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편집실에서 퇴근합니다
[영봉] 편집실에서 퇴근합니다
  • 백소은 편집국장
  • 승인 2023.11.27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덧 마지막 영봉을 작성하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이야기를 남겨야 할지 몰라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습니다. 고민 끝에 영대신문 기자로 지냈던 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영대신문 수습기자로 입사했던 1학년 1학기, 저는 기자라는 진로에 대해 확신은 없었지만 학보사 경험은 기자가 아니더라도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 지원서를 작성했습니다.

 영대신문의 구성원으로 처음 작성했던 글은 수습기자 포부였습니다. 당시 저는 ‘진실된 기자가 되겠다’, ‘작은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기자가 되겠다’, ‘기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현재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다’ 세 가지를 다짐했습니다. 제가 참여하는 마지막 영대신문을 발행하며 이 다짐들을 지켰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나는 작은 일에도 관심을 기울였나? 처음의 열정을 그대로 갖고 있었나? 반 정도만 지켰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맡은 일만 해내는 것도 힘들어 작은 일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고, 무엇이든 열정 있게 하는 마음보다는 쉽게 끝낼 방법을 찾기도 했습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저는 준기자를 마친 뒤 영대신문을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학보사 활동이 저에게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그만두지 못했고, 2학년까지 학보사 기자 생활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영대신문에서의 2년을 마쳤을 때는 ‘2학년까지 했으니 국·부장도 하고 임기를 마치자’라는 생각으로 영대신문에 남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1학년 당시 그만둘 때를 놓친 것이 저에게 기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대신문 수습기자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꼭 기자가 되지 않더라도 언제든 도움이 될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3년 동안 영대신문에서 일했던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어느 날 부모님이 제가 영대신문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고 ‘대학 생활을 안정적으로 하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만약 영대신문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어떤 대학 생활을 했을지 고민해 봤습니다.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때 영대신문을 그만뒀다면 이도 저도 아닌 대학 생활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수습기자이던 모습이 생생한데 시간은 빠르게 흘러 영대신문을 대표하는 편집국장이라는 직책을 맡았습니다. 저는 영대신문 편집국장이 되기 전까지 어딘가의 대표를 맡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걱정도 많았고 부족했지만, 그만큼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처음 하는 모든 일에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며 배워나갔습니다.

 이처럼 제 대학 생활 경험 중 대다수가 영대신문입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하는 중에도 영대신문에 출근하기 위해 학교에 왔습니다. 그랬던 제가 이제는 영대신문에서 마지막 퇴근을 할 시간입니다.

 수습기자 시절부터 함께했던 선배들, 부족한 저를 잘 따라와 줬던 후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깁니다. 저는 영대신문을 떠나지만 남아있는 기자들을, 앞으로 새롭게 영대신문 기자가 될 학생들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