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스러운 게 아니라 힙한 거예요! ‘힙트래디션’
옛스러운 게 아니라 힙한 거예요! ‘힙트래디션’
  • 박미현 기자, 김규리 준기자, 차승효 준기자
  • 승인 2023.09.04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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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트래디션'이란 유행에 밝다는 의미의 힙과 전통적이라는 뜻의 트래디션이 합쳐진 신조어로, 전통문화를 신선하게 재해석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힙트래디션은 특히 MZ세대를 위주로 전파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힙트래디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전통을 사랑하는 MZ세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약과 디저트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약과 디저트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 굿즈*출처: 국립박물관문화재단(MUDS.OR.KR)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 굿즈*출처: 국립박물관문화재단(MUDS.OR.KR)


 힙트래디션? 트렌디 포지션!=젊은 세대들이 전통문화를 새로운 문화코드로 받아들이면서 힙트래디션이 트렌드로 떠오르게 됐다.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것을 SNS에 게시하기를 원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전통문화는 MZ세대에게 새롭고 색다른 문화”라며 “MZ세대에게 사이버틱한 세계는 익숙한 반면, 전통문화는 특색있는 것이 젊은 세대의 니즈를 충족시켰다”고 전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우리 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힙트래디션(전통문화)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A 씨는 “전통한복, 전통약과보다 서양문물이 대중화된 게 아쉬워서 관심 있게 본다”고 말했다. 반면 전통문화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B 씨는 “전통문화 자체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 등은 부족한데 현대적으로 접목하려 하니 단편적인 모양새만 받아들여져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세대를 뛰어넘은 힙트래디션=힙트래디션 유행은 각종 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힙트래디션의 선두 주자라 할 수 있는 식품업계는 ▲인절미 ▲흑임자 ▲약과와 같은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할매니얼 취향 디저트를 출시했다. 대표적으로 세븐일레븐은 할매니얼 트랜드에 발맞춰 다양한 약과 디저트를 선보이며 전년 동기대비 300%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더불어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문화재 상품 매출액은 지난해 66억 원에서 117억 원으로 증가해 인기를 증명했다. 이윤재 교수(경영학과)는 “힙트래디션 트랜드는 젊은 층의 관심이 증가했다는 측면에서 문화재 홍보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통문화의 대중화, 옳은 방향은?=한편 전통문화를 재해석하는 힙트래디션이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2020년, 걸그룹 블랙핑크가 무대 의상으로 배꼽이 드러나는 저고리와 두루마기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이는 한복의 세계화라는 긍정적 의견과 심미적 기능만 강조한 의상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충돌하며 논쟁이 발생했다. 이에 최종호 전통문화대 교수(문화재관리학과)는 “전통문화의 진정성을 구성하는 디자인·재질·기술·환경·감성·내외적 요인 가운데, 두 가지 이내의 유형만 포함하고 있다면 전통문화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공동체 구성원들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방향으로 현대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힙트래디션의 전망을 보다=일부 전문가는 현재의 힙트래디션 트렌드가 단순 유행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윤재 교수는 “해당 유행을 기반으로 모티브만 딴 저품질 상품이 많아지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수 있다”며 “고품질 콘텐츠 및 유형상품 등을 만들기 위한 투자를 수행할 때, 오랜 기간 유지되는 시장의 하위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할매니얼: 할머니 세대 취향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라는 뜻의 신조어

 

 전통시장도 힙!하게 즐기자
 

별찌야시장 상설공연장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모습
별찌야시장 상설공연장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모습

 

별찌야시장에서 먹거리를 즐기는 방문객들
별찌야시장에서 먹거리를 즐기는 방문객들

 

 힙트래디션 열풍에 맞춰 전통시장을 찾는 MZ세대가 꾸준히 늘고 있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의 매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전국 주요 전통시장 15곳의 결제액과 방문 고객 지수는 2019년 대비 각각 49%,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경산 시민이 사랑하는 힙한 시장, ‘별찌야시장’ 그 속으로 들어가 봤다.

