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로를 거닌 사람] 씨름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박승한 한국씨름연구소장
[천마로를 거닌 사람] 씨름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박승한 한국씨름연구소장
  • 장효주 기자, 이승민 기자, 변정섭 준기자
  • 승인 2023.11.27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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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전통 스포츠인 씨름은 지금까지도 우리를 흥분케 한다. 씨름 선수이자 씨름 행정가였던 박승한 한국씨름연구소장(체육교육과 71학번)은 31년째 한국씨름연구소를 운영하며 씨름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에 그를 만나 씨름과 인생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씨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4살 때 쌀 한 가마를 들고 집을 한 바퀴 돌 수 있을 만큼 선천적으로 힘이 강했어요. 이후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더해지며 씨름을 놀이 이상으로 인식하게 됐죠. 본격적으로 씨름부에 입문하게 된 것은 영신고등학교에 스카우트 된 이후예요.


 우리 대학교 재학 시절, 소장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대학 시절 운동과 공부만 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재미없는 대학 시절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그것이 경쟁력이 됐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지금까지도 계속 공부하는 일을 하고 있네요. 제 재주는 공부하는 일인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저와 같은 사람이 있어야 씨름의 기록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씨름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씨름을 정말 좋아해요. 씨름장에 15명이 있으면 이들 모두를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임하죠. 그렇게 2년을 보내니 모두를 이길 정도가 됐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때 배운 자신감으로 영어도 시작했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인생을 살면서 못할 건 없다고 느꼈어요. 여러분도 깊이 고민해 보고 한 가지 분야를 정하길 바라요. 한 가지 분야를 정했다면 관심을 갖고 연구해서 계속 나아가면 좋겠어요.


 현역 시절 가장 자신 있었던 씨름 기술은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자신 있었던 기술은 상대방을 공중으로 띄워 올려 넘기는 기술인 배지기예요. 상대방을 띄워 올려 든 채로 무릎을 교차하면서 발을 움직여 제가 원하는 자세를 만들어야 하죠. 몸을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움직여야 해서 쉽지 않은 기술이에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우리 대학교 체육학부 교수직에 임하셨나요?
 저는 1983년부터 ▲영남대학교 스포츠 과학 연구소장 ▲스포츠 과학 대학원장 ▲씨름부 지도교수 등을 역임하며 씨름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았죠. 교수로서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을 열심히 살펴봤어요. 학생들이 지루해 보이면 재밌는 얘기를 꺼내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죠. 특히, 인성과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31년째 운영 중인 한국씨름연구소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국씨름연구소 설립은 씨름의 전승과 발전의 중요한 시발점이었어요. 씨름의 과학적 연구와 국제화를 위한 토대이자 씨름 관련 교육 및 연수를 위한 공식 기관이기 때문이죠. 이후 한국씨름연구소는 ▲씨름에 대한 각종 자료 수집 ▲씨름 관련 학술적 연구 및 조사 ▲북한 씨름에 관한 연구와 교류 ▲씨름 세계화를 위한 학문적 과업 등을 수행하고 있어요.


 한국씨름연구소를 개소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씨름은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유산인데 씨름의 역사를 보존하는 작업에 소홀했다고 생각해요. 정부나 협회 차원에서 그 실천이 부족했죠. 그래서 저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씨름 역사 기록물은 모래판의 모래알 하나라도 보관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씨름 역사의 저장고’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씨름연구소를 설립했어요. 


 대한씨름협회장을 역임하시면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씨름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어요. 택견은 유네스코 등재가 상당히 빨리 됐고 전수관도 만들어졌죠. 이를 보면서 씨름도 충분히 등재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어요. 이에 포럼을 열어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 가치 및 절차 ▲등재 전략 ▲향후 씨름의 과제 등을 논의해 나갔어요. 이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세계무술연맹에 가입해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발판을 쌓아 갔죠. 또한 씨름 홍보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어요. 그리고 씨름 선수가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도록 하고 씨름 경기장의 질서를 유지했죠. 씨름장이 카메라의 모든 구도에서 깨끗하게 나오도록 씨름장 관리에도 힘썼어요. 더불어 씨름 육성법을 만들고, 최초로 씨름 홈페이지를 운영해 영어로도 소개했죠.


 대한씨름협회장으로서 선수들을 위해서 하셨던 활동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실행한 일은 씨름선수들이 그들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었어요. 이에 씨름대회를 후원해 줄 기업을 찾아다녔죠. 그 결과 2013년 지역장사씨름대회, 2014년 설날장사씨름대회 등의 전국씨름대회를 IBK기업은행에서 후원받을 수 있었죠. 특히 이 후원은 2003년 세라젬 후원 이후 약 10년 만에 받는 후원이라 더욱 의미 있었어요.


 2014년도에 우리나라의 씨름을 영문 책자 ‘SSIREUM : The Living Culture’로 제작하셨습니다. 해당 책자를 제작하게 된 무엇인가요? 
 저는 씨름의 우수성과 독자성을 직접 경험했고 이를 보존하고 세계화해야 한다는 것에 책임감, 사명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더욱 열심히 임했죠. 이러한 이유로 2014년에는 미국인 대학원생과 함께 ‘SSIREUM : The Living Culture’이라는 제목의 영문판 책을 만들어 씨름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한국씨름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소장하고 있는 주요 자료들은 ▲천하장사들이 타던 가마 ▲씨름동상 ▲과거 100년 사진 등이 있어요. 이 중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소장품은 천하장사들이 실제로 타던 가마예요. 물건은 특정한 스토리가 없으면 가치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점에서 과거 씨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도 가치 있는 자료예요. 과거 100년의 씨름 사진 자료는 오래됐기에 더욱 가치 있는 사진들이죠. 내년에는 과거 100년의 씨름 사진을 담은 사진첩도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저에게만 있는 소중한 자료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거죠.

천하장사들이 타고 다녔던 가마의 모습


 씨름 100년사 발간 준비 사업을 진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영남대학교 교수로 재직할 당시 씨름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에게 씨름을 잘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반면 일본의 경우 스모 전승관을 비롯해 스모의 역사가 잘 정리돼 있죠. 우리나라 민족 스포츠인 씨름에도 이러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씨름의 100년 역사와 발자취를 체계적으로 꼼꼼하게 정리하는 작업은 씨름인들이 꼭 해야 하는 중대한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했어요. 이에 씨름선수 생활과 대한씨름협회장을 맡은 경험이 있는 제가 책임감을 갖고 작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래서 씨름 발전을 위해 힘써온 사람들을 널리 알리고 기록하기 위해 2027년 대학씨름협회 100주년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게 됐어요.


 한국씨름연구소를 운영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재정적인 문제와 자료 수집에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씨름연구소를 시작했지만, 씨름연구소로는 수익을 볼 수 없어서 반대도 많았죠. 그리고 과거 자료들은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자료가 있더라도 날짜가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소장님께 ‘씨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씨름은 인생 그 자체에요. 씨름을 통해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씨름 감독 ▲교수 ▲협회장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씨름을 통해 덕을 본 것이 많기 때문에 이제는 제가 씨름에게 그 덕을 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우리 대학교 씨름부는 국내 최초 대학 씨름부이며, 대한씨름협회 회장 2명과 민속대회 장사 18명을 배출한 씨름 명문대라고 할 수 있죠. 오는 2024년에는 우리 대학교 씨름부 창립 7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우리 대학교 씨름부와 씨름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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