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특집>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72년 국문과 졸업)
<노동절 특집>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72년 국문과 졸업)
  • 편집국
  • 승인 2007.06.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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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개혁 적극 참여 · 민주노동당을 정치세력과 노동운동, '교육자=노동자'라는 인식에서 시작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인터뷰 약속을 하는 줄 곧 휴대폰 사이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에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평생을 해직과 투옥, 노동운동으로 살아온 그의 삶이 목소리에서도 느껴지는 듯 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새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된 이수호 위원장. 그는 우리대학 72년 국문학과를 졸업한 동문이기도 하다. 강력한 투쟁을 기치로 내세웠던 단병호 위원장 체계에서 타협과 대화를 강조하는 이수호 위원장이 새 민주노총 지도부로 당선된 것은 한국 노동계가 그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다. 노동절을 앞두고 한창 바쁠 지난 27일, 대학 후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 듯 인터뷰를 응해준 이 위원장을 본지 기자가 만나보았다.

- 오기 전 여러 지면에 나온 인터뷰 기사를 찾아 읽었다. 취임 이후 노동문제뿐만 아니라 사회개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는데 그 중 언론개혁과 교육개혁을 사회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밝힌 바 있다. 그 이유와 구체적인 방안은?
“민주노총이 자기들과 관련된 노동문제와 근로자 임금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다는 주변 비판이 있었다. 민주노총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가 모두가 함께 잘 살수 있는 사회인 만큼 앞으로는 사회개혁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그 중 언론은 사회 민주화와 정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쳐 어떤 부분보다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교육개혁의 경우 노동자들이 임금과 관련해 아무리 투쟁하더라도 사교육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한 큰 효과가 없다. 전교조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개혁할 부분이다. 덧붙여 조세개혁도 꼭 필요하다.
갈수록 부익부 빈인빅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관련 연맹과 특별 위원회를 조성해 연합 교류를 할 계획이다.”

- 대학생들의 실업문제가 극에 달하고 있다. 청년실업의 근본적인 원인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대학생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산업과 경제정책 자체가 성장위주다 보니 고용이나 복지부분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게 사실이다. 산업과 경제분야를 분배 중심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 공기업과 사기업의 고용정책도 건강한 노동력을 적극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실업 문제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다. 대학생들이 해결하는데 한계는 있지만 대학생들도 중소기업이나 힘든 일을 꺼리려는 자세를 버리고 창조적인 생각을 가지고 사회활동에 참여했으면 한다.”

- 비정규직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해결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방법은 무엇이며 정부와의 연계과정은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가.
“우리나라 노동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비정규직의 증가이다. 기업측의 입장에서 비정규직 증가가 단기간 비용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나 불안정한 고용은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또 기업측이 지나치게 노동자에게 의지하기보다 기술력 향상과 무역력 등 다양한 분야의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며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는 남의 일로 여기기보다 연계기금 조성이나 단체협약 내용에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하는 등 함께 문제를 풀어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는 임금동결을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시키기로 했다. 현재, 민주노동당과 더불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정규직 법안을 준비중이다.”

- 총선 결과 민주노동당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앞으로 노동문제 해결에 있어 민주노동당과의 긴밀한 관계가 필요한데 어떤 방법으로 연계하며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과 농민이 함께 만든 세력이다. 민주노동당을 통해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역할 구분은 필요하다. 앞으로 정례 협의회를 통해 문제를 풀어갈 계획이며 정책 공조도 수시로 이뤄질 것이다.”

- 별명이 막대기라고 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막대기는 많이 말라서 얻은 별명이다. 교육운동을 할 당시 나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많았다. 내가 해야 할 것은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할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막대기는 그 쓰임에 따라 지팡이가 될 수도 있고 몽둥이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날 막대기로 생각하고 용도에 따라 잘 사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에 이후부터는 나 스스로가 막대기라 부르기도 했다.”

- 노동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학창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야간수업을 들었다. 군대 제대 후 교직이수를 통해 교사생활을 할 수 있었고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교사생활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학생들을 힘들게 해야만 했다. 별 효과 없이 보이는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을 시켜야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보고 체념하다가 결국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모이게 됐고 그것이 전교조 창립과 활동으로 이어졌다. 당시 줄곧 생각했던 것은 나의 정체성이다. 그 결과 나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식했고 이후 교육운동과 노동운동을 함께하게 됐다.”

- 대학생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면?
“후배들이 자기 정체성을 정확히 알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자립적이고 자주적인 인간이 되었으면 하고 사회가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가끔씩 힘든 일이 있더라도 사람은 힘든 가운데서 성장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프로필
△ 1949년 4얼 16일 경북 영덕 출생
△ 1972년 영남대학교 국문학 학사 졸업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1989년 서울교사협의회 회장 및 전국
교직원노동조합 사무처장
△ 2000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 2004년 현 제4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
연맹 위원장

취재를 마치며
‘위원장’이라는 직책이 무색하게 그의 방은 낡은 책상과 의자 몇 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간단한 목례만 한다면 그의 방은 언제나 공동휴게소처럼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다. 기자가 후배라는 사실을 안 순간 바로 말을 놓으며 따스하게 맞아준 이수호 위원장. 반나절 내내 함께 다녔지만 말수 적은 그를 보며 ‘노동운동을 하지 않은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침묵 속에 느껴지는 그의 열정과 확신은 평생을 노동운동으로 살아온 그의 의지가 엿보이는 듯 했다. 요즘 부쩍 자주 자신을 찾는 언론과 사람들로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다는 그. 하지만 대중들과 가까이 가기 위해 거부하지 만은 않겠단다. 그의 활발한 활동으로 민주노총의 발전과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인권이 조금이나마 향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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