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모방 , '사건'으로 남지 않기를
미디어 모방 , '사건'으로 남지 않기를
  • 곽려원 기자, 황유빈 기자, 손유민 준기자, 하진영 준기자
  • 승인 2023.09.04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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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미디어에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정보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면서 미디어 모방 사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미디어 모방 사건의 폐해와 그 해결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위험한 모방의 늪 속으로 빠지다

 

 최근 미디어의 급격한 성장으로 우리는 많은 정보를 무분별하게 전달받게 됐다. 나아가 무분별한 정보를 모방한 행위가 사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에 본지에서는 미디어 모방 사건의 발자취를 좇아봤다.

 미디어 속 우려되는 모방=지난 2021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 결과, 20대의 신문 기사 *결합열독률은 9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미디어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생산·유포 과정이 단축돼 다양한 미디어 모방 사건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미디어 모방 사건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외철 부경대 교수(경찰범죄심리학전공)는 “자극적인 보도를 검증하는 단계에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가짜뉴스 모방자살 모방범죄와 같은 미디어 모방 사건이 발생하는 데에 SNS, 유튜브 등의 매체가 큰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지난 2021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83.5%가 SNS를 통해 뉴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SNS와 같은 1인 미디어는 언론사와 달리 자극적인 보도를 상세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어 자칫 이를 따라 할 수 있다. 또한 1인 미디어는 잘못된 정보가 확산돼도 정정보도가 어렵다. 이에 송경재 상지대 교수(사회적경제학과)는 “대부분의 SNS나 유튜브는 해외 사업자이기에 법적으로 자극적인 정보를 차단 조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달받은 정보, 진실인가?=허위조작정보는 확산 속도가 빠르고 파급력이 크기에 쉽게 모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송경재 교수는 “허위조작정보의 빠른 확산 속도와 파급력은 쉽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이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한 매체에서 허위 정보를 퍼뜨릴 경우, 타 매체에 전파되는 것 역시 미디어 모방이라고 말한다. 지난 2018년 한 기성신문이 가짜뉴스라고 언급한 보도 대부분은 인터넷에 떠도는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의진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가짜뉴스는 사람들이 잘못된 믿음과 편향된 지식을 갖게 할 수 있다”며 가짜뉴스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단순한 모방을 넘어 죽음의 문턱까지=또 다른 모방 사건의 형태로 모방자살이 있다.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 통계청의 조사 결과, 유명 연예인이 자살한 직후일 때 자살자가 기존 대비 74.7% 급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심리치료학과)는 “반두라의 관찰학습이론에 의하면 간접적으로 자살을 목격해도 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며 이러한 심리적 영향이 자살 행동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SNS를 통해 자살 방법을 공유하는 것도 모방자살의 한 형태로 본다. 지난 5월 우울증갤러리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극단적 선택을 SNS를 통해 생중계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우울증갤러리 사례와 같이 타인의 부정적 모방을 일으킬 수 있는 개인의 표현은 제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회에 공포감을 조성하는 모방=지난 7월 신림역 칼부림 사건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각종 언론이 서현역 칼부림 사건, 동대구역 칼부림 사건 등 범죄 네이밍에 구체적인 지역명을 묘사해 모방심리가 자극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대구대 게시판에서도 칼부림 예고가 게시됐다. 해당 사건에 대해 박지원 씨(대구대 문화예술2)는 “칼부림 예고 글로 인해 학내 커뮤니티에는 등하교 시 불안하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게시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모방범죄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여과 없는 보도’를 언급한다. 일부 미디어는 범죄의 수법 동기 과정 등을 지나치게 상세히 보여준다. 그러나 반사회적인 사람들은 이를 여과 없이 학습해 범죄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김상균 백석대 교수(경찰학부)는 “일부 언론 매체의 여과 없는 보도는 반사회적 사람들의 행동을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합열독률: 모바일이나 PC 등으로 신문 기사를 보는 것

 

모방이 불러온 참혹한 결과, 멈출 방안은 없을까?
 

 미디어 모방 사건의 폐단이 심화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각층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미디어 모방 사건의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자.


