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회 천마문화상] 심사평(시)
[54회 천마문화상] 심사평(시)
  • 박승희 교수(국어국문학과)
  • 승인 2023.11.21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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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고작 중에서 개성 있는 호흡과 리듬, 언어의 적절한 사용, 서정과 삶의 긴장이 만드는 세계의 이면 등을 살폈다. 그러나 지나친 감성 언어와 언어적 모호를 시로 착각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비교적 언어적 조형과 완성도가 높은 작품 중 독창적인 시적 세계를 형상화한 3편이 최종 본심에 올랐다. 시 ‘정인(丁仁)’은 생태적 원형성과 삶의 심연을 연결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흙과 밥과 소금과 고추를 버무려 가족이란 존재를 구성하는 조형 감각이 뛰어났다. 일상을 전유하는 전통 시의 모습도 이 시의 미덕 중 하나였다. ‘모닝’은 일상의 빈 곳, 공복의 아침을 새로운 존재에 대한 발견으로 풀어가는 상상과 호흡이 좋았다. 그럼에도 사변적인 표현과 넋두리 등 상투적인 표현이 거슬렸다. ‘감미료와 설탕’은 제목처럼 달콤했다. ‘구르는 말은 달콤’하다는 공감각은 새로웠다. 말(言)의 맛과 음식이 맛이 인간 사회를 형성하며 구체적인 재료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징과 은유, 비유와 묘사가 지나치면 시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다시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최종적으로 소설과 수필 본심작과 시작품을 두고, 심사자들 간의 깊은 논의를 거쳐 올해 천마문화상 우수작으로 ‘정인(丁仁)’을, 가작으로 ‘모닝’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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