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로를 거닌 사람] 국악과 어울리다, 한규복 영남풍물연구소 대표
[천마로를 거닌 사람] 국악과 어울리다, 한규복 영남풍물연구소 대표
  • 백소은 기자, 곽려원 기자, 하진영 준기자
  • 승인 2023.10.04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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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간 지역 행사에서 풍물패의 신명나는 풍물 연주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한규복 동문(국악과 07학번)은 영남풍물연구소를 창단해 우리나라를 넘어 해외까지 우리 음악을 널리 전하고 있다. 이에 그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 ‘국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16살 때 봉사단체 ‘녹우(綠友)’를 만들었어요. 녹우에서 한 달에 두 번씩 양로원에 방문하게 됐어요. 그 당시 할머니들께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막상 제가 줄 수 있는 도움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분들이 낙을 못 느끼시는 것을 보고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장구 공연을 하게 됐어요. 양로원에 갈 때마다 공연을 하면서 국악에 관심을 갖게 됐죠.

 우리 대학교 국악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양로원 봉사활동과 농악 활동을 같이 하다가 점점 농악과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서 농악에 대해 더 깊게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그래서 계속 배우다 보니 제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국악과에 진학하게 됐어요.

 우리 대학교 재학 시절, 대표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돈 많이 쓰는 만학도였어요(웃음). 제가 대학에 들어왔을 때 나이가 두 번째로 많았거든요.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합주할 때 틀리면 괜히 눈치가 보이기도 했어요. 그런 것을 만회하기 위해 밥을 사주다 보니 돈을 많이 쓰게 됐어요.

 국악과 재학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 및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 대학교 이름으로 대회에서 입상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젊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죠.

 대표님께서는 대구지역 최대 규모의 전통예술 전문단체 ‘영남풍물연구소’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해당 연구소를 개소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수업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영남풍물연구소를 개소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제가 가르쳐준 내용을 다음 수업 시간이 되면 다 잊었죠.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 진행하는 수업이 아니라 계속해서 연계될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었죠. 이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국악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어요. 그래서 큰 고민 끝에 ‘영남풍물연구소’를 만들게 됐어요.

 국악의 여러 종류 중 특히 ‘풍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11개의 국악 종목 중 풍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과거 양로원 봉사 때문이에요. 이때부터 제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고자 더 열심히 하다 보니 풍물에 푹 빠지게 됐어요. 풍물은 장구, 꽹과리 등의 악기를 두드리면 신나고, 다른 사람에게도 신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요. 이처럼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풍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국악과 재학 중, 국악 공연 등 현재 하시는 일과 관련해 비슷한 활동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재학 당시의 경험이 영남풍물연구소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됐나요?
 재학 이전에는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서툴렀어요. 국악과와 교육대학원에 재학하며 여러 이론을 배우고 글쓰기 방법을 익혔죠. 이러한 활동이 사업을 위한 기획서 작성과 예술 강사 지원을 위한 서류를 작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풍물예술단도 운영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풍물예술단을 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의 장을 마련하고 싶어 풍물예술단을 꾸렸어요. 또한 청소년들에게 대회 출전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교육을 통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시작하게 됐죠.

 ‘영남 광대들의 놀이판 판탄타-들레의 꿈’, ‘영남풍물연구소 20주년 기념공연 산 좋고 물 좋고 얼씨구 좋다’ 등 다양한 공연을 진행하셨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공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난해 제 스승님인 김오동 선생님의 탄생 100주년이자 서거 20주년을 맞아 기념 공연을 준비했어요. 김오동 선생님을 통해 국악을 시작했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공연을 준비한 기억이 나요.

 일본 아시아태평양마칭페스티벌, 호주 멜버른한인페스티벌 등 다양한 해외공연도 다녀오셨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의 전통예술을 알리는 것이 상당히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습니다. 당시 어떤 감정으로 공연을 진행하셨나요?
 들뜬 마음이 가장 컸죠(웃음). 특히 중국 상해와 호주 멜버른에서 진행한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중국 상해에서 공연했을 때, 상해에 계신 우리나라 민족들이 뛰어와 환대해 주셨죠. 또한 호주 멜버른에서 장구를 연주하자 순식간에 많은 관객들이 몰려와 큰 박수와 ‘Wonderful!’이라는 찬사를 남겨주셨어요. 저희 힘으로 우리 음악을 해외에 알릴 수 있어 뜻깊은 공연이었죠.

 현재 대구·경북지역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강사와 초등학교 음악 교과(국악) 예술 강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국악 연주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대상으로 국악 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수입을 얻기 위해 시작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큰 사명감을 느끼고 국악뿐 아니라 ▲공동체 의식 ▲예의 ▲배려심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이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껴요.

 불우청소년을 위한 교육, 장학사업 등 다양한 복지사업도 진행하고 계십니다. 해당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웃에 있는 결손 가정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시작하게 됐어요. 결손 가정 아이들에게 풍물을 가르치면서 지원도 해주고 있어요.

 최근 배경음악에 국악을 입힌 스트레이키즈 ‘소리꾼’, 전통 악기 연주를 사용한 블랙핑크 ‘Pink Venom' 등 K-POP 분야에 국악이 접목되며 국악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악과 접목된 K-POP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국악이 포함된 K-POP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국악과 접목된 K-POP을 듣는 것에서 멈추면 국악 그 자체의 전통이 죽어버리게 돼요. 그래서 이를 계기로 전통적인 국악의 내면까지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국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신명’과 ‘어울림’이에요. 국악의 신명나는 소리를 들으면서 다함께 춤도 추고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국악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대표님께 있어 ‘영남풍물연구소’는 어떤 의미가 담긴 곳인가요?
 우선 제가 만들었기 때문에 의미가 정말 커요. 또 제자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죠.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영남풍물연구소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가 없어 문을 닫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저를 스쳐간 제자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버텼어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재 대구광역시에 전통문화를 전승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그래서 전수관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전통음악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전통음악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변화해요. 이러한 전통음악의 역사를 박물관을 통해 보존하고 체험하면서 전승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또 제가 발굴한 대구무태농악을 문화재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국악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힘들더라도 함께 해나가자고 전하고 싶어요. 국악을 하려는 사람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어요. 그래서 대중들이 국악을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라고 국악을 더욱 사랑해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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