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물에서 배우는 지혜
[교수칼럼]물에서 배우는 지혜
  • 편집국
  • 승인 2007.06.2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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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교수
(상경대학 경영학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개인이나 조직은 ‘생존 목표’라고 하는 방향키에 의해 움직이는 유기적 존재라 할 수 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환경이 변할 때에 바뀐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생존과 관련하여 항상 긴박한 문제가 된다. 환경대응을 잘 하는 개인과 민감 조직은 생존, 발전하고 그렇지 않으면 쇠퇴 내지는 멸망하는 경우를 인류역사 속에서 숱하게 보아 왔기 때문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환경대응에 실패하여 도태되는 사례가 있다. 약 6천 5백만 년 전 중생대 말 백악기에 사라져 버린 거대한 공룡 중 하나인 브론토사우루스는 다른 공룡 무리들보다 더 일찍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 흥미 있는 일설에 의하면 이 브론토사우루스는 공룡 중에서도 특히 신경이 둔한 편이어서 다른 작은 육식동물들이 배를 물고 늘어졌을 때 아픔을 느끼는 데는 10초가 걸렸고 꼬리를 물면 무려 20초나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공룡은 비대한 몸 윗부분에 있는 두뇌가 반응하는 속도가 느려 힘이 약한 작은 동물들에게도 차례로 먹이가 되어 버렸다는 일설이다. 물론 이 이야기의 진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브론토사우루스의 거대한 외모로 보아 힘이 막강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힘이 세다 한들 브론토사우루스처럼 환경변화에 무디고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냉엄한 환경 속에서 제 힘으로 존속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오늘날의 우리도 혹시 먼 옛날 사라져 버린 공룡의 모습을 닮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 때 호황을 구가하던 기업이 목표상실증에 걸려 어느 날 시장에서 경쟁기업들의 신제품이나 마케팅전략에 밀려 경쟁대열에 뒤쳐지다가 이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사라지는 것이나, 자기관리(Boundary Management)에 실패한 개인이 방향감각을 상실하여 사회에서 낙오되거나 조직 내에서 이탈되는 경우도 결국은 환경변화의 적응에 잘못 반응 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대학생활을 처음으로 접하는 1학년 신입생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교육환경 속에서 ‘자율’이라는 키워드를 따라 젊은 날을 보내게 된다. 마치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자율이란 배를 타는 것처럼. 이 학문의 바다에는 호기심과 순수, 설레임과 기대, 두려움과 긴장이 엇갈려서 젊은 날의 시간들을 출렁이게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 ‘물의 속성’에서 생존의 방향키를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물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는 유연함이 있고, 언제나 낮아지는 성질을 갖고 있다. 사실상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유연함과 낮아질 수 있는 자세만큼 큰 힘도 없다. 물은 자기의 모습을 어떤 모습이라고 스스로를 고집하지 않는다. 네모난 그릇이면 네모난 모습으로, 둥근 그릇이면 둥근 모습으로 바뀐다. 내 모습은 반드시 잘나야 하고, 높은 자리에 있어야 하고 더 많이 가진, 이런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사람에게는 그렇지 못한 자신의 현실이 고통스럽기만 하다. 어떤 모습이 되어도 최선을 다하며 유연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이 물처럼 여유롭다. 또한 물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을 향해 흐르며, 주변의 모든 것들에 생명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스스로는 절대로 내 세우지도 자랑도 하지 않는다. 내가 이룬 일이 많아도, 성공하면 할수록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을 물에서 배우게 한다. 혹, 순리대로 산다는 것이 자칫 소극적인 삶의 모습인양 오해될 부분이 없진 않으나 절제와 마음의 평안이 유지된 사람만이 가지는 행복은 그 어떤 것과도 비견이 안 된다. 따라서 물을 닮은 사람은 자신의 현재적 조건과 관계없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 신입생들이 대학생활을 하는 중에 유연함과 겸손함이란 지혜를 배우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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