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단순 풍자 넘어선 안티 표현의 방법으로 자리 잡아
패러디··· 단순 풍자 넘어선 안티 표현의 방법으로 자리 잡아
  • 주혜리 기자
  • 승인 2007.07.05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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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명성에 편승해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본지는 한국 농담을 능가하며 B급 오락영화 수준을 지향하는 초절정 하이코메디 씨니컬 패러디 황색 싸이비 싸이버 루머 저널이며, 인류의 원초적 본능인 먹고 싸는 문제에 대한 철학적 고찰과 우끼고 자빠진 각종 사회비리에 처절한 똥침을 날리는 것을 임무로 삼는다’
황당함을 감출 수 없는 이 글은 인터넷 전자신문으로 50호를 개설한 현재까지 접속횟수 4천3백만여 회를 돌파한‘딴지일보’의 창간사이다.
이 우스꽝스런 창간사에서부터 범상치 않음이 느껴지는 이‘딴지일보’는 안티 문화의 기본 구도라 할 수 있는 패러디의 힘을 빌린 조선일보 안티 사이트이다.
사실 요즘 ‘딴지일보’를 필두로‘개그 코리아’(야후 코리아), ‘국민의 식당 청기와’(청와대 홈페이지)등 패러디를 통해 점잔빼는 것을 맘껏 조롱하고 세태를 풍자하는 사이트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럼 이쯤에서 패러디가 무엇인지 그 사전적인 의미부터 알아보자.
우선 패러디는 문학작품의 한 형식으로 어떤 저명 작가의 시의 문체나 운율을 모방하여 그것을 풍자적 또는 조롱삼아 꾸민 익살스런 시문으로 고대 그리스의 풍자시인 히포낙스가 그 시조라 할 수 있다.
즉 권위 있는 대상에 대한 저항과 조롱의 목적 아래 풍자하여 비꼬는 행위를 일컫는데 양반의 모순을 꼬집는 말뚝이가 등장하는 우리 나라의 ‘봉산탈춤’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기능을 지닌 패러디는 안티에 대한 표현의 한 방법으로써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부분 곳곳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체험! 성의 현장>, <탈옥녀 신창순>, <나도 처제가 있었으면 좋겠다>, <몸로비 사건> 그리고‘부인 시리즈’의 <빠떼루 부인 또 깔렸네>, <표창부인 몸 날렸네> 등의 코믹한 에로비디오 제목부터 시작해서 인기 드라마·CF·영화 등을 패러디한 광고 등이 속속 나오면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50∼60년대 TV가 일상적으로 보급되기 전 국내소식을 영상으로 알려주는 유일한 매체로 인기를 끌다가 정권홍보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95년 사라진‘대한뉴스’가 한 영화의 예고편으로 부활하는 기념(?)을 토했다.
이는 조롱을 통한 비판이 목적이기보다 원작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홍보효과를 극대화시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이는 패러디 붐이 일어난 또 다른 원인의 하나로 꼽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영화 <친구>가 전국적인 흥행을 기록하면서 TV 쇼나 일상생활에서도 <친구>의 구성이나 장면 등을 패러디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얼마 전 정치권에서도 <친구> 신드롬을 반영한 사건(?)이 일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한나라 당은 지난 달 29일‘친구도 아닌 친구들의 야합’이라는 제목의 대변인실 유인물을 통해 3당 정책연합의 주역들을 비판한 것.
그렇다면 이렇게 패러디가 범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민족문화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패러디나 엽기 유머의 붐에 대해“사회 속에서 개인의 영역을 보장받는 등 개인이 정상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데 그 이유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우리 사회는 언론·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지만 아직 그 자유를 깊이 있게 수용·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독설’이나 ‘엽기’등 비정상적인 것이 우대 받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연히 정상적이고 원칙적인 것이 아닌 비원칙적이고 비정상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생각을 보다 분명히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즉 욕망의 비정상적인 형태의 배출로 패러디가 이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패러디를 통한 사회비판은 각종 사회비리에 일침을 가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데 의미가 있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 외에 비정상적 행위 및 표현과 욕설이 난무한다는 부정적인 면도 분명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시대의 패러디가 단지 말장난으로 끝나지 않고 패러디가 갖는 본래의 존재의 의미에 더 노력을 기울이며 일부 특권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향유하는‘문화의 민주화’에 이바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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