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독을 부르는 사회
[사설] 중독을 부르는 사회
  • 영대신문
  • 승인 2024.03.2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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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증이 생기면 휴대전화를 찾는다. 뭐든 물어보면 적당한 답을 찾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 아닌가. 라떼를 외치는 나로서는 요즘 젊은 세대가 부럽기도 하다. 최근엔 숏폼이란 걸 접했는데, 신세계였다. 알고리즘에 의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져, 내 눈과 손이 너무 즐겁다. 시간이 좀 많이 아깝기는 하지만, 구하지 않아도 얻어걸리는 정보도 많고, 젊은 세대와 친밀감도 생기는 것 같아 고마울 지경이다. 그런데 숏폼을 많이 보면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물론 뇌 기능 문제가 생겨 치매가 유발될 수도 있다니, 이 무슨 이런 억울한 겁박이 다 있는지. 설마 중독이라니, 그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고 위로하고 싶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찾아보고, 보다 보면 시간이 훅 가니,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얼마 전 어떤 학생과 상담을 했다. 휴학해서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이었는데, 여러 고민으로 얼굴이 많이 어두웠다. 자신이 택한 길이 맞는 길인지 확신이 없어졌다는 것과, 막상 해보니 재능이 너무 없는 것 같다는 게 주된 고민이었다. 사실 ‘재능’이 문제였다. 재능이 없는 것 같아, 택한 길에 대한 확신도 덩달아 없어진 것이다. 학생이 그 길을 얼마나 원했는지를 알기에, ‘재능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며 나름대로 열변을 토했다. 이야기를 듣다가 학생은 ‘모 유명 인사가 숏폼에서 한 말과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신기해요’라며 미소를 띠었다. 나는 숏폼을 보고 한 말이 아니라며 웃었고, 학생은 웃으면서도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우리의 대화는 숏폼으로 이어졌고, 학생은 숏폼 등 너튜브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내가 놀란 건 별의별 부분에서 다 도움을 받는다는 점이었다. 멘탈 관리는 물론, 공부 방법, 특정 과목을 공부하다 부딪혔을 때 푸는 법, 많은 내용을 외우는 방법 등 거의 모든 것을 찾아보는 것 같았다. 최근엔 재능이 없을 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관한 영상을 엄청나게 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왜 나를 찾아온 것일까. 나에게서 그 이상의 정보를 바랐던 것은 아닐 테고, 적당한 위로와 격려를 바랐던 것일까. 


 결국 나는 학생에게 물어보기 중독, 숏폼 중독, 영상 보기 중독 등 쓴소리를 했다. 수많은 방법을 찾아 보고 듣고는 있지만 자기 것으로 만든 것이 없지 않은가. 자기에게 유익한 영상만 본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었지만, 그조차 자신을 위한 변명과 합리화에 불과하다. 정보를 얻었다고 바로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 또 물어봐야 하고, 모래도 글피도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내 것으로 만들려면 ‘혼자만의 생각하는 시간’과 ‘시행착오의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남의 조언을 듣는 것도 좋지만, 나를 믿고 스스로 고집스럽게 고민하고 행동에 옮겨 보아야 한다. 시행착오를 너무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문제를 풀어가는 나에 대한 믿음도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물어보기를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조차 우리를 중독으로 몰아간다. 풍요로울수록 피폐해질 수 있는 지점이다. 달콤한 ‘물어보기’에 취하지 말고, 시행착오 속에서도 열심히 고민하는 ‘나’를 믿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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