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은 달라도 우린 모두 같은 ‘사람’
‘인종’은 달라도 우린 모두 같은 ‘사람’
  • 손유민 기자, 하진영 기자
  • 승인 2024.03.2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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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종차별이 ▲대학 ▲스포츠계 ▲연예계 등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3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이해 인종차별의 실태 및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 사회와 대학의 노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인종차별’의 미로, 탈출구를 찾아서

 

 지난 10일,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 배우가 동양인 시상자를 홀대해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인종차별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어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에서는 이러한 인종차별 실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봤다.

 인종차별 어느 별에서 왔니?=지난 1월, 한국인 관광객들이 밀라노 관광 중 인종차별적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우리나라 스포츠 선수들도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을 당했다. 이와 같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인종차별은 글로벌 세계라 외치는 지금도 여전히 사회적 문제로 존재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누구나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흑인과 백인, 동양인과 흑인 간 인종차별 등 다양한 경우에서 인종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누구나 인종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당 주장에 따르면, 인종차별은 무의식적으로 행해지기도 해 가해자는 인종차별적 행위를 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박경태 성공회대 교수(사회학전공)는 “우리 사회는 인종차별에 무관심한 경향이 있어 무심코 인종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캠퍼스 내 인종차별, 이젠 그만!=한편 인종차별은 대학가에서도 발생하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대학가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회옥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인종차별이 방치될 경우 기형적으로 변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 우리 대학교 역시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 의식을 느끼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681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인 본교는 인종차별을 예방하기 위해 ▲BUDDY 프로그램 ▲YU TOPIK ▲대구·경북 지역 중고등학교 파견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송보경 유학생팀장은 “계속해서 한국인 학생과 유학생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BUDDY 프로그램은 유학생의 한국 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 BUDDY 프로그램을 경험한 유학생 리우린페이 씨(영어영문4)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의 삶이 더욱 편안해졌다고 밝혔다. 본교 학생 송지성 씨(한문교육3)는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한다면 국적과 관계없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으로 해소하는 인종차별=더불어 인종에 대한 편견 해소를 위해 우리 대학교는 이와 관련된 강좌도 개설했다. 유학생의 경우, 유학생 언어 교육 및 한국문화의 이해 과목을 통해 한국 생활의 적응을 꾀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본교는 글로벌 시대 속 편견과 차별 문제를 개선하고자 ‘세계시민교육이해’ 과목을 교양 선택으로 개설했다. 해당 과목은 세계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해당 과목을 운영 중인 김정환 교수(사회학과)는 “수업을 통해 인종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세계시민교육이해 과목은 교양 선택 과목으로 개설돼 있어 이를 필수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정환 교수는 “지구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세계시민교육이해 수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 역시 인종차별 극복을 위해 여러 교육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반편견 교육이 있다. 이는 편견이 나쁘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각자의 삶에서 차별 및 편견이 드러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이에 이인재 서울교대 교수(윤리교육과)는 “반편견 교육은 예방주사와 같은 존재”라며 지속적으로 필요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반편견 교육이 사회 모든 집단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인재 교수는 “인간은 선·후천적으로 선입견을 가진다”며 “어린 시절부터 반편견 교육을 통해 인종차별의 나쁜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종차별 용어는 이제 그만!

<블랙·화이트>

우리는 흔히 부정적인 것에 블랙을, 긍정적인 것에 화이트를 쓴다. 그러나 블랙과 화이트의 경우 특정 인종의 피부색을 연상해 피부색으로 긍정과 부정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적 용어가 될 수 있다. 그 예시 중 하나는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이다.
블랙리스트는 감시 혹은 경계가 필요한 사람 및 그룹들의 목록이다. 이는 주로 수사 기관 등에서 위험 인물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반대로 화이트리스트는 접근이 가능하도록 식별된 실체에게 이익을 주거나 권리를 허용할 목적으로 작성한 목록이다.

<혼혈인>

혼혈인은 ‘피가 섞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질적인 것에 대해 배타적인 면모를 보여 혼혈이라는 표현은 그들을 주로 인종·문화적으로 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우리 사회는 ‘혼혈’을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을 탐색하고 있다.
그 결과 2006년 전라북도 교육청의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온누리안’,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의 ‘국제가족’ 등 다양한 표현이 제시됐다.

<불법 체류자>

불법 체류자는 체류 기간과 목적을 위반한 상태로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을 뜻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불법 체류자라는 표현은 해당 이민자를 제도적 보호에서 제외해 인권침해에 취약한 집단으로 만들고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가져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22년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체류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출국하지 않은 외국인을 정의한 ‘불법체류자’를 ‘체류자격 위반자’로 변경해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 등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우린 하나 되어, 세상으로

영화 ‘그린 북’은 인종차별을 당하는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셜리’와 그의 백인 운전기사 ‘토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인종차별을 다룬 해당 영화를 기자들이 직접 관람하고 감상평을 남겨봤다.


 기자는 ‘그린 북’ 영화를 통해 우리 모두 어디를 가더라도 이방인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우리는 인종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이다. 이처럼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단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당하는 것은 모순적인 행위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과거 인종차별이 심각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에 영화 속에서는 흑인에게 인종차별적 발언과 행동을 일삼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인물들도 등장한다. 이 영화에는 경찰이 두 번 나오는데, 처음에 나온 경찰은 흑인 주인공을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체포했다. 이로 인해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어진 상황에서 두 번째 경찰은 오히려 주인공들을 도와줘 경찰에 대한 인식은 다시금 뒤바뀐다. 이러한 장면을 보고 기자는 인종차별의 가장 큰 원인은 개인의 인식에 있다고 느꼈다. 분명 같은 경찰이지만 흑인을 대하는 태도는 전혀 달랐다. 이 태도는 넓게 보면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날 때부터 정해진 게 아닌 듯,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가 매우 중요해지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나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가 아닌 나 하나에서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기자는 영화 ‘그린 북’이 로드 무비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여행이 영화의 주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백인 주인공 ‘토니’와 흑인 주인공 ‘셜리’가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다양한 일을 주제로 전개되는 영화를 보며 이 영화를 공익 영화라고 생각하게 됐다.

 셜리와 토니의 여행길은 인종차별이 만연한 미국 남부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셜리는 남부의 백인들에 의해 집단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고, 양장점 주인은 셜리가 정장을 입어보려는 것을 거절했다. 이후로도 셜리는 지속적인 인종차별을 당하며 잊지 못할 한마디를 뱉는다. “흑인답지도 않고, 백인인 것도 아니고, 남자답지도 못하다면 나는 도대체 뭐야?”

 이러한 상황 속 영화 ‘그린 북’의 결말은 사회가 가장 추구하는 흐름으로 마무리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토니의 가족들은 식사 중 “그 깜둥이는 어땠어?”라고 물어본다. 그러자 토니는 “그렇게 부르지 마”라고 답했다. 이는 인종차별의 가해자가 직접 인종차별을 지양하는 모습으로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가장 바람직한 인종차별 해결의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기자는 인종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이들을 끌어안는 자세를 가지자고 다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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