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로를 거닌 사람] 맑은 목소리로 일상을 흠뻑 적시다, 강유경 성우
[천마로를 거닌 사람] 맑은 목소리로 일상을 흠뻑 적시다, 강유경 성우
  • 장효주 기자, 박미현 기자, 황유빈 기자
  • 승인 2023.05.30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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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역은 인천공항 1터미널, 인천공항 1터미널 역입니다.” 강유경 성우(사회학과 95학번)는 가볍고 발랄한 소녀부터 진지하고 정중한 안내방송까지, 우리 일상의 다양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이에 그녀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여러 매체 속 목소리부터 밥솥 목소리까지, 목소리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성우 강유경입니다.

 성우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학창시절에 라디오를 들으며 시간을 많이 보내서 자연스럽게 방송과 관련된 직업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아카데미를 다니며 지역 방송 아나운서를 했죠. 이후 성우 공채시험에 다시 도전해 KBS 32기 성우가 됐어요.

 대학 생활 중 방송과 관련된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광고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광고 공모전에도 도전하며 열정적으로 임했죠. 동아리 활동을 통해 미술 사진 글 등 각기 다른 재능과 개성을 지닌 동아리원과 함께 어울리며 많은 자극을 받은 것 같아요.

 대학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농촌에서 설문조사를 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처음에는 민망함에 서로에게 조사를 미루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자 급한 마음에 꽤 많은 양을 소화했었던 추억이 있죠(웃음).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활동을 해 보고 싶으신가요?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어학연수나 워킹 홀리데이는 반드시 다녀올 거예요. 저는 졸업한 이후부터 해외여행을 다니며 영혼이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대학생 때 이러한 해외 경험으로 조금 더 빨리 그릇을 키웠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KBS 성우극회 32기로 입사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공채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성우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저는 공채시험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모든 것을 투자했어요. 학원과 스터디를 병행하며 만 3년을 공들인 결과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죠.

 본인에게 ‘성우’란 직업은 어떤 의미인가요?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해요.

 성우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랜 기간 준비한 시험에서 단 몇 분 만에 제 역량을 보여 줘야 했던 것이 힘들었어요. 그 결과가 안 좋으면 더욱 그렇죠.

 더빙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대한 NG가 나지 않도록 캐릭터를 분석하고 캐릭터의 움직임과 발화 시간 등을 신경 쓰며 시사를 철저히 해요.

 녹음 전 본인만의 루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목과 얼굴 근육을 이완시키며 간단한 오전 발성 훈련으로 목을 풀어요. 그리고 녹음에 방해되지 않도록 적절한 양의 식사를 하는 편이에요.

 목소리가 잘 나오게 하기 위한 본인만의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목에 무리가 가는 나쁜 습관은 멀리하는 편이에요. 담배 자극적인 음식 고성 등은 금물이죠. 또한 평소 양질의 수면 규칙적인 기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몸과 영혼을 건강하게 유지해 건강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성우님이 맡으셨던 배역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장기간 진행했던 ‘영상 포엠 TV 한국 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미국 엽기 호러 ‘얼렁뚱땅 몬스터 사냥꾼’이라는 애니메이션도 생각나네요. 해당 애니메이션의 엽기 소녀 캐릭터를 맡았는데 많이 어려워서 고전했거든요. 또한 서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더빙도 재미있게 할 수 있어 좋았어요.

 ▲닥터후 아틀란티스 초한지 등 다양한 드라마를 더빙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가장 재미있게 더빙한 드라마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영국 의학 드라마 ‘캐주얼티’ 시리즈의 ‘샘’이라는 여성 의사 캐릭터예요. ‘샘’과 제 목소리 색이 잘 어울려 정말 재미있게 더빙했죠.

 인천국제공항철도,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의 차내 안내방송 역을 맡고 있으십니다. 해당 안내방송 진행 소감이 궁금해요.
제가 공항철도의 목소리를 맡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정말 기뻤어요. 제 목소리가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편의를 제공하고 있어 항상 뿌듯하죠.

 *윌라의 <토지> 오디오북에 참여하셨는데 이는 총 21권으로 이뤄진 대하소설인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셨을 것 같아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토지>의 등장인물은 약 600명 정도여서 내레이션을 맡은 정재헌 선배님을 제외한 성우들은 주요 배역 이외의 다양한 배역들을 소화했어요. 저 역시 월선뿐 아니라 윤씨 부인 김서방댁 귀녀 등 수많은 배역을 소화해 낸 것이 기억에 남아요.

 성우님께서 생각하시는 성우의 덕목은 무엇인가요?
 성우는 듣는 사람에게 건강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목소리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공감력과 전달력을 발휘해 감동을 주는 것이 성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죠.

 성우 일을 하며 보람 있는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인가요?
 일상생활을 하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제 목소리를 만나 신기해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 보람되죠. 또한 성당에서 제 목소리를 활용해 성경의 한 구절을 읽어 주는 ‘독서’라는 봉사를 할 때 성우로서 보람찼어요.

 반대로 성우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프리랜서 성우로 일할 때 목을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성대 결절을 겪을 뻔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슬럼프 등의 고난을 겪게 될 때 성우님만의 극복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거예요. 독서 걷기 명상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몸과 영혼의 면역력이 강해지는 것 같아 도움이 많이 돼요.

 오랫동안 성우 일을 하며 자리 잡은 습관이나 버릇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표준어 발음에 대한 강박이 생긴 것 같아요. ‘꽃이’, ‘부엌에’, ‘흙에’, ‘닭을’ 등 어려운 받침 발음을 다른 사람들이 잘못 발음했을 때 지적하고 싶어져요. 실제로 가족의 발음을 많이 지적하는 편이에요(웃음).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한민국 대표 목소리’가 되고 싶어요. 모든 작품과 역할에 어울리는 연기자가 목표예요. 또한 성우 지망생들에게 성우로서의 가능성을 알려주고 앞으로의 인생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꿈이에요.

 성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책을 많이 읽으며 감수성을 키워 두면 좋아요.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의 영상물을 보며 연습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본격적으로 성우 공부를 시작했을 때 이런 경험들이 큰 발판이 될 거예요.

 본인에게 ‘영남대학교’는 어떤 의미인가요?
 영남대학교는 제게 사회생활의 시작을 알려준 지표예요. 자신만의 길을 찾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결정 내릴 수 있는 하나의 장이었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낯선 서울 생활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성우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많은 이들에게 동기부여와 도움이 되며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성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윌라: 월정액으로 도서를 대여해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전자책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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