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진정한 자립을 위해
자립준비청년, 진정한 자립을 위해
  • 곽려원 기자, 황유빈 기자
  • 승인 2023.03.06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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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립은 누군가에게는 부모님의 품을 떠나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일구는 것을 의미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보호시설의 보호와 지원에서 벗어나 ‘열여덟 어른’으로의 첫 발자국을 내딛는 것을 의미한다.
본지에서는 이렇게 ‘열여덟 어른’으로 우리 사회에 나선 자립준비청년의 어려움과 해결방안을 살펴봤다.

열여덟 어른, 자립준비청년?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나아갔던 이들은 이제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자립을 준비한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이에 본지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이 겪는 어려움과 현재 마련된 자립준비청년 지원제도에 대해 알아봤다.

 사회에 내딛는 첫 발자국, 자립=자립준비청년은 만 18세가 돼 위탁가정 또는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했거나 퇴소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이를 지칭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2,500여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진출하지만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기관에서 2020년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에서 세후 월급이 200만 원 미만인 비중은 61%로 나타났다. 이에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이 생계유지 진로 취업 등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영일 동강대 교수(사회복지과)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복지 서비스는 확대됐으나 ‘신청주의’에 기초하고 있어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원 확대보다는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상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금 지원뿐만 아니라 동일 연령대 청년층과 동일한 직업적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심리적 어려움 역시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립준비청년들의 자존감을 낮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이상준 선임연구위원은 “부모 없이 자랐다는 사회적 편견과 무시가 자립준비청년들의 자존감을 낮춘다”는 의견을 표했다.

 내딛는 발자국, 함께 할 수 있도록=정부는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아동복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자립준비청년 사후관리 대상자 지정 만 24세까지 보호 기간 연장 국민기초생활보장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제도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동복지시설 퇴소 이후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자립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는 ‘자립준비청년 지원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올해부터 자립수당이 월 3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됐으며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립준비청년에게 지급하는 자립정착금도 1,000만 원의 인상이 권고됐다. 하지만 이는 권고에 그쳐 실제 지급액은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용교 광주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국가에서 관련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지 않는다면 지급액이 동일해지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구조적 보완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립준비청년은 법적 아동의 기준인 만 18세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후원금이나 장학금 지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한 자립준비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일정 기준 이상의 급여를 받게 될 경우, 생계급여와 기초생활수급비 수령에서 제외된다. 이에 대해 김동화 경북행복재단 정책지원팀장은 “이들이 자립을 위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함에도 현재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구조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발표된 ‘아동자립지원 통계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자립준비청년의 84.7%가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을 지불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지난달 8일 발표한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국가장학금 성적 기준을 폐지하며 자립준비청년의 진정한 자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계속해서 마련하고 있다. 이용교 교수는 “자립준비청년 지원 제도는 과거 아동복지시설 퇴소자에게 지원을 중단한 문제점을 보완한 것으로 향후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원 방식을 변경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자립준비청년 박강빈 씨를 만나다

바람개비 서포터즈 예비학교 교육을 진행 중인 박강빈 씨
바람개비 서포터즈 예비학교 교육을 진행 중인 박강빈 씨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자립 7년 차 자립준비청년 박강빈입니다.

 2017년 2월, 보호시설에서 퇴소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호 종료 이후의 삶은 어떠셨습니까?
 취직을 해 소득활동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지만, 일상생활이나 경제관념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했어요. 또한 여러 지원 제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잘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자립준비청년 지원제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금전적인 지원이 단기적으론 효과가 좋고 당사자의 수요도 높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금전적 지원과 함께 자립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 병행된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보호가 종료된 후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정서적인 외로움 때문에 가장 힘들었죠. 주로 힘든 시기를 겪거나 온 가족이 함께하는 명절이 다가오면 외로움을 느껴요. 그래서 자립준비청년들이 ‘선배 어른’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연대하는 기회가 마련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일각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을 ‘결핍이 있는 아이’ 등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인식이 현실의 ‘자립준비청년’과 일치한다고 보십니까?
 일부 미디어에서 자립준비청년은 범죄자 사이코패스 결핍이 있는 인물의 서사를 쉽게 풀어주는 장치로 사용되곤 해요. 이에 모든 자립준비청년이 부정적으로 일반화되기도 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직업과 모습으로 열심히 자립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이 많아요. 그래서 우리는 자립준비청년도 똑같은 청년이라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책이 있으십니까?
 교육 체계가 만 18세 이후로도 확장되는 정책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이를 통해 더 건강하고 현명한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잘 살고 싶은 마음’이 기반이 돼야 해요. 현재도 자립준비청년을 향한 도움의 손길이 무수히 많아요. 이에 ‘자립 의지’를 가지고 이를 직접 찾아보고 신청하는 것이 중요하죠.