 미디어 모방 사건에 대한 수술 돌입=일부 전문가들은 언론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법 제307조 2항(명예훼손)에 따르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례에서는 대부분 벌금형의 부과로 비교적 가벼운 형이 선고되는 추세이다. 이재진 한양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사실 전달, 건전한 비판 등의 공적 역할 수행이 가능한 유일한 조직이 언론사다”며 언론사의 사회적 책임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지난 2018년 언론사의 책임 강화를 촉구하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이 개정됐다. 이를 통해 자살과 관련된 구체적인 표현을 지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두리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해당 기준은 자살 보도로 인한 모방 자살 방지와 자살률 감소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새로운 디지털 질서 확립을 위해=이번달 정부는 가짜뉴스에 의한 정보 주체와 소비자의 권리 침해를 방지하고자 ‘디지털 권리 장전’을 선포할 예정이다. 해당 장전에는 가짜뉴스, 자극적인 내용 등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정보 생산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또한 이는 미디어 모방 사건과 관련해 미디어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의 기반이 될 예정이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기술경영전문대학원)는 “디지털 정보 및 기술 등을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디지털권’으로 정의해 차후 헌법 개정안에도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건강한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일각에서는 미디어로 인한 모방 사건의 확산 속도를 줄이는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미디어 모방 사건과 같이 건강한 디지털 문화를 해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에서 자기결정권이 미칠 영향에 대한 책임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숙 타이밍포올 대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모방 범죄를 즉각적으로 감소시킬 순 없지만 미디어를 현명하게 이용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살인예고범, 강력범죄자가 될 때까지=이에 국회에서는 모방범죄에 관한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지난달,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살인 예비죄를 특정강력범죄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살인예고글 작성자의 얼굴 성명 나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법안이 도입돼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및 범죄예방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과 같은 기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해당 기준은 지난 2018년부터 국민 모니터링단 지켜줌인을 통해 모방자살 예방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미디어 모방 사건 근절을 위해 달리는 배상훈 프로파일러

미디어 모방 사건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배상훈 프로파일러

 미디어가 발전함에 따라 미디어 모방 사건과 같은 폐해 역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미디어 모방 사건의 폐단을 뿌리뽑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배상훈 프로파일러를 만나 우리 사회의 미디어 모방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SNS 속 정보 확산과 범죄 피해 사실 보도로 인한 가짜뉴스 모방범죄 모방자살 등의 미디어 모방 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모방 사건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최근 신림동 칼부림 사건, 서현역 칼부림 사건 등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어요. 이러한 미디어 모방 사건은 주로 확산이 빠른 SNS를 통해 이뤄지기에 익명성과 왜곡성이란 특징을 가져요. 현재 문제가 되는 살인예고나 성범죄 예고 등의 경우도 챌린지처럼 확산해 더 높은 단위로 상승해서 누적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어요.

 미디어 모방 사건의 사례 중 가짜뉴스는 파급력이 커 언론사에서 허위보도 시 타 언론사로의 전파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와 관련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짜뉴스는 어느 사회에서든 존재할 수 있어요. 그러나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건 가짜뉴스를 거를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해요.
 

 프로파일러로 근무하시며 다양한 모방범죄를 분석하셨습니다. 모방범죄 피의자의 심리적인 특성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피암시성을 들 수 있어요. 피암시성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범죄에 대한 심리적 틀을 모방하는거죠. 예비 피의자들의 경우 피암시성이 범행 전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요. 

 프로파일러로서 모방범죄 사건의 수사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범죄자는 일반인과는 처한 위치가 다른 사람이에요. 그렇기에 모방범죄 사건은 일반 사건과 동일한 방식으로 수사가 이뤄져서는 안돼요. 모방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는 개개의 사건을 추적하는 전통적 수사와 모방범죄를 확산시키는 세력을 추적하고 강력하게 처벌하는 수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연예인 자살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와 같은 모방자살 사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방 자살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연예인 자살로 인한 모방자살 사건의 경우, 사이버 공간에서 자살에 대한 혐오 및 옹호가 축적된 후 트리거의 형태로 확산되는 것이 원인이죠.


 미디어 모방 사건의 해결방안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가 공권력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규약과 같이 자율적인 시민규약이 미디어 모방 사건으로 인한 폐해를 해결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베르테르 효과: 유명인의 자살 시 이를 모방해 따라 자살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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