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 기록에 대한 생각
[느낌표] 기록에 대한 생각
  • 장효주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23.11.27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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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걱정도 하지는 마. 나에게 다 맡겨 봐.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라는 곡의 한 소절이다. 나는 이 소절을 듣고 ‘기록’을 떠올렸다.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는 기억을 한 데 묶어둘 수 있는 기록!

 사실 내게 기록은 번거롭고도 귀찮은 일이었다. 머릿속에 풍선처럼 마구 떠다니는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을 낚아채 문장에 눌러 담아야 하기에. 또 억지로 무언가를 써내야 했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기록을 기피해왔다. 초등학생 때 나의 개인적인 내용이 담긴 일기를 무조건 써서 제출해야 했던 기억이 특히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고, 다시 떠올리며 추억하기엔 이만한 것이 또 없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작년부터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독서 노트를 작성해왔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것이지만 나에겐 소중한 기록물들. 습관을 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엔 방학에 밀린 일기 쓰기 숙제를 하듯 며칠씩 미룬 일기를 겨우 꾸역꾸역 적어내곤 했다. 그러다 점차 쓰고 싶은 내용이 많아지며, 일기장은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곳이 되었다.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힘든 감정을 글로 풀어내며 힘듦을 두고 올 수도 있었다. 독서 노트 기록은 아직도 습관이 들지 않았다. 정말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도 그중에서 특히 의미 있던 문장을 뽑아내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읽어보면 잊고 있던 문장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갑다. 같은 문장이라도 나의 다른 상황에 대입해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올해엔 영대신문에서 대학·사회부장을 맡으며 매호 신문이 나올 때마다 칼럼을 작성해야 했다. 한 학기에 3번씩,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글을 작성해야 해서 막막함이 앞섰다. 여기에 뜻밖에도 독서 노트가 큰 역할을 해줬다. 어떠한 주제를 잡고 글을 쓰더라도 그와 연관되는 의미 있는 문장들이 노트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두루뭉술한 주제만 떠오르고 가닥이 잡히지 않을 때도 노트를 읽다 보면 마치 꼭 맞는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는 것 같았다.

 아직도 기록을 시작할 때면 귀찮음이 앞선다. 그러나 열심히 눌러쓴 기록물을 돌아보면 나의 당시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나는 3년간의 영대신문 활동을 모두 끝마친다. 새로운 곳으로 발돋움을 기약하며, 오늘도 기록해본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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