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니스트] 불편의 역설
[나도 칼럼니스트] 불편의 역설
  • 박승찬(경영2)
  • 승인 2023.03.27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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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쩌면 ‘불편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다양한 환경에서 오늘도 수많은 불편에 직면한다. ‘어떤 것을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것이 거북하거나 괴롭다.’라는 사전적 의미와 같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불편은 모두가 느끼기 싫어하는 감정이다.

 그렇다면 뭐든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행복할까? 흔히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소비만 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좋을까?

 안타깝게도 이는 상상 속의 유토피아에 그치지 않는다. 단순히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해서 인간이 인간다울 수는 없다. 심리학자인 매슬로우가 제시한 욕구 단계 이론에서는 인간의 욕구를 총 5단계로 나누는데, 초기의 의식주와 같은 생리적 욕구에서 최종적으로 자아를 실현하고 초월하고자 하는 성장 욕구에 이른다. 공부하고 취직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른 ‘나’를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예시로 들었던 기술의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우리 인류는 끊임없이 일들을 만들어내고 또 경쟁할 것이다. 인류 스스로 불편의 길을 걷는다고 해도 말이다.

 우리 인류는 항상 불편함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해왔다. 농업·산업·시민혁명 등과 같은 사회적 변혁의 목적은 불편한 삶을 조금 더 편하게 살아 보고자함이었다. 농업혁명으로 식량의 혁신을 가져왔고, 산업혁명으로 인해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되었으며, 시민혁명으로 인권의 신장을 이룩해냈다. 현명한 선조들 덕분에 현대에는 훨씬 더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급진적인 생활 양식의 변화에 따라 현대에는 새로운 형태의 위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범세계적인 지구 온난화 등의 환경문제, 빈부격차와 같은 양극화 문제들은 결코 인간에게 편리한 방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었다.

 결국 우리 인류는 스스로 불편을 체화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ESG 경영을 들 수 있다. 세계 기업 경영의 트렌드인 ESG 경영은 기업의 본래 목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더해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경영을 의미한다. 값이 비싸지만 친환경적인 신재생 에너지(Renewable Energy)를 화석연료 에너지 대신 사용하자는 RE100 운동, 플라스틱 빨대가 재질이 음료 섭취에 불리하지만 자연분해가 빠른 종이로 교체하는 것과 같은 가시적인 사회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비록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에 대한 만족이 감소했지만, 인류의 지속적 발전과 후대의 편리를 위함이라는 뚜렷한 목적성에 많은 사람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감하고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우리는 늘 의도된 불편 속에서 살아간다. 나의 불편은 곧 누군가의 편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소한 불편함에 도망 다니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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