 자립준비청년과 관련해 사회에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현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로 ‘자립준비청년 지원 보완대책’이 마련되는 등 지원 제도가 보완되고 있어요. 앞으로도 저희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연대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완전한 자립’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소득 주거 경제와 같이 영역을 나누지 않고 함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족이 생기기 전까지는 자립준비상태라고 생각해요. 경제·정서적으로 타인과 지원제도에 의존하지 않을 때가 ‘완전한 자립’인 것 같아요.

 

영화 '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를 관람하고

 올해로 기자는 21살이 되고, 머지않아 후배가 생긴다. 21살이 되고 나서 ‘어른’이라는 단어는 더욱 무겁게만 느껴진다. 어린 시절, 어른은 타인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1살이 된 필자는 여전히 부모님으로부터, 또 선배들로부터 자립하지 못한 존재임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이처럼 ‘자립’과 ‘어른’이라는 말은 어렵다. 이는 영화 ‘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의 주인공 수찬이라면 더욱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킥보드를 타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수찬, 그는 차가운 사회 속에서 오늘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간다. 자립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자립해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숙제일 것이다. 이 때문에 자립수당을 신청하는 일은 스무 살 수찬에게 여전히 어렵다.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보호종료아동이세요?’라고 크게 묻는 소리에 수찬은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누가 들을까 봐 조심히 신청하기도 한다.

 ‘자립준비청년’은 한 사람이 살아가는 형태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을 과도한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는 여전하다. 잘살아 보기 위한 마음은 누구나 가진 마음인데,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이유로 이를 연민할 필요는 없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일은 지원 제도 마련뿐만 아니라 이들을 연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와 우리의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



 영화 속에서, 사람의 온기는 샌드위치로 표현된다. 샌드위치를 좋아하면서도 친하지 않은 이의 샌드위치를 거절해 버리는 윤서에게 사람의 온기는 마냥 귀찮고 어려운 것이다. 그런 그녀가 수찬에게 샌드위치를 건네주는 장면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수찬은 사람들로부터 도움 아닌 도움을 받아 왔다.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혹자는 그를 표지 모델로 선발할 생각을 하지만, 수찬이 수찬이라서가 아닌 ‘자립준비청년’ 내지는 ‘도움을 줘야 할 불쌍한 아이’라 주어지는 기회다. 그런 수찬에게 건네지는 샌드위치는 수찬이 처음으로 ‘수찬’이라는 청년으로 받은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샌드위치는 그저 수찬을 아끼는 윤서가 수찬에게 나는 너를 걱정하고 있다며 건네는 일종의 응원이다. 나는 너를 나와 같은 사람으로 본다는 따듯한 메시지다.

 이 영화를 보고, 기자는 이 기사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미디어는 자립준비청년을 ‘내려다보는’ 대상으로 조명하고, 마주봐야 하는 하나의 사람이라는 사실은 자립준비청년을 비추는 조명의 외부에 교묘하게 배치한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해서 ‘아래에’ 있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동정과 안쓰러움에 기반한 도움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윤서가 수찬에게 건넸던 샌드위치, 기자는 윤서의 태도로 수찬과 같은 자립준비청년에게 샌드위치처럼 건넬 수 있는 기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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