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회 천마문화상] 수상자 인터뷰
[54회 천마문화상] 수상자 인터뷰
  • 영대신문
  • 승인 2023.11.2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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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설산에 막내가 있다」 - 김윤겸作(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54회 천마문화상에서 작품이 당선됐습니다. 당선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올라가는 길에 당선 문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믿기지 않아 담당자님께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진위여부를 확인했어요. 혹시라도 보이스피싱이면 어떡하지 싶었거든요. 한참 동안이나 믿기지 않아 좁은 기숙사 방을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스무 살의 가을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감사하다는 마음뿐입니다.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대학교에 처음 입학해 듣게 된 소설 수업에서는 열 장짜리 단편 소설 초고본을 제출하는 것이 중간고사, 합평을 진행한 뒤 퇴고본을 제출하는 것이 기말고사였습니다. 커다랗고 흰 노인과 파독간호사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른 존재들만으론 바라보고 싶지 않았어요. 제 마음속 가장 못생긴 감정을 꺼내 인물을 빚었습니다.

 작품을 쓰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주인공을 입체적인 인물로 그리는 데에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다. 제 마음과 감정을 이리저리 굴려보며 현실적인 인물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숙이에겐 미안하지만 막내가 죽는 과정과 미숙이가 바움쿠헨을 정신없이 먹고 괴로워하는 장면을 가장 공들여 썼습니다 선택받지 못한 단어가 항의하지 않도록 더 아름다운 단어를 쓰고 싶었어요. 치열하게 고민하고 단어 하나 어미 하나를 고르는 시간들이 즐겁기도 괴롭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트라우마는 꼭 극복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요. 트라우마를 영영 덮어두고 보지 않은 채로 위태롭게 행복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꼭 그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이겨내야만 더 나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이 본인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첫 단편소설이라 인물들이 모두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워낙 고생을 많이 시키기도 했고요. 이 작품을 써 내려가며 소설을 공부하기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선 소식을 들으신 교수님께서는 제 안에 있는 소설을 쓰는 신들을 죽이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어르고 달래며 잘 살려두어야 한다고. 이 작품을 쓸 수 있게 해 준 내 안의 신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첫 발을 다행히 잘 내디딘 만큼 앞으로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오래도록 친하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거대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바위 같은 마음으로 글을 쓰면 금방 지치니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김애란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조약돌 같은 마음으로 글을 쓰려 노력합니다. 주변 이들에게 부담 없이 권해볼 수도 있고,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닐 수도 있는 조약돌 같은 마음이 좋겠습니다. 

>[우수상] 「정인(丁仁)」 - 최예지作(영남대학교 경영학과)

