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몰려오는 베트남 유학생과 비교문화 커뮤니케이션
[사설] 몰려오는 베트남 유학생과 비교문화 커뮤니케이션
  • 영대신문
  • 승인 2023.09.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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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에 베트남 유학생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의 중국 정부가 실시한 강력한 폐쇄 정책으로 중국 유학생의 입국이 줄어들면서 베트남 유학생의 수가 중국을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 학교도 베트남 대학과 단순한 자매결연을 넘어 공동 학위 제도 운영을 추진 중이다. 대내외적으로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은 박항서 감독 덕분에 한국을 향한 베트남 국민의 우호적 정서도 과거 어느 시기보다 높아지고 있다.

 나도 지난 8월 16일부터 베트남 호치민시경제대학(UEH)에서 개최되는 ‘제5차 비즈니스와 경제연구에 관한 아시아 컨퍼런스(ACBES2023)에 초청되어 빅데이터를 활용한 혁신과 협업에 대해 발표하고 돌아왔다. 호치민은 베트남의 실리콘밸리로 알려져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택시와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한 그랩(Grab)의 탄생지이다. 

 10년 전쯤 하노이를 방문한 이후에 다시 찾은 베트남이어서 그동안의 변화된 모습을 많이 궁금해 하고 있었다. 수업 시간에 만나는 베트남 유학생들과 짧은 대화로 그들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도 느끼고 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했기에 한국인 교수인 나와 베트남 유학생이 상호 간 겪는 오해와 갈등은 묵은 숙제로 늘 남아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방문은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강조하는 문화상대주의를 실천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남쪽 해안도시인 호치민은 베트남 전쟁에서 북쪽의 공산주의 진영에 패배하면서 원래 갖고 있던 ‘사이공’이라는 이름도 교체된 곳이다. 호치민은 공산당 지도자의 이름이다. 그런데 베트남 전체 국민총생산(GDP)의 1/4가량을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경제수도이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호치민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간의 대립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독립궁(통일궁)과 전쟁박물관 곳곳에는 미국의 영향과 지배로부터 남쪽 주민들을 자유롭게 한 업적을 크게 강조했다.

 그렇지만 시내 중심부를 차지한 비즈니스 섹터는 서구 중심의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정부기관인 사이공 하이테크 인큐베이션 센터를 방문했는데, 호치민의 자서전이 회의실 서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센터가 자랑하는 이노베이션 메이커스 공간에는 미국의 국제원조 전문기관으로부터 지원받았음을 USAID(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로고와 함께 자랑스럽게 전시하고 있었다.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이 경제추격을 하면서 문화적으로 나타난 대표적 특징이 혼종성(hybridity)이다. 국제협력을 위한 지구촌화의 명분이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한 자유로운 교류와 만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이러한 글로벌 혹은 글로컬 추세에서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SNS)가 미국 빅테크 기업인 페이스북(메타)이고 고급 식당에 가면 모바일 주문과 현금 없는 결제가 보편화되었고, 패션과 건물 인테리어는 혼종의 콘텐츠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쇼핑몰과 먹자골목 및 유흥지역에서 느끼는 경험은 한국과 구분하기 힘들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K(Korea)로 시작하는 한류를 자랑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세계화된 디지털 혼종문화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고급스럽게 변용한 거의 유일한 아시아 국가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 교수와 베트남 유학생이 상대에게 느끼는 이질감의 깊이와 넓이는 동질감의 그것보다 크지 않을 것 같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언어적(non-verbal) 커뮤니케이션 측정에 지표로 자주 활용되는 지인 간 신체접촉(스킨쉽)이나 남녀 간 애정 표현을 보면 베트남은 한국보다 아직 개방화되지 않았음이 비교적 분명했다. 그리고 무너진 교통질서와 상거래에 만연된 신뢰 부재는 베트남의 경제성장과 문화증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았다.
결론컨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정리하면, 몰려오는 베트남 유학생과 이들을 수용해야 하는 한국 교수가 겪는 문화적 간극은 공통분모를 서로 인식하게 되면,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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