교환을 통해서 인지심리학, 인공지능학, 신경과학, 물리학, 철학, 언어학, 수학, 인공생명학, 로보틱스, 진화생물학, 인류학, 동물행동학 등의 연구들이 서로 경계가 없이 ‘자연적 마음’과 ‘인공적 마음’의 과학적 이해와 실제적 구성을 위해 하나로 수렴되어가고 있다. 인지과학이 21세기의 과학들 중에 으뜸이 될 모습을 쉽게 그려볼 수 있다.
 영남대에 대구/경북 최초로 인지과학 대학원이 설립되었다. 한강 이남에서 부산대 다음으로 프로그램을 오픈한 셈이다. 이제 영남대 학생들에게도 이런 21세기 최첨단 핵심과학을 가까운 곳에서 심오하게 연구해 볼 쉽지 않은 기회가 생겼다. 이 지역에 새로운 인지과학적 움직임이 싹트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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