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감싸는 아내>형수인가? 아내인가?
<남편을 감싸는 아내>형수인가? 아내인가?
  • 편집국
  • 승인 2007.06.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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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교무처)
본부 OO과에서 근무할 때였다.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와 동료선배는 작취미성에도 불구하고 그 날도 퇴근 후 한잔하기로 약속했다. 그 선배의 아파트 앞에서 선배가 주차하고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시간이 되어도 나오지 않았다. 휴대폰이 없는 그 선배의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아무도 받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다 “오늘 한잔하고 좀 늦을거야.”라고 아내에게 전화한 후 담배 한 대쯤 피울 시간이 흘렀다. 약속했던 선배가 제때 나오지 않자 조금 전 아내에게 전화한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꾹 눌렀다. 전화기에서 친근한 여자의 목소리가 나오길래, 반가운 마음에 “형수, 안녕하십니까?”라고 정중히 인사한 후 “같은 과에 근무하는 김상순데요, 형님 오셨습니까?” 하니까, “이 아저씨가 왜 이래?” 하며 빈정대는 투로 말하길래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맨날 같이 술 마신다는 건 알고있을 거라 생각하고 “죄송합니다. 오늘은 업무상 약속이 있어서...” 라고 하자, “업무는 무슨 업무, 술 좀 그만 마셔요.” 라고 꾸짖는 거였다. 아! 이 선배가 나에 대해 집에서 어떻게 얘기했길래 일면식도 없는 남편의 직장 후배에게 이렇게 심하게 대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며, “아직 안 오신 모양이군요. 전화왔다고 좀 전해 주십시오.”하고 끊으려는데 “정신 좀 차리세요. 김·상·수·씨!”라고 하는 거였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전화를 끊어 버렸다.
전화 속의 귀에 익은 목소리는 형수가 아니라 아내였던 것이다. 웬만해선 긴장하지 않고, 좀처럼 기죽지 않던 내가 그 때만큼 당황했던 때는 없었다. 그 때 영문을 모르는 그 선배가 차창 밖에 나타나 우리는 전날 마셨던 그 집으로 가서 또 밤새도록 마셨다. 그 날은 부끄럽기도 하고, 겁도 나서 일찍 집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다음 날 나는 집에서 죽도록 맞았다.
결혼 10년, 이제 철이 들 때도 됐는데 말썽꾸러기에 사고뭉치라고 하면서도 늘 감싸주는 아내, 고맙기도 하고 때론 제발 저려 무섭기도 한 아내, 의기 투합하여 산골로 들어가 노모를 모시고 사는 데도 불평 없는 아내, 가정적이지 못 하고, 다정다감하지도 않고, 사랑한다는 소리도 잘 못하지만 난 널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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