 54회 천마문화상에서 작품이 우수상으로 당선됐습니다. 당선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연말이 되면 인적이 드문 바닷가로 가 떠오르는 해를 보며 오래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는 저만의 작은 관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년 편지의 내용은 비슷하지만 다 써진 편지를 봉투에 넣고 우표를 사서 붙이고 친구들에게 보내는 그 반복적인 행동을 끝내고 나면, 비로소 한 해를 끝마쳤다는 기분이 듭니다.
 이번 54회 천마문화상에 투고한 작품도 매년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쓴 시였습니다. 딱히 답을 바란 편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우편함을 열어보니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어서, 평범했던 하루가 뜻밖의 답신으로 행복해진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저는 주로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 저라는 작은 세계 안에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씁니다. 이 작품의 제목과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시도 언니의 이름으로, 언니를 향해 작성한 시입니다.
 최근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꿈꿔왔던 저희 언니가 결혼하게 되었는데요. 바로 이 영남대학교에서 만난 형부와 10년이라는 긴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언니가 저녁이 있고, 식탁이 있고, 서로의 발가락을 맞댈 상대가 있는 그런 행복한 일상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쓰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쓰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 시는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저의 손으로 옮겨 담아 언니에게 전달하는 시입니다. 늘 말 수가 부족한 아버지의 몇 안 되는 말의 조각들을 주워 담아 만든 시이기 때문에, 이 시는 굉장히 흔하고, 평범하고, 조금은 낮은 단어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일상이 녹아있는 아주 흔한 단어들이 좋습니다. 왜인지 단어도, 마음도 가공할수록 어려워질 때가 많아서… 최소한의 변형으로만 시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생각해보면 제가 행복했던 순간들은 대체로 아주 사소하고, 작고, 평범한 것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신매 시장의 목요장을 걷다 보니 마트에서는 1,500원 하는 애호박이 700원이라던가 하는 그런 것들로요.
 저는 이 시를 통해 이 시를 읽는 모든 분에게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고, 가장 투박한 것과 가장 부드러운 것, 가장 귀한 것과 가장 천한 것, 가장 원하던 것과 가장 원치 않던 것, 가장 슬픈 것과 가장 기쁜 것들의 차이가 크게 없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이 본인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저의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시를 쓰지만, 정작 시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들에게는 제 시를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 시는 ‘나’라는 한 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쓰인 방백 같은 것에 가까웠는데요.
 그렇다 보니 수상이 되고 나서도 기쁜 감정보다, 언니의 이름으로 쓴 시가 수상하게 된 것에 대해 언니에게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시를 쓴 나의 마음은 어땠나 하고 생각해보았는데요.
 이 시가 언니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써진 시이니, 이 시는 나에게 꽃이나 편지, 선물 같은 것이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라고요. 술에 취한 아버지가 오밤중에 사 오는 케이크,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가판대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한 꽃, 그런 거요.
 저에게 이 시가 그런 의미라고 정의 내려졌기 때문에, 저는 이 시를 언니에게 알리지 않기로 했어요. 언니가 살아가다 우연히 이 시를 발견하고, 하루가 행복해진다면 이 시는 그 몫을 제대로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최근 저희 아버지는 시골에 있는 친할머니댁에 자주 가십니다. 처음에는 주말에만 내려가셨는데 그게 조금씩 늘어, 지금은 거의 시골에 살다시피 하십니다. 가끔 시간이 나면 저도 아버지를 따라 시골로 내려가고는 하는데, 그곳에서 아버지와 함께 밭을 일구거나 작물을 거두는 등 소일거리들을 하고 있으면 굉장히 마음이 평안하다고 느낍니다.
 제가 시골에 내려가는 날이면 아버지는 늘 저녁에 돼지고기를 구워주시는데, 아버지 손에 투박하게 썰린 고기와 함께 소주를 한잔하다 보면 참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게 됩니다. 아버지의 깨달음과 후회, 행복과 미련, 기쁨과 슬픔, 그 외에도 너무나 많은 것들이, 그 작고 따뜻한 불판 위에 올라왔다가 제 뱃속으로 들어와 소화됩니다.
이 불판 앞에 앉기까지 아버지와 저는 여러 이유로 꽤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는데요. 지금에야 하는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는 누구나 시인이 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순간이 누군가와 접촉하고 대화할 때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언어라는 가장 오래된 사랑의 방법으로, 입에서 흩어지는 시들을 주변인과 더욱 많이, 더욱 자주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가작] 「삼흥 목욕탕」 - 김수진作(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54회 천마문화상에서 작품이 가작으로 당선됐습니다. 당선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함께 습작하는 친구들(형초, 민, 은지)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품어왔던 글을 떠나보낼 때마다 저희끼리 장난삼아 하던 말이 있거든요. “상상은 현실이 된다”고요, 내가 떠나보낸 나의 문장들이 부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지 않기를, 어떠한 소식이든 들고 다시 나를 찾아와 주기를. 늘 바라면서 그 말을 함께 외곤 했죠. 그러면 이상하게도 먹구름이 가득 꼈던 마음이 맑게 개면서, 희망이라는 한 줄기 햇살이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그 어렴풋했던 상상이 정말 현실이 되니 놀랍고 신이 납니다. 상상을 현실로 이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친구들과 함께, 더 크고 멋진 상상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겨울에 대중목욕탕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느 날 어머니와 목욕탕을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몇 번이나 폐업한 목욕탕 앞에서 돌아서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코로나로 인해 대중목욕탕이 줄폐업하고 있다는 뉴스 기사를 접했죠. 무언가 사라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게 슬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습니다. 세상의 모양이 점점 더 많이, 내가 아는 모습과는 다르게 바뀔 것을 직감했고, 그때 느꼈던 마음이 습작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살을 붙일 때는 그리운 것을 많이 떠올렸습니다. 정든 동네와 친구를 두고 떠나와야 했던 마음, 효림이와 자주 가던 샤브샤브 집이 문 닫은 걸 봤을 때의 마음, 밤낮없이 붙어 다니던 동기들이 휴학했을 때의 마음. 듬성듬성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소중한 얼굴들을 더듬어가며 썼습니다.

