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니스트] 시간을 뛰어넘는 마음
[나도 칼럼니스트] 시간을 뛰어넘는 마음
  • 김도현(정치외교3)
  • 승인 2022.04.04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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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왔다. 꽃이 피고 사람과의 새로운 만남도 설렌다. 새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어간다. 그런 봄날은 따뜻하다. 그러나 봄날은 영원하지 않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했듯이,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하는 순간이 온다. 그것은 화사한 봄날 같은 자연은 물론이요, 물건이나 사람과의 관계도 그러하다. 사라짐이라는 끝을 알면서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의 삶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헤어짐의 모습은 나이나 상황에 따라 그 모습이 다양하다. 유아기 때는 울면서 다른 사람과 헤어짐을 거부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이별의 경험치도 쌓여 가면 이별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실재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쉽사리 울지 않는다.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실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남의 기약이 없는 최후의 단절만은 나이가 들어도 쉽게 무뎌지지 않는다.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소리치고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이 한탄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인간은 불가역적인 시간을 뛰어넘어 산다. 어떤 장소에 가거나 사물을 보면 그와 관련된 추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어떤 말을 들으면 그 말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새어 나온다. 실재는 다른 곳에 있더라도 우리는 마음속으로 그 순간과 말을 떠올리고 기억하며 다시 말로 나타낸다. 실재와는 헤어져 있지만, 사실 항상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사라져도 의식은 남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을 맞이하고 사라짐을 알아도 다시 일어서고 나아갈 수 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변치 않는 마음을 품는다. 실재는 사라져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아있기에, 기억하기에, 존재는 유한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며 무한히 살아간다.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서로의 의미를 간직하고 기억한다. 서로가 있기에 내가 존재하고 내가 있기에 서로가 존재한다. 삶의 의지는 끝을 아는 관계 속의 의미로부터 나온다.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면 시간을 넘어서 살 수 있다. 좋은 기억으로, 좋은 감정으로 우리는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추억을 남기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비난이나 불화, 증오, 혐오가 아니라 같이 살아갈 존재로서 서로가 의지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삶의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은 끝을 아는 관계 속 의미라고 말했듯이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서로로부터 의미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나 사회 속 관계든, 사람과의 관계든 허황된 목표에 매몰돼 가장 근본적인 것을 잊곤 한다. 끝을 생각하지 않고 코앞의 미래만 바라보고, 각자도생하며 손익을 계산하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산다. 우리에겐 서로를 의지하며 끝을 마주하고 꿈꿀 수 있는 마음과 관계가 필요하다. 삶을 살아가게 하는 의지는 시간을 뛰어넘는 마음이다.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기에 의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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