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또 다른 숨은 주인
학교의 또 다른 숨은 주인
  • 김지은 기자
  • 승인 2007.06.21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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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경력, 학내 안전 담당 경비 여권동씨
학내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생들의 안전과 학교의 작은 일을 살펴보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주·야간 경비원 아저씨들이다.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이해 본지 기자는 이 분들 중 A팀 경비장을 맡고 계신 여권동씨(54세)를 만나 보았다. 기자는 여권동씨와 함께 교내 순찰을 돌면서 동행 취재했다.
현재 우리대학에는 27명의 정식직원과 39명의 근로장학생들이 학교의 안전을 지킨다. 27년 동안 학교 경비원으로 근무하신 여권동씨는 하루 8시간씩 교대로 경비를 보고 있다.
당시 직장 찾는 게 어려워 학교 관리 일을 해보라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경비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그는 주로 야간에 근무를 본다. 본부 안내데스크에 있으면서 6시 이전에는 관공서나 학내 안내 전화를 받는다. 이후에는 교내 건물을 순찰하면서 화재나 도난 관리, 기숙사와 테크노파크, 저수지 등 외곽지역으로도 순찰을 돌고 있다.
7,80년대쯤 학교가 번창할 시기에는 근무자가 단대별로 필요해 한 건물에 직원 1명씩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보안장치 이용 등 학교내 비용 절감으로 직원이 부족한 실정. 이 때문에 85년도에 비하면 3배정도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나마 4년 전에 생긴 순찰차가 있어 외곽지역으로 순찰 돌 때 많이 편하게 됐다.
야간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밤낮이 바뀌어서 자기 사생활이나 고정 생활 패턴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아저씨도 예외일 수는 없었지만 이만한 곳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불평을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오랜 세월동안 학교에서 근무한 만큼 학교와 학생의 변화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인문관 지을 때부터 학교에서 일했다는 아저씨는 학생들이 예전보다 개인주의가 심한 것 같고 화합하는 것도 예전보다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학생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의무이자 권리인 공부에 있어서도 요즘 대학생들은 예전의 대학생들과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옛날에는 연구실, 도서실마다 자리가 부족해 자리다툼은 다반사였는데 요즘에는 대학원생이나 석사·박사 학위 준비하는 학생들만 공부하기 위해 연구실에 남아있을 뿐, 학과 학생들은 별로 없거나 시험기간 말고는 그런 광경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하면서 안타까워했다.
바람이 시원해 산책하기 좋은 봄이 되면 순찰 돌 때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며 이런 이야기도 했다. 4, 5월에는 잔디가 싹이 나는 시절이다. 이때 잔디를 심하게 밟거나 잔디 위에서 공차기나 격한 운동을 하면 싹이 잘 자라지 못한다. 그런데 하루는 잔디 위에서 운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자제를 요청했더니 뜻밖에도 그 학생은 ‘내가 일년에 내는 등록금이 얼만데 이런 것도 못하냐’고 대꾸했다고 한다. ‘이런 학생들이 현대의 지성인을 대표하는 대학생의 모습이 맞는지…’라고 씁쓸해하는 아저씨의 말에 배운 자의 의무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렇지만 1, 2월이면 겨울방학이라 학교가 썰렁하다가 요즘은 신학기라 학생들이 북적거려 사람 사는 곳 같다고 하는 말 속에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27년 동안 학교에서 근무한 연륜만큼 학교 역사의 하나가 되어 가는 어른. 그의 수고에 대한 감사함이 새롭게 느껴진다. 여권동씨 같은 경비 아저씨들 덕분에 오늘도 우리학교의 안전은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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