 작품을 쓰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스러져가는 세계 속에서도 묵묵히 그리고 꿋꿋이 존재하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누구라도 이 아이를 보면 응원할 수밖에 없도록요.

 이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지워지는 것들이 많은 가운데, 떠오르는 얼굴이 많은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이 본인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게 처음 글을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 저를 떠나보내며 수진 씨. 독해지세요, 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어디서든 지금보다는 독하게 굴어야 해낼 수 있다고요. 이 소설을 고쳐서 김설원 선생님께 가져갔을 때 마침내 너 참 독하다. 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말씀을 들었을 때 제 안에 있던 뭔가가 팍, 하고 움트는 걸 느꼈어요. 이 소설은 제 안에 있는 싹을 틔워준 햇살 같은 소설입니다. 그 빛줄기 아래로 인도 해주신 김설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여느 글들처럼, 이 소설도 쓰는 과정보다는 고치는 과정이 길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쓰는 문장들은 아마 쭉 어설프고 부족할 것입니다. 그래도 쭉 쓰고 고치겠습니다. 계속 해도 된다는 의미에서 귀한 상을 주셨다고 생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작] 「모닝」 - 장대성作(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54회 천마문화상에서 작품이 가작으로 당선됐습니다. 당선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시를 쓰며 살아가겠다는 마음에 의심이 깃들 때쯤 연락을 받았습니다. 날이 막 쌀쌀해지기 시작해 두꺼운 옷을 입고서도 몸이 조금 떨렸는데, 온기를 건네받은 기분이었어요. 나를 더 굳건히 믿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내게 온기를 건네주는 사람 몇을 떠올렸고, 그 사람들의 손을 모두 잡아도 될 만큼 따뜻한 손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아침에 할 수 있는 여러 행동을 좋아합니다. 자는 동안 가만히 두어 굳은 몸을 이리저리 펴고 돌리는 일, 커튼을 열어 방을 밝게 만드는 일 같은 것이요. 언젠가 그것으로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뜻하면서도 쓸쓸하고 싶었나 봐요.

 작품을 쓰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모닝’을 쓸 때쯤 무력감과 공허함을 자주 느꼈습니다. 어딘가 비어 있고, 채울 수 없는 모서리를 가진 것 같고, 나의 손가락은 둥글어 구석과 알맞지 않다는 생각. 그것들을 시로 써내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 틈을 내 손으로 벌려 그 안에 무엇이 있나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주고자 하는 메시지보다는 내가 만든 공간과 장면에 잠깐이라도 빠져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두꺼운 이불 속에 가득한 어둠을 바라보는 일. 매일 비슷한 삶을 살다가도 문득 그런 장면에 골몰하는 일. 때로는 그게 우리의 햇빛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을 내어주고 싶었을지도요.

 이 작품이 본인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슬픔이 꼭 아픔으로 승화되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 밝음이 기쁨은 아니라는 생각, 그냥 내가 좋다고 생각한 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해보자는 용기. 틈이 꼭 흠은 아니었다고 깨닫는 마음이 들게 해준 것으로 꽤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나와 함께 서로의 슬픔을 내보이며 시를 쓰는 태훈, 병헌, 형초 그리고 곁이 되어주는 수많은 사람에게 고마워요. 언젠가 메모장에 ‘슬픔을 아는 당신의 마음이 자랑스럽다’고 적어두었는데, 이제야 꺼내둘 수 있게 되었어요. 우리는 더 건강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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