 별찌야시장으로 밤 나들이 가자!=경산 공설시장에 위치한 별찌야시장은 올해 두 번째 운영을 맞이했다. 이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시장 고유의 특화된 문화 콘텐츠를 확립하기 위해 기획됐다. 별찌야시장은 매주 금요일, 토요일 18시부터 22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작년의 노하우를 반영해 지난 5일부터 다가오는 10월 28일까지 약 20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특별공연 ▲버스킹공연 ▲먹거리 부스 ▲플리마켓 ▲고객 참여형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더불어 해당 야시장은 타 야시장과 달리 중앙광장이 존재한다. 중앙광장에는 상설공연장과 260개의 좌석이 마련돼 있어, 공연과 함께 먹거리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상설공연장에서는 하루 두 번, 지역 극단의 연극과 초청 가수 무대 등 다채로운 공연이 진행된다. 특히 토요일은 가족과 함께하는 야시장으로 ▲버블 공연 ▲마술 공연 ▲어린이 체험프로그램 등 온 가족이 같이 즐길 수 있다.

 MZ세대들은 별찌야시장을?=별찌야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연령대부터 방문객 단위까지 다양하다. 유아부터 노인, 친구부터 가족까지 모두 다른 형태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별찌야시장을 방문한 우리 대학교 학생 A 씨는 “경산시장에서 야시장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하게 됐다”며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먹거리도 저렴하고 분위기가 좋아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재방문 의사를 드러냈다. 또한 해당 야시장을 방문한 MZ세대는 8090 노래가 흘러나와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소라고 평가했다.

 별찌야시장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MZ세대도 볼 수 있었다. 별찌야시장에서 ‘지쿠네 가게’를 운영 중인 남종문 씨(대구가톨릭대 외식조리2)는 “담당 교수의 추천으로 학과 사업단에서 운영하는 먹거리 부스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번 별찌야시장을 계기로 전통시장 자체가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동빈 경산시청 전통시장 팀장은 “주변 상인 및 먹거리 매대 상인 모두가 함께 상생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길 바란다”며 “전통시장의 감성을 느껴보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준다면 별찌야시장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NEWTRADITION! 이수자를 만나다

안소라 작가가 작품 작업을 하는 모습
안소라 작가가 작품 작업을 하는 모습
멋질 연구소에서 제작한 기타
멋질 연구소에서 제작한 기타

 

 전통을 힙하게 적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MZ세대가 있다고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113호 칠장의 이수자, 안소라 작가를 만나 봤다.
칠장을 이수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대학 시절 문화재 보존처리학과를 전공하면서 문화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전공 덕분에 자연스럽게 무형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됐죠.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옻칠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재료가 가진 특유의 빛깔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더 큰 매력은 작업 과정에서 변화하는 옻칠이에요. 완성된 마지막 모습이 항상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전통 공예기법인 옻칠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백골 다듬기 ▲초칠하기 ▲중칠하기 ▲상칠하기 ▲사포질의 과정을 거쳐 옻칠을 완성해요. 이러한 작업을 할 때 현대인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서 친근감을 느끼는지 많이 생각하죠. 그래서 대중적인 악기인 일렉트릭 기타를 활용한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작가님만의 작품 작업 방법은 무엇인가요?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 작업해요. 현대로 와서 좋은 도구와 재료가 많이 발달하긴 했지만, 재래식으로 만든 도구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현재 이정형 작가님과 함께 옻칠과 악기를 결합한 ‘멋질 연구소’를 운영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는 옻칠을 다양한 기물에 하고 싶었고, 이정형 작가님은 악기에 옻칠을 하고 싶어 했어요. 서로의 니즈가 잘 맞았죠. 모든 악기는 이정형 작가님이 디자인하고 제작합니다. 그때마다 저와 함께 회의하며 옻칠과 나전 장식을 어떤 식으로 할지 결정해요. 악기는 형태가 굴곡지며 넓고 크기 때문에, 악기를 옻칠하는 건 기존 작품들을 칠할 때와 난도가 확연히 달라요. 디자인에 따라 옻칠 방식을 바꾸기도 해요.

 작업을 하며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제 의중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 가장 힘들다고 느껴요. 대중과 작품으로 대화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거든요. 또한 대중 및 옻칠 공예 작가들과 많이 소통하고 싶어요. 이러한 부분은 매체를 통해 더 많이 노출되고, 제가 먼저 다가가는 방법으로 극복하려고 해요.

 전통 공예기법을 주로 활용하는 작가로서 ‘힙트레디션’ 유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제가 처음 옻칠을 배웠을 때가 지금 MZ세대의 중심인 20대 초반이었어요. 그때는 옻칠이라는 것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특히 젊은 나이대의 사람들은 관심이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힙트레디션 유행을 통해 대중이) 나전공예품이나 옻칠 공예품을 알고 있고, 관심 역시 높다는 게 관련 종사자로서는 좋은 원동력 중 하나예요. 이러한 트렌드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 다른 긍정적인 현상이 많아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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