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바이라인과 일말의 책임감
[소확행] 바이라인과 일말의 책임감
  • 이상준 문화부장
  • 승인 2022.10.04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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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영대신문 기자 이상준입니다” 처음 나를 기자로 소개할 때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이 말은 내가 대학에 입학한 후 첫 도전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고, 소소한 행복이었다.

 영대신문에 입사하면서 수습기자 하드트레이닝을 받고, 처음으로 포부를 썼다. 당시 포부에서 나는 언제나 공정한 기자가 되겠다고 했으며, 독자의 도우미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과연 나는 포부대로 기자 생활을 했을까. 정답은 독자 여러분이 판단할 것이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기사를 쓰고 취재하면서 나름 칭찬을 받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때때로 기사의 엄중함을 모른 채 완벽하지 않은 기사를 빨리 끝내려고 했다. 어려운 기사를 쓰지 않기 위해 쉬운 소재만 다룬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기사 끝에 있는 바이라인은 기자로서 책임감을 깨닫게 해줬다. 그것은 결국 나를 성숙한 기자로 만들었다.

 바이라인은 기자의 이름과 메일주소로 구성된다. 그것에는 해당 기사를 누가 취재하고 작성했는지 알려준다. 기사의 책임 소재를 밝히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책임은 바이라인과 함께 시작됐다. 학보에 처음 나의 바이라인이 실렸을 당시 지면에 적힌 내 이름을 보고 학보사 생활에 큰 열의를 품었다. 하지만 취재원의 항의를 받기도 하고, 내 기사에서 오보를 발견하며 바이라인에 담긴 책임을 약 2년 동안 서서히 깨달아갔다.

 책임의 굴레에 갇힌 기자 생활을 이어갔다. 신문사에서 즐거웠던 기억보다는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이 남았다. 때때로 편집국에 출근하는 것 자체가 싫었고, 엄중한 분위기는 더욱 나를 힘들게 했다. 어떤 날에는 신문사에서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그 정도로 학보사 기자는 힘든 자리였다.

 그럼에도 난 매년 학보사에 남겠다는 결정을 했다. 약 3주마다 발행되는 학보에 적힌 바이라인이 내게 안겨준 의무를 다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의무를 마칠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 1674호는 문화부장이라는 바이라인이 실리는 마지막 신문이다. 약 3년간 나의 모든 책임이 담긴 바이라인들은 마음 한 켠에 영원히 자리할 것이다. 그럼 이제 영대신문이라는 퀘스트를 뚫고 말하지 못할 또 하나의 퀘스트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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