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니스트] ‘차이나 머니’의 침투?
[나도 칼럼니스트] ‘차이나 머니’의 침투?
  • 김지현(정치외교2)
  • 승인 2024.03.04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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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예능 ▲영화 등의 영상 매체를 한 번이라도 접한 경험이 있는 사람 중 간접 광고, 즉 PPL에 노출된 적이 없는 이를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려울 것이다. PPL이란 마케팅 전략의 일종으로서, 영상 매체에 특정 회사의 상표나 제품을 배치하여 브랜드의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호의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PPL은 드라마와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만 끼칠까?


 2021년, tvN 드라마 ‘여신강림’의 PPL이 크게 논란이 되었다. 7화에서 중국 브랜드 ‘즈하이궈’의 인스턴트 훠궈 제품이 간접 광고로 등장한 것이다. 또 여주인공이 이용하는 버스 정류장에는 중국 기업 ‘징둥닷컴’의 광고가 걸려 있었다. 이는 드라마 ‘여신강림’이 두 회사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이 한국 문화에 ‘침투’하는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일었으며 이로 인해 8화의 시청률이 대폭 하락했다.


 그러나 필자는 일명 ‘차이나 머니’가 한국 매체에 침투했다며 이를 반대하는 여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회사는 자신의 제품을 소비해 줄 잠재적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는 수단으로 간접 광고를 사용한다. ‘즈하이궈’는 중국에서만 판매하는 내수용 브랜드이기 때문에 그들이 타겟팅 하고자 했던 잠재적 소비자는 한국인이 아니라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중국인 소비자였다. 이는 한국 문화를 향유하는 중국인의 비율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셈이다. 다시 말해, 중국 자본이 한국 매체에 침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매체가 중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한국에 문화 침투를 시도한 것 또한 아니다. 중국 드라마 ‘아적모격리남해(2019)’에서는 한국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려 샴푸’가 총 4회에 걸쳐 등장하며 적극적인 PPL을 시도했다. 드라마 ‘하이생소묵(2015)’에는 한국의 로드샵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화장품이, 드라마 ‘환락송(2016)’에는 CJ그룹의 ‘뚜레쥬르’의 케이크가, 드라마 ‘월광변주곡(2021)’에는 삼성전자의 냉장고가 간접 광고로 중국 시청자들에게 노출됐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는 모두 공식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한국 브랜드의 제품이 전 세계에 진출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고, 중국 브랜드의 제품이 한국에 진출하는 것은 불편한 일로 취급한다면 이는 너무나도 모순적인 태도가 아닌가? 동북공정이나 역사 왜곡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PPL 제의는 드라마 제작사 측에서 거절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 그러한 문제가 없는데도 ‘중국 자본의 침투’라는 이유만으로 중국 브랜드의 간접 광고에 거북한 감정이 든다면 자신이 지금 무엇을 혐오하고 있는지 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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